살아있다는 건 - 내게 살아있음이 무엇인지 가르쳐 준 야생에 대하여
김산하 지음 / 갈라파고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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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다는 건》은, 야생 영장류학자인 김산하가 야생을 통해, 동식물의 모습을 통해, 사소한 일상의 자연을 통해 우리네 삶을 들여다보며, 살아있음이 무엇인지를 여실히 느끼게 한다. 


"누군가 정성 들여 꾸민 꽃밭을 헤아리고, 회색빛 도심에서 푸른 오아시스 같은 나무를 올려다본다. 그리고 다사다난했던 하루와 세월을 돌아보고, 너무 늦기 전에 정말 소중한 것들을 챙긴다. ... 살아있다는 건 지금, 여기, 내 삶에 충실하다는 것이니까." (58쪽)


첫 번째 장에서는 변하는 계절 속에서 그 일부가 되어 자연을 느끼고 본질을 찾게 하며, 두 번째 장에서는 존재의 고유한 부분집합 찾기로 다양한 존재의 삶과 모습을 통해 나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해준다. 세 번째, 네 번째 장에서는 사랑과 살아있음, 삶의 중요한 것들과 순간을 느끼게 하며, 마지막 장에서는 오래 바라보고 함께 존재하기 위한 마음과 자세에 대해 느끼게 한다.


"날씨와 계절의 변화로 인해 움츠러들 때, 바깥세상의 풍파에 맞설 자신이 점점 없어질 때 눈을 들어 창문 밖을 바라보자. 누구에게도 그 무엇도 증명하려는 것 없이 귀감이 되는 삶을 사는 생명을 목격하게 될지도 모른다. 계절과 관계없이 늘 씩씩한. (34쪽)


"이 책은 살아있는 것들을 보며 든 생각을 담은 책이다. 살아있다는 것이 무엇인지 규정하거나 정의하려 하지는 않았다. 다양한 생물이 다채로이 사는 모습을 보며 그들이 가장 살아있어 보일 때를 포착하려 했다."라고 시작하는 글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이 책은 분석하거나 정의하거나 강요하지 않는다. 그저 지금 바로 우리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고, 그러므로, 살아있기 때문에 행동할 수 있도록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우리는 살아가며 많은 순간 '살아있음'을 망각하곤 한다.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니까. 그래서 살아있다는 것에 대해 소중함도 느낄 수 없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지금껏 '살아온 시간들'과 '지금 이순간', '앞으로 살아갈 날'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해야 함을, 행동해야 함을.


"많은 것들 중 특히 생명에 먼저 눈이 간다. 긴 세월 동안 너무도 다양한 형상으로 생겨난 모습들에 나도 모르게 이끌린다."


"살아있다는 건 언젠가 죽는다는 것이다. 삶과 죽음처럼 전혀 다른 두 가지가 함께 성립해야만 모든 게 가능하다는 사실도 오묘하다. 아름다우면서 슬프다."


오랜만에 정말 '살아있는 책'을 만났다. 그리고 평소에도 관심은 있었지만 눈여겨보지 못했던 야생동물과 자연에 대해 더 깊은 마음이 일었다. 저자의 마지막 글에서 이 문장이, 이 책을 고스란히 보여 주는 것만 같았다.


"나는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해왔다. 내가 죽으면 나를 하이에나에게 주라고. 죽어 쓸모없어진 육신이 야생동물의 먹이가 되어 자연의 일부로 순환된다면 그보다 좋을 게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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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속도로 걸어가는 법
이애경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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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애경 작가의 신작 에세이 보통의 속도로 걸어가는 법은 너무 빠르지도, 너무 느리지도 않게 자신만의 속도를 찾아가기 위해 한 걸음씩 내딛고 있는 저자의 일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서울에서의 바쁜 일상을 뒤로하고 제주로 거처를 옮긴 뒤, 저자는 느리게 흘러가는 제주의 시간 속에서 방황했다. 이제껏 자신의 리듬이 시간을 쪼개 쓰며, 바쁘게 살아온 흐름에 맞춰져 있던 탓이다. 또한 그 속에서 빠른 것도, 느린 것도 결코 두 가지의 선택만이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느 곳에 있더라도, 그 안에서 나만의 속도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임을 말이다.

 


빠르게느리게사이, 자기만의 보통의 속도로 걸어가기 위한 저자의 이야기는 짧은 글과 사진으로 기록되어 있다. 대부분은 짧은 호흡의 글들이라서 그런지 한자리에서 금세 이야기를 읽어나갈 수 있었다. 최근 SNS, 일상 유튜브 등 서로의 일상과 삶을 공유하는 것이 스스럼없어지면서 자신의 삶과 타인의 삶을 수시로 비교하고 자신을 몰아붙이게 된다. 결국 다른 사람은 다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것 같은데, 나만 허투루 시간을 쓰고 허비하고 있는 듯한 생각에 조바심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나 역시 이전에는 그런 생각으로 괜한 조바심을 느끼고 스스로를 다그치기도 했는데, 이제와 생각해 보면 그 순간에서조차 나의 삶은 나의 속도대로 흘러가고 있었는데 그 소중한 순간들을 놓치고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녀복을 입은 할머니 한 분이 마을 쪽에서 걸어오셨다. 그러고는 내가 끝이라고 했던 곳을 향해 느리지만 확신에 찬 걸음으로 걸어가셨다. 바다는 성큼 할머니를 받아주었고 할머니는 나와는 다른 세상으로 들어갔다. 내가 선 땅이 내가 멈춰선 그곳이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누군가에게는 그곳에 세상의 시작이었다. 끝의 너머에도 세상은 계속되고 있었다.” (28-29)


 

결국 삶이란 건 내가 원하는 속도로 흘러가 주지 않는다. 잠시 멈추고 싶다고 해서 정지되는 것도 아니고, 느리게 흘러가고 싶다고 해서, 빠르게 지나가고 싶다고 해서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건 없다. 그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세상의 흐름에, 타인의 속도에 신경 쓰지 말고 그저 내게 맞는, 내가 원하는, 내게 무리가 가지 않는 속도로 나름대로 잘 살아 내는 것이다. 그것이 결국 내가 행복해지는 길임을 다시금 깨닫게 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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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다 - 나다움을 찾는 확실한 방법
모종린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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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 자존감, 행복... 언제부터인가 자기만의 삶과 가치 추구가 중요해지면서,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나답게 산다는 것'이 중요해지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나답게 살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인문학,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다>에서는 "'나다움'은 정체성 추구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나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찾는 일은 결국 내가 누구이며, 무엇을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는지, 무엇이 내 삶을 행복하게 하는지 아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어떤 일을 해야, 어떤 곳에서 살아야 나는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과거부터 지금까지 변화해 온 라이프스타일의 유형과 역사적 관점과 현재의 모습까지 함께 조명하며, 스스로가 원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서구의 라이프스타일 유형을 큰 틀에서 부르주아(18~19세기), 보헤미안(19세기), 히피(1960년대), 보보(1990년대), 힙스터(2000년대), 노마드(2010년대) 순으로 소개하고 있다. 

물질을 삶의 중심에 두는 '부르주아', 자유분방한 삶을 누리는 예술가를 대표하는 '보헤미안', 자연주의를 추구하는 '히피', 부르주아와 보헤미안을 합친 진보가치를 추구하는 '보보', 최신 트렌드를 추구하는 '힙스터', 자유롭고 독립적인, 장소나 방식에 구애받지 않는 '노마드'로 나뉜다. 이 책에서는 각 유형별 특징과 경제학에 대해서 소개하며, 이러한 서구 라이프스타일 진화와 분석을 통해 우리나라 라이프스타일 혁신과 미래를 진단하고 있다.


"라이프스타일은 좋은 삶에 대한 확곳난 철학과 역사관에서 파생한다. 일시적인 유행, 핫플레이스, 스타에 대한 추종으로 얻어지지 않는다. 특정 지역과 집단에서 오랜 세월 축적된 생활 양식이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라이프스타일 유형을 보며, 가볍게 생각했을 때 내게 맞는 유형은 보헤미안, 히피 쪽에 가까웠다. 물론 이전에 생겨난 개념과 현재의 관점으로 재해석하는 개념 자체에는 갭이 있지만, 나만의 라이프스타일 역시 정해진 개념이 아니라, 내게 맞게 재해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자기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찾길 희망한다. 어쩌면 가장 나답게 산다는 건,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가치를 추구하고, 어떤 것에 행복을 느끼는지 잘 알고 실천하는 일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구체적인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알고 이해하는 과정은 더없이 필요한 일이다. 특히나 사회적 가치보다 개인적 만족을 더 중요시 생각하는 요즈음 관점에서는 이러한 라이프스타일의 역사적 변화와 가치를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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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행성
네이선 파일 지음, 황석희 옮김 / 시공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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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뉴욕 타임스 만화 분야에서 당당하게 베스트 셀러 1위를 기록한 

신선하고 위트 있는 만화 <낯선 행성>이다.

"외계인의 눈으로 바라본 지구인의 일상"이라는 신선한 소재로 SNS에서 단기간

많은 구독자와 인기를 받고 있다고 한다. 나는 황석희 번역가님의 SNS를 통해 

이 책을 접하게 되었는데, 믿고 보는 황석희 번역가님의 번역이라고 하니 

더욱 기대되는 작품이기도 했다! 얼마나 맛깔스럽게 살려주실지 기대가 되었다.



외계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지구인의 일상과 언어에 대해 피식 웃음이 터져 나온다.

사소하면서도 쉽게 지나쳤던 일상의 언어들이 굉장히 위트 있는 표현으로 나오는데,

예를 들면 '모자'는 구체잡이 모자'로, 구두는 '발 경사로', '양말'은 '발 섬유 튜브', 

'커피'는 '씁쓸한 액체', '냉장고'는 '지속 보존고', '우산'은 '하늘막이' 등으로 표현된다.

듣는 순간 해당 물건이 연상될 정도로 알맞으면서도 특이하고, 그저 귀엽다!







"이 기이한 생명체들의 지구 발견에 동참하라"고 이야기하는 상황별 외계인들의

4컷 만화로 이루어진 간단하면서도 발랄한 그들의 대화를 보면서, 어쩐지 나 역시

신선한 상황과 묘사들을 떠올려 보게 되면서, 상상력을 자극시킨다.

지극히 당연하고 지루한 일상에서 낯선 행성의 그들을 떠올리며 그들의 언어를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일상이 신선해지고 활력이 넘칠 것만 같다.

"좋은 꿈 꾸라"는 말을 "즐겁고 터무니없는 일 상상해라"라고 표현하는 대목에서

어쩐지 기분이 좋아졌다. 믿고 보는 황석희 번역가님의 번역으로 더욱 찰지게

다가오는 낯선 행성은 평범하고 지루한 일상에 신선한 재미와 웃음을 가져다 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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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기억 1~2 - 전2권 (특별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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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베르나르 베르베르다. 베르베르의 책을 읽고나면, '역시'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만큼 촘촘한 짜임새와 예기치못한 연결고리들로 인해 금세 이야기에 빠져들게한다. 처음 접했던 베르베르의 책은 <뇌>였다. 당시 가히 충격적일 정도로 신선했던 내용에 금세 매료되었고, 연이어 <개미>와 <타나토노트>, <파피용> 등을 접했던 것 같다.

그리고 베르베르의 신작 <기억>이 출간되어 또 한번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한국 독자들에게는 웬만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베르베르는, 역시나 이번에도 출간 후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나 이번 책은 독특한 표지가 먼저 눈에 들어오는데, 간단명료한 제목과 화려한 표지가 어우러져 책을 읽기 전부터 궁금증을 자아낸다.


<기억>은 베르베르가 2018년 발표한 장편 소설로 무려 11번이나 등장인물과 줄거리가 수정되었다고 한다. 그만큼 방대한 지식들이 담겨 있고, 작가의 노고가 어땠을지를 짐작케한다. 


"당신이라고 믿는 게 당신의 전부가 아니다.

당신이 진정 누구인지 기억하고 있는가?"


이야기는 주인공인 르네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르네는 톨레다노는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교사로, 매주 일요일마다 동료 교사인 엘로디와 함께 공연을 보고 피자를 먹는다. 이날도 그런 평범한 날이었지만, 르네의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날이 되었다. 엘로디와 찾은 센강 유람선 공연장 '판도라의 상자'에서 퇴행 최면의 대상자로 선택당한 르네는 퇴행 최면에 성공해 자신의 111개의 전생의 문들을 마주한다. 본인이 원하는 상황을 이야기하면 해당 전생의 문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르네는 본인이 가장 영웅적인 삶을 살았던 때가 궁금하다고 했고, 이내 109번 문에 불이 들어왔다. 그렇게 처음 마주한 전생은 제1차 세계 대전의 전장에서의 군인 이폴리트였다. 너무도 생생한 기억에 최면에서 돌아오고나서도 벗어날 수 없었고, 이내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을 저지르고만다.


이후 백작 부인, 고대 로마의 갤리선 노잡이, 캄보디아 승려, 인도 궁궐의 아름다운 여인, 일본 사무라이에서부터 중요한 인물은 아틀란티스의 게브까지. 다양한 자신의 전생을 만나며 깨달음과 기억, 역사의 보존 등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누구나 전생을 궁금해하고 생각해본다. 내가 어떤 사람이었을지, 어떤 삶을 살아냈을지, 인간이라면 누구나가 한번쯤은 진지하게 생각해보았을만한 흥미진진한 소재에 역사적인 사실과 기발한 상상력을 더한 베르베르의 <기억>은 첫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매료되어 그들의 방대한 발자취를 따라가게 된다. 바로 이러한 점이 베르베르 작품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이제껏 내 전생의 많은 부분들이 모이고 모여 지금의 내가 있다는 생각을 해보면, 그저 상상만으로도 벅찬 감정이 느껴진다. 다음에는 또 어떤 신선하고 기발한 이야기들로 우리를 매료시킬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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