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직장인으로 살아간다는 것 - 쉴 틈 없는 회사의 시간과 숨 돌릴 나만의 시간 사이에서
박인경 지음 / 빌리버튼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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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이라고 하면, 누구나 같은 생각을 하지 않을까.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다시금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기분. 출근하자마자 퇴근하고 싶은 기분. 일하는 내내 퇴근시간만 기다리는 것. 어쩜 매번 직장을 옮기고 다른 회사에서 일해도 이 생각은 바뀌지도 않는지, 직장인의 일반 공식이 되어버린 것만 같다. 책 속에 회사 안에서의 나와 회사 밖에서의 나의 두 인격체가 있다는 글귀가 있는데, 어쩜 이렇게도 내 얘기 같은지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늘 출근하면서 회사에서의 나는 가면을 쓴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곤 했다. 의식적으로 웃게 되거나 시덥지 않은 이야기들을 늘어놓고, 회사 관련 사람들과의 미팅 때 내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영 어색하고 다른 사람이 된 것만 같을 때가 있다. 이것 역시 직장인이라면 어쩔 수 없이 가지고 가야하는 가면인 것 같아 버릴 수가 없다.


"잘 지내냐며 정말 오랜만에 반가운 친구에게 연락이 왔지만 '다음에 시간 맞춰 밥 먹자'라고만 말했다. 그날의 나는 너무나 피곤했고, 앞으로의 나도 피곤할 것 같아서." 

나는 직장인이 된 뒤부터 이상하리만치 주기가 생겼다. 즉 활력이 넘쳐 일상생활에도, 회사의 일도 모두 잘 되고 의욕이 넘치는 주기가 있는 반면, 어떤 때는 만사가 모두 귀찮고 피곤하기만 하고 의욕이 하나도 없는 주기가 있다. 이런 때에는 정말 일상생활에서조차 아무것도 하기가 싫어진다. 매일매일이 피곤해서 누군갈 만나기조차 귀찮은 그런 날들. 이 주기가 자주 바뀌는 때에는 몸과 마음이 모두 힘들어 마냥 휴식만 필요할 때도 있다. 아직까지도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요령이 없는 것일까. 대체 직장인으로서의 삶의 요령은 몇 년차가 되면 알 수 있게 될까.


직장 생활 중 나를 어르고 달래준 건 3할이 노래라고 말하는 저자의 이야기에 내 플레이리스트에는 어떤 노래들이 있었는지 보았다. 대개 신나는 노래와 잔잔한 발라드들이 한 데씩 모여 정리되어 있었는데, 보통 출근길에는 오늘 하루도 활기차게 시작해 보고자 하는 마음에 괜히 흥이 나는 노래들을 듣게 되고, 퇴근길이나 비오는 날 같은 때는 잔잔한 감성적인 노래를 들으며 하루를 정리하곤 하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내 직장생활의 몇 할 정도도 노래인 것은 비슷한 것 같다. 다들 비슷한 하루를 보내며 스스로를 다독이는 것처럼.


쉴 틈 없는 회사에서의 시간과 숨 돌릴 나만의 시간 사이에 살고 있는 우리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서울에서 직장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에는 출근, 일, 퇴근, 주말에 대한 짤막한 글귀들이 많이 담겨 있어서 하루의 일상을 들여다보듯이 금세 읽힌다. 그리고 "아, 누구나 똑같구나"하는 생각에 위로가 되기도 하고, 어쩐지 허무하기도 하다. 같다는 생각에 대한 기분과 역시 직장인으로서의 삶은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이상 그대로겠구나 싶은 마음 때문이다. 그래도 열심히 일한 대가로 번 돈으로 맛있는 치킨 한 조각과 시원한 맥주 한잔, 기분 좋은 사람과의 대화만으로도 하루의 피로를 씻을 수 있는 기분 좋은 시간 또한 직장인으로 살아가기에 느낄 수 있는 순간임에 다시금 내일을 살아가게 된다. 오늘도 열심히 일한 모든 직장인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기분좋은 감성을 선물해주는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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