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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용감한 마흔이 되어간다 - 기숙사에 사는 비혼 교수의 자기 탐색 에세이
윤지영 지음 / 끌레마 / 2020년 1월
평점 :
《나는 용감한 마흔이 되어간다》는 40대 초반, 집을 통째로 정리하고 1년여간의 연구년 동안 유럽의 여러 도시를 여행하고 돌아와 대학 기숙사 게스트룸에서 2년 동안 혼자 생활하고 있는 윤지영 저자의 자기 탐색 에세이다. 어른 같지 않은 어른, 할머니 같지 않은 할머니가 되는 게 꿈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생각과 일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글이 가득하다.
마흔. 어찌 보면 꽤나 많은 나이인 것 같으면서도 또 어찌 보면 아직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나이이다. 어릴 때만 해도 마흔이라고 하면, 멀게만 느껴졌는데 이제 와 보니 그렇지만도 않다. 최근에는 결혼도 늦게 하고 (혹은 안 하거나) 자기의 꿈과 삶을 영위하는 것이 자연스럽기 때문에 더욱 나이에 대한 개념이 다른 것일지도 모르겠다.
특히나 마흔은 어쩌면 누구나 생각하기에 많은 것을 이루어 놓은, (특히 물질적인 것) 누가 보아도 안정적이게 보이는 나이인데, 그럼에도 현재 집 한 채 없이 대학교 기숙사에 살고 있는 저자의 모습은 다소 놀라웠다. 이 책에는 30대 후반부터 마흔이 넘은 현재까지의 저자가 느끼고 탐색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1부에서는 ‘어른 같이 않은 어른’으로 저자 본인에 대한 솔직한 글이 담겨 있고, 2부 ‘기숙사 생활자’는 기숙사에서 생활하면서 겪거나 느낀 바를, 3부 ‘마흔, 자기 탐색하기 좋은 나이’에서는 마흔이 된 저자가 스스로를 탐색하며 느낀 생각들을 경험담과 함께 잘 풀어내고 있다. 마지막으로 4부 ‘지도에 없는 길 걷기’에서는 여전히 자기 자신을 탐색하고 있는 소소하고 따뜻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무엇보다 기숙사에 살면서, 여전히 고집스럽지만 그럼에도 삶의 여유와 시선을 갖고 나아가는 저자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최대한 살 수 있는 만큼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싶다는 저자의 말이 이 책을 다 읽고 난 뒤에는 이상해 보이기는커녕 공감까지 되었다. 최근 ‘집’이라는 것 자체에 큰 매력을 느끼지도 않을뿐더러 (물론 나이를 먹을수록 노후를 위해 살 곳이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미니멀한 삶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좀 더 공감을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귀가 얇고 거절을 못하는 성격에 지주가 되어버린, 오로지 ‘삘’ 하나만 믿고 덜컥 다른 이유는 제쳐 두고 집 계약을 해버리는, 이번 생에 못하면 다음 생에라도 하겠다고 외치던 연극을 우연찮은 기회에 하게 된, 통로에 있는 지렁이와 송충이를 구해 주는, 저자의 용감한 마흔이 멋있었다. 무엇보다 좋든 싫든 스스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좋았다. 비로소 자기 자신을 인정하면, 모든 것이 다르게 보일 수 있는 것처럼 나 역시 조금씩 나를 위한 탐색을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바람처럼 어른 같지 않은 어른, 할머니 같지 않은 할머니가 되어서도 지금처럼 계속해서 학생들과 함께하며 좋은 글을 남겨 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