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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
최은미 지음 / 창비 / 2023년 8월
평점 :

마주 책을 읽으면서 잠시 창밖을 보며 여러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일생일대의 최고의 전염병이었던 코로나19다. 우리 삶에 이렇게 까지 크게 영향을 끼친 사건이 있었을 까? 나는 국민학교 시절 아파도 꼭 학교는 다녀왔다. 개근상을 받는 것이 학생의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어린시절이었다. 언제나 가는 학교가 문을 닫았다. 사람으로 북적이던 전철역 앞 복잡한 상가에도 사람이 없었다. 문을 닫은 학교에서는 줌으로 아이들과 온라인 수업을 하였다. 동네에서 1번 전염자가 되어 신상 공개 될까바 전전긍긍하며 조심 또 조심하던 그때다. 예기치 못한 전염병의 장기화로 여러 가지 문제들이 수면위로 떠 올랐다. 우울증, 아동 학대, 폭력등의 사건들이 그렇다. 사망자가 생기는 전염병의 걱정과 공포는 장기화가 되어 현실의 힘듬으로 다가왔다. 사람들이 느끼는 현실의 무게는 컸다. 양육자들의 타툼으로 인한 이혼, 폭력, 우울증 등 어쩌면 가정내에 파묻혀 보이지 않고 또 드러내고 싶지 않은 그런 일들과 우리 사회는 코로나19를 통해 정면으로 마주했던거 같다.
결혼 후 직장생활과 육아를 엄마들의 내적 고민과 인간관계 (나리와 수미) 등에 공감이 갔다.
팽팽히 당겨오던 줄을 여기서 놓으면 다시는 그걸 당길 에너지를 내지 못할 것이다. 집을 이중의 일터로 만들던 홈 공방을 청산하고 상가로 나오기까지 구년이 걸렸다. 구년만에 마련한 열평짜리 공간의 문을 매일 여는 것이 내가 지금 내 의지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잠복결핵에 공황장애까지 찾아온 나에게 남편오종수는 그만하라고 했다. 나또한 몇번이고 내려 놓고 싶었지마 지금 내려 놓으면 당분간으로 끝날일이 아닌 예감이 들었다. p133
공방은 코로나로 크게 돈이 되지 않았다. 월세 걱정이 더 큰 걱정이고 집단 감염자가 나올까 걱정되는 공간이었다. 남편은 잠복 결핵에 공황장애까지 병원에 실려 갔으니 코로나 종료까지만으로 문을 닫는 건 어떠냐고 한다. 하지만 나리는 그러지 못했다. 오히려 꾸역꾸역 열었다. '팽팽히 당겨오던 줄을 여기서 놓으면 다시는 그걸 당길 에너지를 내지 못할 것이다. ' 힘들어도 나리공방을 포기하지 못하는 나리의 마음이 잘 느껴졌다.
이 책의 시작은 잠복결핵균과 마주하면서이다. 2020년 나리는 결핵 보균자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때는 신종 호흡기 바이러스가 예고없이 찾아 온 2020년 초인데 전염병은 사그라 지지 않은채 날은 더워지고 있던 때이다. 나리는 결혼식 이후 잊고 지낸 만조 아줌마를 2020년 여름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나리는 10살 즈음부터 방학동안 만조아줌마네 집에 1주일에 한번씩 갔다. 나리는 만조아줌마를 좋아했고, 만조아줌마네 가는 것이 즐거움이었다. 그러기에 결핵걸린 나리에게 결핵바로알기 사이트에서 여러 지식을 알겨주는 남편 오종수보다 결핵환자였던 만조아줌만이 떠올랐다. 어린시절 아무 의미 없이 느꼈던 만조 아줌마의 행동들을 지금 이 현실에서 헨젤과 그레텔이 달빛에 비친 조약돌을 따라 가듯 나리가 이끌려 따라가는 듯 했다. 과거의 만조아줌마의 기억들과 현실의 삶에서 코로나를 겪으면서 이어지는 만조아줌마의 이야기들이 책에서 손을 놓지 못하게 하였다.과거 만조아줌마에게 느낀 도피처같은 안락함을 코로나 시기에 나리가 서하에게 베풀 때 감동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