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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
홍영우 글.그림 / 보리 / 2006년 9월
평점 :
서자로 태어나 한평생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고 부르지 못한 홍길동의 저자 허균
은 자신이 직접 조선시대의 사대부지배사회에서 살아가면서 느꼈던 차별을 직접 체험하며 소설을 썼고 홍
길동은 허균의 소원이 그대로 담겨있는 작품이다.
조선사회에서 양반의 특권은 이미 오래전부터 내려온 뿌리깊은 차별의 전형이었고, 많은 사람들이 양반제
도를 없애기 위해 노력했지만 실패로 끝났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사회제도에 많은 관심을 보였던 허균도 그런 양반제도의 철폐를 위해 노력했고
개혁을 하려고 시도했지만 결국 그의 개혁은 실패로 끝났고 그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며 사람들의 뇌리
속에서 잊혀져 간다.
홍길동은 차별없는 사회를 꿈꾸며 기존의 관습에 젖어서 아무런 자기의 반성을 하지 않는 양반들의 무능
함과 이중적인 성격을 비판하고 나아가 모두가 잘 사는 사회를 꿈꾸기 위한 무릉도원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
이 작품이 지금까지 우리에게 사랑을 받는 것도 외세의 침입을 거듭하면서 굳건하게 나라를 지킨 조상의
얼과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나타나 약자를 대변하고 아픔을 보듬어주는 주인공 홍길동의 모습에 박수를 보내
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일본에서 태어나 재일조선인이라는 차별을 받으면서도 조상의 얼과 혼을 되살려 잊혀져 가는 조국을 일깨
우기 위해 작품을 썼다는 저자 홍영우의 말처럼 홍길동은 약자를 위해 싸우는 홍길동의 활약과 모습에서
우리의 정신을 알려주기에 가장 훌륭한 작품이다.
옛 전통을 지키고 알려주기 위해 다른 동화책과는 달리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는 세로쓰기라는 기법으로
조금은 낯설면서 옛날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방법은 예전에 눈이 아팠지만 점점 전통이 사라져 그것이
그리워하는 기성세대들에게는 행복한 추억을 안기기에 충분하고, 지금 자라나는 세대들에게는 부모님과 대
화를 하면서 부모님의 문화를 이해하고 배워나가며 서로의 문화에 대해 진지하게 말할 수 있는 온 가족이
읽으면 좋은 동화책이라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에게 말하면서 시작하는 장면은 할머니가 옛날에 화로에서 밤이나 고구마가 익어가는 사랑방에서 무
릎에 앉혀놓고 들려주는 구수한 옛날이야기를 듣는 착각을 불러 일으켰고 붓으로 일일이 그린 수채화의 느
낌은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우리의 멋을 한층 더해주는 재미를 제공한다.
인공적인 느낌이 아닌 자연적인 느낌이 아름답다는 것을 홍길동에 나오는 그림을 보고 알게 되었다.
그림을 보니 다른 인공적인 요즘의 그림과는 달리 강한 선이 느껴지고 담백하고 소박한 멋이 느껴진다.
그림 역시 소설 홍길동전에 나오는 주인공 홍길동의 모습을 잘 살리고 한국적인 전통을 느끼게 한다.
자신의 힘을 남에게 과시하지 않고 어렵고 고통 받는 백성을 위해 싸우는 정의로운 면을 보여주는 홍길동
같은 의인들이 자꾸만 사라지는 것 같아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불합리한 제도에 맞서 싸우며 자신보다는 남을 위해서 노력하는 홍길동같은 의인들이 이 세상에 많이 나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