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살림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은 스승과 제자의 이야기를 다룬 미치 앨봄의 아름다운 감수성이 빛나는 책이었다.
마치 시간을 거슬려 대학 시절 함께했던 그 수업의 감동이 있는 책이라 스승인 모리와 제자인 미치가 나누는 따뜻한 대화를 보게 되어 기분이 좋았다.
이 책은 대학교 때 처음 만나 많은 것을 배우던 제자인 미치가 우연히 Tv프로그램에 나왔던 스승인 모리를 만나고 그를 다시 찾아 그리는 과정을 솔직하고 담백한 문체로 표현하여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어렵고 힘든 현실 속에 살면서 뭔가 마음 한 구석이 허전했던 미치는 잊고 있던 스승인 모리의 존재를 되새겨 그를 만났으면 하는 바람을 전한다.
Tv를 켜다가 스승을 발견했지만 예전과 다른 것이 있다면 그가 루게릭병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뒤늦게 스승께 볼 면목이 없어 그를 찾지만 스승은 그에게 학창 시절의 별명을 친근하게 부르면서 세상을 살아가는 좋은 가르침을 전해준다.
모든 것을 감추려고 하고 미워하며 증오하는 우리들에게 스승은 사랑하면서 자신만의 문화를 만들라고 말한다.
언제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을 떠올려 공동체에 봉사하고 자신에게 생의 의미와 목적을 주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장면 또한 지금의 현실을 사는 사람들을 위한 잔잔한 메시지인 것 같다.
자기만 아는 이기심과 무관심으로 길들여진 지금의 세태를 비판하고 사랑을 받기에만 익숙한 우리들에게 사랑을 나눠주는 법과 함께 사랑을 받아들이는 법을 새기라는 교훈을 배우니 나 스스로도 그와 함께 대화를 하면서 그가 곁에 있는 듯한 착각을 느꼈다.
점점 근육이 위축되어 움직일 수 없는 가운데에서도 모리는 그의 제자인 미치에게 그나마 움직일 수 있다는 손가락과 손을 움직여서 감각을 세워 애써 좋은 감정을 보여준다.
좋은 것에만 익숙한 사람들에게 믿음과 희망 속에 세상을 살아가 이기와 관조를 버리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스승이 있다면 우리들도 좋은 삶을 살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영혼을 가져 죽음과 두려움을 잊게 하고 모든 것을 용서하면서 가족이라는 존재를 생각하라고 말하는 내용 하나하나가 현재를 사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훌륭하고 위대하게 다가와 미치 앨봄이 왜 그토록 스승인 모리 슈워츠를 그리워했고 만나고 싶어했는지 조금은 알 수 있었다.
다양한 감정을 느끼며 세상에 좋고 슬픈 것을 많이 새기는 가운데에서도 인생을 사는 법을 배워내어 지금의 경험에서 벗어나고 자신을 내던져야 한다는 힘찬 주장은 아직도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 모르고 내 존재가 하찮게 생각되어 삶을 포기하는 나에게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어 나의 진정한 자아를 찾게 된다.
책을 읽기 전까지는 나도 돈과 명예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일률적이고 천편적인 이런 것에서 벗어나 경계하면서 물질적으로 나눌 수 있는 나눔과 사랑으로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해야 한다는 감정도 멋지게 배웠다.
조급하거나 초조하지 않게 세상을 살면서 진심어린 사랑으로 서로를 존중해야만 좋은 가치를 인정하여 관심과 애정 속에 깨끗한 사회를 만든다는 대목에서 나도 미치 앨봄과 같이 잊지 못하는 스승 한 분이 생각났다.
대학교 2학년때 만난 정만식 교수님이 그 분이다.
교수답지 않는 소탈한 이웃집 아저씨와 같은 외모로 수업을 시작할 때 정만식 교수님은 다른 교수님과 달랐다.
다른 교수님들이 수업에 열중해 공부하는 경쟁 속에 우리를 가르쳤다면 정만식 교수님은 먼저 인간됨됨이를 가르치셨다.
예절을 아는 것도 지성인이라면 꼭 배워야 한다면서 항상 만나면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하게 하고 주위에 떨어진 휴지나 종이를 주워 청결함을 유지해서 공부하는 분위기를 만든 다음에 공부를 하라는 그 말씀이 처음에는 이상하게 들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이야기가 맞다는 생각이 들어 나도 모르게 그 분의 강한 카리스마에 빠져들었다.
교수라면 편하게 살 수도 있었을 텐데도 교수라는 체면을 잊은 채로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동네에 있는 곳에서 쓰레기를 뒤지는 일화는 유명할 정도로 각종 매체에 소개되었다.
자신을 알리기 위한 홍보 수단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것 또한 오래된 습관 속에서 이루어진 과정으로 어렵고 힘든 이웃을 위해서 그들에게 무언가를 해줄 수 있다는 보람으로 살아가는 교수님은 언제나 밝고 명랑하셨다.
그리고 시험이 인생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우리에게 못 입는 옷을 가지고 오라는 그 말씀이 지금도 내 인생에서 잊을 수 없다.
정년퇴임을 하고 나서도 불타는 학구열을 주체하지 못해 직업학교에 들어가 타의 모범이 되어 자동차 수리를 배워서 아프리카 가난한 사람들에게 직접 무료로 봉사하는 제2의 삶을 살 거라는 이야기도 화제가 되어 CF에 출연한 교수님을 본 적이 있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공식을 직접 보여주며 우리보다 더 젊고 힘찬 열정과 포부를 가지신 교수님이셨지만 그 꿈을 채 꽃피우기 전에 교수님은 간암으로 세상을 떠나셨다.
갑작스러운 부고에 나도 정신이 없어 그때는 어떤 말도 할 수 없었지만 세상을 떠난 교수님은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사셨다고 믿고 싶다.
그렇게 교수님의 인생을 통해 나도 많은 것을 알았다.
그저 주변의 환경 탓만 하면서 세상을 살았던 나에게 교수님은 진심으로 어울리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끝까지 삶을 사는 동안에도 자신이 추구했던 목표와 목적을 잊지 않고 힘차게 달리던 교수님의 이미지가 나에게는 너무나 많은 것을 알려주어 좋은 감정을 그렸다.
지금은 예전과 달리 우리는 부족함이 없이 풍족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런 삶에 익숙할수록 우리들은 많은 것을 잃어간다.
그렇게 우리들 곁에서 하나씩 사라지고 있는 단어들을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은 떠올리게 한다.
미치 앨봄의 스승인 모리나 나의 스승인 정만식 교수님처럼 평생을 사는 동안 우리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 중에서 자신의 본보기가 될 만한 스승을 만나서 그의 인생 경험을 듣는 데도 모르는 척 그냥 지나갈 때가 많다.
아픔과 고통, 상실과 상처, 절망과 나락에서도 사람들이 일어설 수 있는 것은 자신을 믿고 그 곁에서 응원해주는 스승이 있기 때문이다.
잘못된 길을 가려고 하면 적절하게 통제하고 그 길을 비켜 좋은 길로 인도하는 멘토 같은 역할을 하는 스승을 생각하며 인생을 살면 좋겠다.
다시는 이런 소중하고 아름다운 기회가 오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해보니 나또한 그런 스승과 함께했던 진한 추억을 그려본다.
그리고 정만식 교수님께 정말로 감사드린다고 말해드리고 싶다.
비록 그 분은 이 세상에 없지만 나를 내려다보며 열심히 기도하고 응원할 거라는 힘이 생긴다.
오늘부터라도 나도 모리 스승이나 정만식 교수님처럼 나보다는 남을 항상 염두해두고 내려놓는 삶을 통해 밀고 당기는 원동력을 키우고 싶다.
마음부터 비우고 세상을 받아들이는 연습으로 새롭게 태어날 나를 보게 된다.
우리 모두가 세상을 살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깨우치기를 바라면서 자신의 인생에 대해 한번 더 알아가는 매력에 대해 성찰하고 반성하는 시간이 아름답게 세상을 물들어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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