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다양한 감성

악의 추억
이정명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9년 9월

아픔과 상처의 시대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마음을 그리는 새로운 책이 악의 추억이죠.
순수하고 행복한 삶으로 누구나 즐겁게 살기를 꿈꾸지만 그 바람과는 달리 우리들은 많은 아픔을 가지며 하루하루 힘든 현실을 살아갑니다.
하지만 사람은 그것을 받으며 성숙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어렵고 힘든 시절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또다른 내일을 꿈꾸며 세상을 삽니다.
아마 우리는 그러면서 우리가 얼마나 약한 존재인지를 알아가는 시간을 만들면서 그것을 이겨내고 세상을 살아가는 힘있는 모습을 그립니다.
악의 추억은 작가 이정명이 자신있게 내놓은 새로운 소설이죠.
이름과 다르게 그 도시에는 음산하고 어두운 모습만이 가득하고 그 속에서 살인 사건 하나가 발생합니다.
이상하게만치 웃으며 죽어가는 여인의 사체를 보면서 세상은 여기에 주목하지만 계속되어 일어나는 연쇄살인사건은 충격으로 다가오죠.
당국은 결국 이 사건의 종지부를 찍기 위해 경험많은 형사를 배당합니다.
그는 목숨을 잃을 고비를 넘기고 생존한 인물로 다시 태어났고 드디어 사건은 해결을 맞게 됩니다.
악의 추억은 이렇게 우리들에게 진실을 알리며 최근에 문제가 되어가는 연쇄살인의 숨겨진 면모를 잘 드러내는 소설이죠.
유기적인 관계로 사건을 해결하는 요소요소 하나가 묘한 재미와 감동을 주고 그것을 단서로 하여 완성된 문장을 만들면 행복한 기분이 드는 것처럼 이 소설은 그런 요소를 자유롭게 풍미하고 있습니다.
처음에 이 소설을 접하면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어렵지만 한번 보고 두번 보면 그 감각이 달라지듯이 소설은 여러 사건을 통해서 하나의 일련을 보여주며 좋은 힘을 보게 합니다.
추리소설이 가지고 있는 빠른 전개와 상상이 곳곳에 들어있어 읽기에도 좋고 한국의 분위기와도 잘 맞아 하드보일드의 추억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을 만나 아름다운 가을이 되네요.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주면서 믿어가는 주인공들의 여러 감정도 볼 수 있으며 그것을 이기려고 스스로를 부정하다 기억 속으로 들어가는 화려하고 위대한 영웅의 결말도 보는 것 같아 현실에 순응하는 인물의 동질감도 보여집니다.
우리가 가지는 내면을 정밀하게 분석하여 현실이 가지는 악의 근원을 적나라하게 들어내는 소설을 만나 행복합니다.
놀라운 반전이 들어있어 보면서도 감탄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죠.
근본적인 인간에 대한 회의와 절망에서도 사건을 이루기 위해 과거와 현대의 조화로운 균형과 함께 왜 사람들이 범죄에 빠져드는지를 알 수 있어 지금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가장 중요하면서도 기초적인 질문을 하는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이해하며 읽으면 배가 되는 즐거움을 느낍니다.
악의 추억에 빠지며 잔혹한 사랑에 숨겨진 아픈 인간의 고통과 좌절에서 우리가 간직할 사실이 어떤 건지 감수성 풍부한 이 계절에 더 느끼는 시간이 되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