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정 1
이영희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그렇다. 작품 스스로가 온몸으로 소리높여 외치듯, 이것은 정말 제대로 된 보이즈 러브물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으엑, 하고 거부감을 느끼며 우두두 떨어져나가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이 사실 때문에 꺄악~ 소리를 지르며 환영할 사람들이 있으리만큼, 보이즈 러브물은 꽤나 팬층이 갈리는 편이다. 다시 바꿔, 일정한 인지도가 형성되어 있는 작가들도 많은, 팬층이 확실한 장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오랜 세월동안 음지에서부터 세력을 키워온 보이즈 러브물(약칭 BL). 그간 단편이나 보이즈 러브의 코드를 가진 작품은 몇 있었어도, 이처럼 아예 본격적으로 보이즈 러브를 다루는 한국 작품은 그닥 없었지 싶다. 

 현실에서 조금 일탈한 듯한 두 남자, 가슴아픈 실연을 겪은 한새와 밝고 애교스럽지만 어두운 과거가 숨겨진 듯한 모토. 비겁하게 중성으로 설정하는 것도 아니고, 남자면서 너무 여자냄새 폴폴 풍기는 것도 아닌, 당당한 캐릭터들의 도전이 맘에 든다. 보이즈 러브물의 장점 중 하나는, 일단 멋진 남성들이 잔뜩이라는 점~ 게다가 얄미운 여주인공에게 뺏길 일 없이 감상할 수 있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한새와 모토를 시작으로 멋지구리한 캐릭터들이 자리를 아주 제대로 잡았다. 마지막 즈음엔 이탄이라는 쿨~한 카리스마의 캐릭터가 또 하나 등장하는데,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앞으로도 뻑가게 멋진 캐릭터들이, 줄을 지어 하나둘씩 계속 등장하리라는 것을. 작품이 길어질수록, 그런 멋지구리한 캐릭터들을 만날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는 것을~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질 수 없고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경지의 그들이기에, 이들의 이야기가 더욱 처녀들의 가슴을 애닯게 하는 것이 아닐까! 

 버디물이나 그 어떤 장르로 가장한다거나 얼굴을 가리고 은밀하게 사랑을 전개시켜 가는 게 아니라, 아예 탁 까놓고 단도직입적으로 그들의 사랑을 펼쳐간다는 면에서, 이 작품은 무척 솔직하고, 도발적이면서, 굉장히 저돌적인 느낌을 준다. 이탄이란 인물과의 사이에서 뭔가 사연있어 보이는 모토야 그렇다 치고, 분명히 얼마 전까지 형의 여자에게 실연당해 괴로워하던 한새는, 약간의 흔들림을 보이긴 하나 흔히 겪는 조금의 정체성 혼란도 없이 어느순간 과감하게 선을 넘어와 버린다. 고등학생인 주인공들이라 어린 것들이 뭐하는겨, 발칙한 것들! 하는 생각도 들지만, 이것이 또 어른들의 세계가 아닌 청춘만의 풋풋함이 있는 거겠지. 안그래도 질풍노도 시기의 아이들인 모토와 한새인데, 쉽지 않은 사랑에다 현실적으로 여러 장애까지 펼쳐져 있으니, 아무래도 가는 길이 순탄치만은 않겠다. 사랑니가 돋는 듯한 성장통과 함께 그들의 사랑도 차차 여물어 가겠지만.

 사랑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을 것이다. 세상이 축복하는 사랑, 세상이 손가락질하는 사랑. 어느덧 자신도 모르게 조금씩 젖어드는 사랑, 어느 순간 폭풍처럼 다가와 온몸을 휘감아버리는 사랑. 모토와 한새가 하게 될 사랑은 아무래도 세상이 쉽게 용납하지 않고, 북풍처럼 차갑게 에이는 그런 사랑이 아닐까. 단 한번의 키스로 이미 모든 것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말마따나 ya한 청춘들이 엮어가는 사랑, 아름다운 그들이 하는 쉽지 않은 사랑이기에, 우리는 더욱 안타깝고 가슴설레며 지켜보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직은 소프트하고 부담없는 수준에, 가장 기본적인 설정을 두루 갖추고 있는지라, 이 장르에 첨 입문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더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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