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sayonara > 역사적인 전투, 그 속의 개인들이 펼쳐 보이는 드라마
레판토 해전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4
시오노 나나미 지음, 최은석 옮김 / 한길사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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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판토 해전은 여러 면에서 의미 있는 전투다.
일단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전투였고, 지중해가 역사의 무대에서 물러나는 계기가 된 전투였다. 그리고 갤리선이 주역을 맡은 마지막 해전이었고 말이다.

시오노 나나미는 이 역사적인 전투를 둘러싼 베네치아와 투르크의 격돌, 로마와 스페인을 오가는 밀사들의 외교전, 콘스탄티노플 주재 대사의 첩보전 등을 자세하게 보여준다.
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자국의 이익에 따라 합종연횡을 되풀이하며 역사가 될 해전을 준비한다.
그 속의 개인들도 각자 자신들의 조국을 위해 또는 자신의 영광을 위해 전투에 참가한다.

시오노 나나미의 '레판토 해전'은 단순히 지중해 패권의 향방이 걸려있던 전쟁을 개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함께 싸우고 갈등하는 사나이들의 드라마를 보여준다.
극적이고 감동적인 장면들이 많지만,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장면은 불같은 성격의 베네치아 노장 베니에로가 자꾸만 출진을 미루는 스페인측 장수들을 설득(!?)하는 부분이다.
베니에로의 격렬한 분노와 싸늘한 눈빛, 젊은 총사령관 돈 후안의 가슴 속에 타오르는 각오, 콜론나의 망설이는 듯한 태도, 완전히 주눅이 들어버린 반대파 도리아...
시오노 나나미의 탁월한 묘사 덕분에 이들의 표정과 눈빛을 손에 잡힐 것처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역사 속을 관통하는 남자들의 로망에서 아내에 대한 의무 따위가 얼마나 하찮게 취급되는지, 진정한 사나이의 사랑에 있어서 가정 따위는 아무 것도 아닌지 생각하면 약간 당황스럽다.
-바르바리고는 아내가 있으면서도 부하의 미망인과 밀회를 즐기기 위해서 방을 구하고, 출항하는 중에도 인파 속에서 그녀의 모습을 찾는다. 그리고 작품 속에서는 그런 장면들이 애절하게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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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렌초의시종 > 이제는 막이 내린 이야기
레판토 해전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4
시오노 나나미 지음, 최은석 옮김 / 한길사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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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감이 교차한다. 지난 얼마간 넘나들었던 지중해의 운명 속에서…… 그만큼 시오노의 필력은 나같이 하찮은 독자까지도 책을 놓지 못하게 하는 '힘'이 있다. 하지만 이제 막은 내렸다. 마지막 무대는 떠나는 배우들을 배웅이라도 해주듯이 화려한 구석이 적지 않았다. 종막을 알리는 종소리는 길고 길었지만 정작 막은 너무도 빨리 내려온 것이 아쉬울 뿐이다.

 지중해의 한 섬, 키프로스에 대한 투르크의 공격으로 불이 당겨진 이 전쟁은 그 공격에의 대응이 너무나도 더뎌서 참고 기다리기가 힘들었다. 물론 서로 상이점이 많은 3개국 이상의 연합함대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주도국인 베네치아의 오랜 평화로 말미암은 균형 감각의 상실이 더 큰 이유인 듯 했다.

 결국 힘들게 모인 일차 연합함대는 결렬되고 말았지만 상당한 카리스마의 소유자인 돈 후안과 베네치아의 '해상 포대', 갈레아차가 등장한 이차 함대에서는, 비로소 호시탐탐 지중해를 노리는 이교도를 물리칠 수 있다는 희망을 나 자신도 느꼈다. 이 희망은 빗나가지 않아서 레판토는 '이교도' 투르크에 대한 최초, 최대의 승전지로 기록되며 메메트 2세의 콘스탄티노플 함락 이래 자그마치 120여년 동안 계속되던 투르크의 지중해 지배 야망은 궤멸된 듯 했다.

 하지만 한창 떠오르는 투르크에게 이 패전의 타격이란 재상(宰相) 소콜루의 말 대로 수염이 타 버린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이제는 베네치아가 잘린 팔을 이을 차례였음에도 불구하고 후속 함대는 스페인의 방해로 결렬되고 베네치아는 다시금 안정으로의 회귀를 위해 투르크와 강화를 체결할 때, 너무나도 분했다. 이 강화는 종교로 대표되는 명분보다도 차라리 툭르크에서 주어지는 이익을 택하던 '상인의 나라' 베네치아의 실리주의가 아니라 오직 안정만을 희구하는 나약함만을 드러낸 꼴이었기 때문이다. 이 강화가 가져다 준 70년의 번영 동안 무대는 지중해에서 대서양으로 옮겨짐으로써 이제야 막이 내렸다. 끝이 보이지 않던 지중해의 이야기가……(1998. 4. 2∼5 1998. 4. 5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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