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말 한마디

의사의 말 한마디
임재양 지음, 이시형 그림 / 특별한서재 / 2018년 6월

의사의 말 한마디

글 임재양/그림 이시형

특별한 서재

요즘은 에세이가 너무 좋다.

마음이 따뜻해져서 자꾸 에세이를 찾게 된다.

의사분 두분이 글을 쓰신 줄 알았더니 한분은 글을, 다른 한분은 그림을 그리셨다.

그것이 참 보기 좋았다.

정감있는 선후배의 모습같았다.

부제가 '진정한 행복을 만들며 사는 후배 의사가 쓰고 선배 의사가 그리다'였다.

'병만 보지 않고 사람도 봅니다.'라는 글귀가 정말 마음에 와 닿았다.

글을 쓰신 임재양 의사는 의료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의학 지식, 기술을 가지고 세상과 소통하는 것'이라고 대답한다고 한다.

이러한 마인드로 환자를 돌보신다니 정말 신뢰가 가는 의사인 것 같다.

요즘 라식과 건강검진으로 병원에 여러 차례 다니면서 느끼는 것은

모르는 것에서 오는 두려움이 크다 보니까 의지할 곳이라고는 의사의 말뿐인데

'익숙함으로부터 나오는 차가움'을 많이 느꼈다는 것이다.

너무 익숙하다 보니까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또는 귀찮아서 자세히 설명 안해주거나,

때로는 의사도 모르니까 아무 이상 없는 데 왜 그러냐는 식으로 알아서 결정하라는 태도.

물론 임재양 의사도 자신을 신뢰하는 못하는 태도와 하루종일 환자들의 엉뚱한 소리를 듣는 것이

많이 힘들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의사의 말 한마디가 환자의 생사를 좌우할 수 있다고 믿고

따뜻한 의사, 들어주고 소통하려는 의사가 되려고 노력하는 모습들이 담겨있는 책을 읽으며

마음이 따뜻해졌다.

책을 읽으며 아무래도 의사로써 경험담이 많이 담겨있지만

임재양 의사의 일상을 사는 이야기로부터 위로를 받고, 공감이 되고, 다양한 생각을 인정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치매 어머니를 모신 이야기도 담겨있는데 나의 외할머니가 치매로 돌아가셔서 정말 공감도 되고 마음도 찡했다.

울고, 웃고, 생각하고.. 책을 읽는 동안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

가끔은 예약 환자를 정리하고 직원들에게도 오늘 그냥 집으로 들어가지 말고 꽃구경하고, 차 한잔 마시고 들어가라고

돈을 주는 멋진 리더. 그러기에 병원 오픈부터 지금까지 함께 하는 간호사들도 있고 앞으로도 끝까지 함께 할거라는

간호사들이 있는 병원. 그 모습만 봐도 임재양 의사가 얼마나 마음 따뜻한 사람이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소중히

대할 줄 아는 리더인지 알 수 있었다. 또 그런 리더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부럽기도 했다.

자신의 말 한마디로 환자를 오페라의 유령처럼 숨고 방황하게 만들것인가

또는 기적을 만들 것인가 항상 고민하고 환자들을 배려하는 의사.

때로는 일부러 불편한 자리에 참석하여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 배우려고 하는 자세를 가진 의사.

정말 본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과거 자신의 몸을 가지고 실험을 많이 했다고.

코에 꽂는 위 장관 호스를 환자들이 힘들어 하기에 직접 넣어봤다가 숨쉬기 힘들고 밤에 잠도 못 잘 정도로 불편함을 알았고,

중독성 진통제를 통증이 없는 상태에 맞았다가 구역질 하고,

밥 굶는 환자들이 어떤 심정일까 궁금해서 굶고 진료 보다가 어지러워서 쓰러지고,

장 청소가 유행하기에 많은 소금물과 오일을 들이켰다가 기절했던 이야기.

참.. 재밌으면서도 존경스러운 의사다.

이번에는 하루 종일 환자를 오른편에 두고 진료해서 달라진 어깨 높이를 왼손 쓰기로 어깨 균형 맞추기에 도전했다고 한다.

2부 제목에 소확행이 들어간만큼 따뜻하고 뭉클한 이야기들이 2부에도 많이 담겨 있었다. 

살아가다가 지치거나 너무 차갑게 느껴질 때,

따뜻함을 만나고 싶을 때

생각나서 또 펼쳐볼 것 같다.

인생책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 - 출간 30주년 기념판
로버트 풀검 지음, 최정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5월

 

30주년을 맞은 것만으로도

전세계 103개국 1,700만 독자들의 인생책이라는 것이 실감난다.

그런데 이런 책을 유아교육을 전공한 내가 왜 이제야 읽었을까..
2009년 교사 2년차 시절에 나는 너무 바쁘고 힘들었다.
이 책을 진작 알고 있었고 나에게 필요한 책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는데..

어쨌든 30주년 기념판으로 읽게 되어 영광이다.

이 책의 제목만 보았을 때는 그냥 유치원 시절이 중요하니

잘 보내야 하고 잘 배워야 된다는 것을 이론과 함께 소개하는 책 정도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이상으로 어린시절의 중요함과 함께
너무 마음 따뜻한 일상과 배움에 대해 가득 담겨있었다. 
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노인에게도 꼭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로버트 풀검 작가가
이 책을 여러 해 동안 조금씩 쓰고
시간이 날 때마다 다시 생각하고 수정하는 작업을 통해 완성했기 때문에
로버트 풀검 작가의 일생이 담겨있고
다시 출간 할 때 또 수정을 거쳐서 출간했기 때문에
모든 연령층과 시대를 반영하는 책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어떤 연령에게도 추천하고 선물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책이었다.
이 책을 출간하고도 로버트 풀검은
자신이 쓴 글대로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모습까지도 볼 수 있는 책이었다.

이러한 책이 얼마나 될까?
10년, 20년 후 읽으면 시대에 뒤쳐지고
옛날 사고방식에 이제는 배울 것 별로 없는 이야기들로
책장에 꽂혀있다가 고물상에 팔곤 했는데.
30주년이 되었는데도 생각하게 만들고, 배울거리가 있고,
5년후, 10년 후 또 읽고 싶은 책이었다.
심지어 아이를 낳으면 물려 주고 싶은 책이었다.

유치원에서 배운 것이 작가의 신념이 되었다고 한다.

무엇이든 나누어 가지라/공정하게 행동하라/남을 때리지 말라/사용한 물건은 제자리에 놓으라/
자신이 어지럽힌 것은 자신이 치우라/내 것이 아니면 가져가지 말라/
다른 사람을 아프게 했다면 미안하다고 말하라/음식을 먹기 전에는 손을 씻으라.......

정말 유치원에서 배운 것만 잘 생각하고 지켜도
사람들은 정말 멋있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어지럽힌 것은 자신이 좀 치우면 얼마나 좋을까?
다른 사람을 아프게 했다면 미안하다고 말하면 얼마나 좋을까?
무엇이든 나누어 가진다면?
정말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것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항상 가장 기본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 기본을 잘 지켰는가?
아이들에게만 강요하지 않았나?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글이었다.

물 웅덩이가 주는 기회.
로버트 풀검의 순수한 상상력 또한 볼 수 있는 글이다.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지하철에서 웃음을 지었다.

먼지에 관하여.
먼지는 여러 가지가 섞인 기름, 우주의 거름.
먼지를 모아 씨를 심으면 엄청나게 잘 자란다고 한다.

이러한 일상의 작은 소재로 재미있는 생각들을 하다니.
엉뚱하면서도,,
나는 주변에 너무 관심 없이 살아가고 있지는 않나?
현장으로 돌아가 아이들과 더 재미있게 대화하려면
주변을 더 바라보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숨바꼭질.
나를 보는 것 같았다.
마음 편하게 나를 숨기고 아무도 몰랐으면 좋겠다며 다른 사람을 괴롭히고 싶지 않다며
꼭꼭 숨어버리는 어른들.

 

사랑의 모습.

'당신이 나를 진짜 사랑한다면 목욕탕을 그렇게 지저분하게 쓰지는 않을 거야.'

너무도 현실적인 대사에 빵터졌지만,
사랑이 무엇인지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보통의 기적.
평범하기 그지없는 하루하루.
하지만 그것이 기적이라는 것.
다치지 않고, 아프지 않고, 큰 사고 없이
보통의 하루를 살았지만
그것이 감사라는 것을 항상 기억하고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