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끝이 정해진 이야기라 해도
루스 피츠모리스 지음, 변용란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논픽션이라서 더 마음을 울리는 이야기.

논픽션인 책 <엄마는 내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를 읽고 너무 감동 받고 힘을 얻어서
비슷한 내용의 <어쩌면 끝이 정해진 이야기라 해도> 책을 매우 기대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엄마는 내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는 일인칭 시점에서 쓰여진 책이라면 <어쩌면 끝이 정해진 이야기라 해도>는 와이프 입장에서 쓰여진 책으로 힘들고 끝이 없는 병과 싸우는 가족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본인이 병과 싸우는 것과는 또 다른 감정들과 좌절, 슬픔 등을 볼 수 있었다.
그렇지만 끝까지 살아내는 모습 또한 볼 수 있었다.

 

 

3년의 시한부 선고를 받고 남편의 병이 깊어가는 와중에도 두 사람은 쌍둥이를 낳고 꿈을 쫓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운동 신경질환' 그것이 무엇이기에....


몸이 점차 굳어 눈동자만 움직일 수 있게 된 사이먼은 전동 휠체어에 몸을 싣고 시선구동 컴퓨터로 소통해 영화를 만들기도 한다.

눈동자 빼고는 아무것도 움직일 수 없는 상황.
전동 휠체어에 몸을 싣고 다니고 시선구동 컴퓨터로만 소통할 수 있는 상황.
그런 상황은 어떤 마음들을 가져올까?

그런 남편을 바라보며 사는 루스는 도망치고 싶은 일상에 차가운 바다에 매일 몸을 던지며 하루를 살아낼 용기를 얻는다.
바다 수영으로 자신의 마음을 다독이는 삶.
그녀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책이었다.
미친 듯이 답답하고, 눈물을 쏟아내고, 때로는 덤덤하게, 또 아무일도 없는 것 처럼 평범하게,
소소한 행복도 느끼면서 그렇게 하루 하루를 살아간다.

그녀의 모습을 읽으면서 마음 한켠이 너무 무거워지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또 두렵기도 했다.
어느 누구의 삶도 모두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모두 공감할 수 있을까?
얼마나 닥친 상황이 잔인하게 느껴질까?
사람은 고난을 겪는만큼 더 넓은 영역의 위로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눈동자만 움직이는 가족이 옆에 있다면?
과연 감사할 수 있을까?
정말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아빠 눈한테 물어볼래. 아빠는 나를 사랑해!' 세 살짜리 딸 세이디의 이야기.
'다른 아빠들처럼 우리 아빠도 걸을 수 있으면 좋겠어. 영원히 울고 싶어.'네 살이 된 잭의 이야기.

그녀의 삶에 유일한 힘은
남편이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친구와의 공감, 아일랜드의 차가운 바다에서 수영하는 것이다.
또 자신과 가족의 삶을 이어간다.
그 모습은 슬프면서도 아름다웠다.
루스가 수영을 하면서 생각한 것들을 그대로 담은 글을 읽으면서 너무도 현실적인 표현들이 마음에 다가왔다.
그녀의 감정과 생각들에 20%정도도 공감하지 못했을지 모르지만..

그렇게 힘들지만 덤덤하게 삶을 이어가는 강인한 그녀덕에 2~3년의 시한부가 10년이 다 되어가도록 살며 다섯아이를 함께 키워가는 모습.
눈동자만 움직일 수 있는 상황에서도 시선구동 컴퓨터로 소통해 영화를 만들어 영화감독이 된 모습.
<어쩌면 끝이 정해진 이야기라 해도>라는 책 제목처럼
'그렇다 해도' 살아내는 모습을 보며 나도 오늘 하루 힘을 내어본다.

부부의 삶이 다큐멘터리로 제작돼 국내에도 소개되었다고 하니까 찾아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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