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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의 이름 ㅣ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38
아모스 오즈 지음, 정회성 옮김 / 비룡소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어린 시절이 이야기란 항상 아련하고 애틋하지.
오기에 찬 다짐에도 불구하고 슬퍼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세상의 모든 것이 변한다는 사실이 슬펐다.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이 슬펐다. 심지어 이 저녁이 다시는 오지 않으리라는 사실조차 슬펐다. 비록 즐겁고 행복한 저녁은 아니었지만,아니 즐겁고 행복하기는커녕 괴롭고 비참한 저녁이었지만 나는 이 저녁이 두 번 다시 오지 않으리라는 사실이 몹시도 슬프게 느껴졌다.P69
어느 날 나는 선물로 받은 자전거를 장난감 기차 세트와 바꾸었고, 다시 그 기차를 개 한 마리와 바꾸었으며, 그 개를 잃고 난 뒤 연필깍이를 주웠으나 그 연필깍이마저 사랑과 바꾸어 버렸다.
하지만 이 문장은 완벽하다고 할 수 없다. 연필깍이와 바꾸기 전부터, 아니 일련의 물물 교환이 시작되기 전부터 나는 줄곧 에스티를 사랑해 왔으니까.
그런데 그 사랑이 왜 지속되지 않았으나고? 그건 아무래도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수많은 의문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살다 보면 숱한 의문과 부닥치게 된다. 왜 여름이 지났는데 또다시 여름이 찾아오는 걸까? 왜 계절은 계속해서 반복되는 걸까? 왜 잉바르 씨는 병에 걸렸을까? 왜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은 변할까? 기왕 의문을 품은 김에 한 가지만 더 품어 보자. 어른이 된 나는 왜 히말라야나 오방기샤리에 가 있지 않고 여기 이스라엘에 계속 머물고 있는 걸까? 그 밖에도 의문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삶 자체가 의문투성이다. 그 의문들 중에는 해답이 없는 것이 허다하다.P11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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