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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집 이야기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
버지니아 리 버튼 지음, 홍연미 옮김 / 시공주니어 / 199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래지 않아 작은 집 아래로 지하철이 지나다니게 되었습니다. 작은 집은 지하철을 보지는 못했지만 느낄 수도, 들을 수도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점점 더 부산하게 움직였습니다. 이제 아무도 거기에 작은 집이 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모두들 흘낏 눈 돌릴 새도 없이 뛰어다니기만 했습니다.
- 버지니아 리 버튼, <작은 집 이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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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아기를 위해 그림책 전집을 구입했는데, 원래 전집 구입을 싫어하는 내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과 함께 두 번째로 구입한 전집이었다. 난 그림책에 대한 로망이 있는 사람이다. 어렸을 때 그림책을 충분히 읽지 못해서 지금도 이미지에 매우 약하다. 아이에게 그림책을 보여주는 동안에도 그림은 안 보고 활자만 쳐다보고 있는 수준... 내 아이에게는 그림책을 많이 보여줘야지 하는 생각으로 사 놓고는 내가 열심히 보고 있다. 여력이 되는 한 한 권 한 권 리뷰를 써 볼 생각이다. 버지니아 리 버튼의 <작은 집 이야기>는 시리즈의 첫번째 그림책인데 나는 들어본 적도 없는 그림책이다. 하지만 그림책 세상에서는 나름 유명한 작품인가보다. 구입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겉표지에 아이가 볼펜으로 낙서를 해놓았다. ㅠㅠ 그림은 상당히 아기자기하며 따뜻한 느낌이다. 위의 사진이 책의 겉표지인데, 윙크하고 있는 태양이 참 귀엽지 않은가? 게다가 빨간 벽돌로 지어진 작은 집은 사람이 웃고 있는 얼굴처럼 생겼다. 조용하고 깨끗한 언덕에서 즐겁게 살고 있던 작은 집은 도시생활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되는데, 오랜 시간에 걸쳐 작은 집이 살고 있던 동네가 개발되며 '도시'가 되고 작은 집은 자신을 둘러싼 주변 환경이 변화해가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본다. 작은 집을 지어준 사람의 손녀의 손녀가 결국 작은 집을 조용한 시골 마을로 옮겨주고 작은 집은 다시금 옛날의 평화를 되찾는다는 이야기이다.
우리 아이처럼 두 돌 정도의 어린아이가 보기엔 글씨가 제법 많아서, 유치원생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생에게 적합한 책인 것 같다. 그래도 그림은 예쁘기 때문에 어린 아이들에게도 보여줄만하다. 작은 집이 시골 마을에서 평화롭게 살 때에는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도시에서 살게 되면서 표정이 점점 무표정하게 바뀌고 나중에는 슬퍼하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아무도 작은 집에서 살려 하지 않을 땐 문에 X자로 망치질까지 되어 있는데 괜히 보는 내가 서글퍼졌다. 작가는 담담하게 작은 집의 입장에서 변화해가는 세상을 서술하고 있다. 복잡하고 정신없는 도시에서의 생활보다 여유롭고 소박한 시골 마을에서의 삶을 예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태도가 딱히 웅변조이거나 교조적이지는 않다. 처음엔 도시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있던 작은 집이 도시 생활을 겪고 난 뒤에 다시는 도시에 대한 호기심을 갖지 않았다는 구절이 왠지 와 닿았다. 무언가를 직접 체험해보고 나서 어떤 게 더 좋은지, 어떤 게 더 나에게 맞는지 찾게 된다는 의미도 있지 않을까?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작은 집이 한 것 같은 '경험'이 아닐까 싶다.
<작은 집 이야기>를 다 읽고난 후, 아이에게 책꽂이에 꽂혀 있는 그림책 중 읽고 싶은 걸 뽑아오라고 했더니 <수학의 저주>를 뽑아왔다. 음... 나한테 왜 이래 ㅠㅠ
출처 : http://blog.naver.com/dionysos83/30104972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