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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이야기 1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
오비디우스 지음, 이윤기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평점 :
...이 친구가 <여, 다녀왔네.> 이러면서 해변을 따라오는데 자세히 보니까 그 옆에 처녀처럼 예쁘장한 청년이 하나 따라오더군요. 이 친구는, 벌판에서 길을 잃고 헤매길래 데려왔다고 했습니다. 청년은 술에 취하고 잠에 취하여 비틀거렸습니다. 그러니까 이 오펠테스라는 자의 뒤를 제대로 따라오지도 못했죠. 저는 이 청년의 모습, 입은 옷, 지닌 물건을 자세히 보았습니다. 아무래도 여느 인간이 아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중략)...그제서야 박쿠스 신께서 몸소 나서시어 놈들을 조롱하셨습니다. 제가 신께서 놈들을 조롱하셨다고 하는 것은, 놈들의 속셈을 알아차리시고는 갑판에 서신 채 바다를 내려다보시면서 거짓울음을 터뜨리셨기 때문입니다.
-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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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을 구입, 1권부터 천천히 다시 읽기 시작했다. 세상은 넓고 인생을 짧고 읽어야할 책이 어처구니 없이 많다면, 죽기 전에 되도록 많은 고전을 읽고 죽어야 한다는 게 나의 지론인지라 고전 읽기를 다시 시작했다. 헬스하러 가서 사이클 하면서 읽는 맛이 제법 쏠쏠하다. 난 어렸을 때부터 그리스로마신화를 정말 좋아했는데, 지금까지 읽었던 수많은 판본의 그리스로마신화 뿐만 아니라 일리아드와 오딧세이까지 포함해서 진짜로 좋아한다. 얼마나 좋아했는지 아마도 지금까지 100번 가까이 읽지 않았나 싶다. 민음사 판 <변신 이야기>도 한... 세번째 읽는 것 같다. 웬만한 신들과 인물들의 이름은 다 외우고 있는데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그많은 신들 중 가장 좋아하는 신은 역시 박쿠스-디오니소스이다. 멋지지 않은가? 술의 신이라니! 위에 내가 옮겨적은 부분은, 박쿠스가 못된 뱃사람들을 돌고래로 만드는 장면이다. 젊고 예쁜 주신(酒神) 박쿠스가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을 가장 좋아한다. 울고 있는 박쿠스를 상상만해도 즐겁다.
서양 문물을 이해하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알아야 하는 게 그리스 로마신화와 성경이라는 말은 빈말이 아니다. 실제로 그리스 신화만 열심히 읽어도 알게 되는 게 정말 많으니까 말이다. '아킬레스건'이라는 말의 유래나, '-공포증'이라는 뜻의 'Phobia'의 유래 같은 것도 신화를 읽으면 다 나온다. 별자리에 관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민음사에서 나온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에서 좀 아쉬운 점은, 내가 좋아하는 영웅 중 한 명인 '테세우스'와 '헤라클레스'의 모험에 대해 자세히 언급되지 않은 것과, 막판에는 피타고라스가 뻘소리를 한다는 점, 아우구스투스 황제 예찬에 왠지 내 낯이 뜨거워졌다는 점이다. 그리고 출판된지 12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오탈자가 너무 많다는 게 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민음사 정도 규모의 출판사에서 이렇게 오탈자가 많은 책을 계속 찍어내고 있다니? 개정판이 나왔으면 좋겠는데 이윤기씨는 돌아가셨으니... 이것도 좀 힘들게 됐나 모르겠다. 1권 초반의 <아폴로와 다프네>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항상 Smashing Pumpkins의 <Daphne descends>가 생각난다.
출처 : http://blog.naver.com/dionysos83/30104974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