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어떻게 보이세요? - 본다는 것은 무엇인가, 질문의 빛을 따라서 아우름 30
엄정순 지음 / 샘터사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4년 정도 장애인과 관련한 직장에 몸 담고 있었다. 내가 주로 접했던 분들은 지적, 자폐성장애, 지체장애, 뇌병변 등등 여러 장애를 가진 분들을 접했다. 특히 지적장애를 가진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사회에 적응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한 바 있다.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지적 장애를 가진 대상에게 무엇을 가르친다는 게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과정과 배우는 것들은 놀라울 정도로 사회생활 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이 책을 보며 저자는 내가 접해보지 못한 앞을 보기 어려운 시각장애를 가진 이들을 대상으로 활동을 한다. 앞을 볼 수 없다고 해서 미술적 활동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겪어보았던 것처럼 함께 하는 이들에게는 긍정적인 의미가 크다.

 

20p. 사람들이 생각하듯이 나도 시각장애는 그냥 깜깜함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함께 미술 작업을 하면서 그들의 세계가 단지 암흑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각기 다르게 보고 있었다.

비단, 이들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각기 다르게 바라볼 뿐, 생각하지 못하는 게 아니란 걸 알게 된다.

 

저자는 앞이 보이지 않는 이들을 대상으로 미술작업을 진행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바탕으로 글을 썼다. 특히나 본인이 애써서 알기 힘든 앞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했다는 것이 책의 신선함을 느꼈다. 또한 이들이 선생님에게 하는 질문 하나하나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재미를 유발시키며 인생의 진지함이 묻어있다.

 

이 책은 코끼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코끼리를 직접 만지며 느껴지는 감정들을 미술로 표현할 수 있게끔 한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아이들이 코끼리로 상징되는 거대한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을 대면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직면하는 두려움을 돌파하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진정한 의미이지 않을까,

이미지를 만드는 것, 즉 미술 작업은 눈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많은 감각과 정서, 기억이 동시에 작동하여 나온 결과물이다

 

아이들과의 수업이 점에서 코끼리까지의 커리큘럼이 짜임새 있어보였다. 코끼리를 직접 만지고 체험하기 위해서 아이들을 데리고 비행기를 타고 멀리까지 간 모든 여정에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 저자의 믿음과 결단력도 대단함을 느꼈다.

 

시작하기 어렵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뜻이 좋으면 비좁던 길도 탄탄대로가 되어 오고 갈 수 있는 곳을 만든다. 처음이 어려웠지만 그로 인해 미술적으로 시도해보지 못했던 여러 방면에 도전 해 볼 수 있게끔 길을 열어주었고, 시도할 수 있었다. 아이들이 꿈꾸지 못했던 것을 꿈꾸게 되었고, 볼 수 없던 것을 더 넓은 감각으로 길러주었다.

 

다음 세대가 묻다 보는 것에도 특별한 노력이 필요한가요?

엄정순이 답하다 나와 다름을 보는 것이 재미있다고 느낄 때 더 많은 세상을 볼 수 있습니다. 보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내가 본 것들이 결국 나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나를 잘 들여다보고 있나, 되돌아보게 되었다.

 

<세상이 어떻게 보이세요?> 책은 본다의 의미를 자유롭게 펼쳐주고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워주었다. 저자가 가는 길을 응원해주고 싶다. 그리고 형태는 다르더라도 나도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다고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