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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야기는 무엇입니까 - 베이비부머 세대의 구술생애사를 통해 본 희망의 노년 길 찾기
김찬호.고영직.조주은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1월
평점 :
글의 설명을 살펴보면 베이비부머 세대의 구술생애사를 통해 본 희망의 노년 길 찾기라고 되어 있고, 그 세대를 살고 있는 3명의 인물(정광필, 최영식, 김춘화)과 인터뷰를 담고 있다. 책을 보며 이야기에 빠져 들었고, 남이 아닌 내 부모의 세대를 대변하고 있어서 깊게 집중하게 되었다.
사회와 비켜사는 삶, 낀 삶, 아웃사이더의 삶 등 세 명의 인물은 각기 다르지만 같은 세대를 살아왔다. 그러나 누군가의 아들, 딸이고, 아버지, 어머니이고, 자식이였다. 그런데 왜 베이비부머라는 세대에서 본인들의 삶들을 비켜있다고, 끼어있다고, 아웃사이더라고 말하는지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했다.
베이비부모는 민주화 세대의 중추를 구성하고 있다. 이 세대는 산업화 세대와 마찬가지로 도전과 개척 경험을 갖고 있고, 역사를 바꾸었다는 자부심도 공유하고 있다. 현직에서 물러나 노년층으로 접어들고 있으며 향후 변해가는 한국사회에서 어떻게 자리매김 할지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인터뷰 참여자 중 첫 번째 최영식님은 은행원으로 재직하다가 현재 ‘문래동 홍반장’이라고 불릴 만큼 지역 살림꾼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그가 그 세대를 대면할 때 나이 듦에 대한 수용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모든 것을 배척하지 않고 수용할 줄 알아야 스스로 낮추어 타인을 대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그것이 나다운 모습이라고 보았다. 최근 주목받는 창의적 나이 듦에 부합하는 삶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무엇을 먹고, 입고, 발라야 젊어 보이는지 고민하는 삶이 아니라, 자기 앞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하며 사는 삶이기 때문이다. 시간 속에 의미를 부여하는 법을 배우고 터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두 번째 인터뷰 참여자 김춘화님은 여성분으로 평범한 전업주부로서 살아오던 중 우연히 자원봉사를 하게 된 것을 계기로 봉사에 의미를 두고 그때와 지금을 살아오고 있다. 어느날 김춘화님이 공부하는 뒷모습을 보며 딸이 불쌍해하더란다, 예전에는 엄마가 먼저 공부하고 외워서 자기를 가르쳐 줬는데 지금 뒤에서 가만히 지켜보니까 읽었던 부분 수십번 읽는 것을 보며 불쌍하다고 했단다. “엄마가 기억을 잘 못하고 암기도 잘 안 되지만 이해는 더 잘한단다.” 그 말에 부모로써, 나이든 사람으로써의 자부심이 느껴졌다. 젊은 아이들보다 생에 대한 경험이 많고 알 수 없는 부분들을 이해해나가는 과정이 어른 아닐까. 그 세대가 더 빛나는 이유가 아닐까 싶었다.
세 번째 인터뷰 참여자 정광필님은 대한민국 혁신 학교의 모델이 된 이우학교 교장을 지내고 현재 서울시50플러스에서 학장을 맡고 있다. 학생운동과 노동운동 20년, 교육운동 20년을 지낸 후 이제는 동세대인 베이비부머들의 인생 2막을 지원하는 시니어 교육에 힘쓰고 있다. 공감은 하지만 현실에서 여전히 나를 붙잡고 있는 것들에서 헤어나지 못한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새롭게 출발하는 계기를 조금이나마 마련해 가고 싶다고 했다.
우리는 한 사람의 인생을 돌아보는 과정에서 그 사람이 가족, 지역 공동체, 국가와 어떻게 상호작용했는지 알게 된다. 그 안에서 베이비부머 세대는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대답이 보론으로 책에 내재되어 있다.
어떻게 보면 누구에게나 적용가능한 명제인 나이들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우리의 30년 후에는?을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다. 또한 우리 부모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잘 먹고 잘 살기엔 사회가 쳐 놓은 장막을 어떻게 걷어내고 활용가능할 것인지 살펴보는 계기가 되었다.
세 명의 베이비부머 세대들에게 느낀 공통적인 관점은 ‘지혜로움’이다. 내 세대가 아직 갖고 있지 못한 지혜가 있기에 그들만의 리그가 있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가 깨달아야 하는 게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책에서 아쉬웠던 점은 세 분 다 수도권역에 지내다 보니 정보와 문화적 접근성이 좋은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농어촌이나 지방권에 있는 분들은 노년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분명 수도권보다 조금은 다른 점이 있지 않을까 라는 의문도 들었다. 한마디로 인터뷰에 참여하신 분이 수적으로 많아져서 다양한 환경에 따라 그 입장을 들어보았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해 보았다.
나와 이 시대의 부모들에게 희망을 찾아서, 행복을 찾아서.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서 발 맞춰 걸을 수 있게 대안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