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18.8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18년 7월
평점 :
품절


더위가 너무 덥다 했더니, 8월은 순우리말로 타오름 달이다. 맞다. 온 몸이 타오르게 덥다. 온 대지가 타오르는 듯이 이글거린다. 이런 달에 우리에게 어떤 시원한 폭포수 같은 글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하며 샘터 8월호를 맞이했다.

 

책 표지를 보고 우리 동네를 보고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었다. 우리 동네는 매월 정해진 날짜에 양수리장이 열린다. 그때 보면 꽃과 화분이 예쁘게 자리잡아 있다. 깜빡하고 못 보고 지나가면 향기로 사람들을 붙잡는다. 더운날에도 잊지 않고 장날마다 오는 신선함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내가 좋아하는 코너인 <할머니의 부엌수업> 이번에는 파프리카 열무김치와 쑥전이였다. 열무김치는 생각해봤지만 그 안에 파프리카를 넣어볼 생각은 하지 못했다. 음식마다 할머니의 인생사연이 있다. 입맛이 까다롭던 시어머니는 국 한 그릇도 그냥 넘어가는 법 없이 간장이 한 숟가락 더 들어가거나 소금 한 꼬집을 넣어야 한다며 잔소리 하며 밥상을 물리곤 하셨다. 그런 순간순간의 모습들로 강일경 할머니는 지금 더 맛있는 요리를 할 수 있게 되었을지 모른다. 신장병으로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을 대신해 새로운 울타리가 되어준 큰 아들에게 고마움과 함께 미안함을 느낀다. 삶이 고비마다 힘이 돼준 아들에게 할머니는 아들, 많이 먹어!“라는 말로 고마움을 대신한다. 뜨거운 한여름, 모자지간의 따뜻한 정도 무르익어간다. 아들을 위해 차려주는 밥상처럼 정성스레 마련해준 밥상을 보고 그 푸짐함과 감사함에 얼마나 많은 좋은 감정을 느꼈는지 모른다.

 

이번호 특집은 여름휴가보다 더 좋은 것!이였다. 나의 경우에도 공황장애로 먼 곳으로 떠나지 못하고 오랜 시간 집에서 떠나 있는 것을 하지 못한다. 이 코너가 나에게 여름을 잘 보낼 수 있는 힌트를 주지 않을까 생각하며 읽게 되었다. 국토종단의 기억, 독박육아를 하는 언니를 위해 아이를 봐주었던 기억, 외국에 사는 친구와의 좋은 경험, 버킷리스트로 1종대형운전면허를 취득한 경험 등 좋은 경험이 많았다. 내가 가장 좋았던 것은 북카페에서 즐기는 소확행이였다. 비자발적으로 퇴사하며 잠시 시간이 나서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남는 시간을 북카페에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는 40대 주부의 이야기다. ‘넘어진 김에 쉬어가자. 마음껏 여유를 누리는 거야라고 생각하는 주부의 마음에서 나 또한 같은 마음을 느꼈다. 맞아. 나도 어쩌면 공황장애로 인해 인생을 놓고 봤을 때 휴가를 얻은 것임에 틀림없어. 이 시간을 쉬어가며 마음껏 누리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하게 되었다.

 

행복일기 코너에서도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다글이 내 이목을 집중시켰다. 자주 들어가는 인터넷 카페에서 특별한 글이 올라온다. 남편 생일인데 어렵게 살아 선물할 형편이 못 된다며, 여기 공개하는 남편의 전화번호로 생일축하한다는 문자를 보내달라는 내용이었다. 수십명이 그 번호로 축하문자를 보냈고 그날 저녁 그녀는 남편이 아주 즐거워했다며 감사의 글을 올렸다.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그처럼 가난하다고 해서 생일을 축하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방법은 많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여러명에게 축하문자를 받은 남편 또한 얼마나 행복했을까 생각하니 나 또한 즐거워졌다. 그런 생각을 해낸 부인의 아이디어가 대단했다.

 

이번호에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 김보통님의 글이 수록되어 있었다. <아직, 불행하지 않습니다>, <어른이 된다는 서글픈 일>로 알게된 작가이다. 골목에서 만나는 누군가의 삶을 말하고 있는데 내가 좋아하는 작가를 또 내가 좋아하는 샘터에서 만나게 되어서 반가웠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글을 연재했으면 좋겠다고 바랬다. 매달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글을 만날 수 있게 되어서 기쁨이 배가 된다.

 

캠퍼스 다이어리에서 인생을 배우는 이색 교양수업이 새로웠다. 내가 학교 다닐때는 외국의 문화와 관련된 교양을 접하거나 글쓰기와 관련된 수업을 들었는데 현재는 학점에 신경쓰지 않고 내 삶을 즐기며 과목을 들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특히 감사일기를 쓰는 수업이 마음에 들었다. 나도 현재 감사일기를 쓰고 있다. 정신과 의사선생님이 추천해주신 방법이였다. 그런 치료적 접근 방법이 과목으로 만들어진다면 학생들이 얼마나 폭넓은 이해관계와 삶의 풍요로움을 느낄까 생각하니 내가 더 즐거워졌다.

 

무더위와 함께 찾아온 <샘터>, 자칫하면 너무 더워서 글읽기에 부담을 느낄 수도 있는데 새로운 소재들로 글들이 와서 가독성이 너무 좋았다. 새롭게 만나보는 작가도 있어서 좋았고 내용이 가득 찬 기분이였다. 여름휴가 보다 좋은 것들을 보며 나도 휴가는 아니지만 지금 시즌에 실천해볼 수 있는 무언가가 담겨져 있다는 사실에 기쁜 마음이였다. 앞으로도 샘터의 행보가 기대된다.

 

http://post.naver.com/isamt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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