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도서관
김이경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4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책을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이 만들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오래된 고전에 정통하고, 해외서적에 대해서도 해박한 분이 글을 썼다고 생각될 정도로 내용이 한 곳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하게 어우러짐을 느꼈다. 얼마전에 읽은 책을 지키는 고양이편에 나왔던 책을 구해내려고 여러 가지 여정을 겪었던 주인공이 생각났다. 조금 별나기도 하면서 도서관과 책을 지키려는 모습이 사뭇 진지했다.

 

살아 있는 도서관도 여러 가지 직업이나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본인이 겪었던 삶을 이야기 해주는 것이 도서관이라고 부르는 것도 신기했고, 아이디어도 기발했다. 실제로 해외에서도 이런 사례가 운영되고 있다고 했다. 언제부터 시작된건지는 모르지만 한국에서도 *이라는 곳에서 사람 도서관 컨셉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그 도서관의 근원을 헤쳐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나 또한 살아있는 도서관의 책이 된다면 어떠한 책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 호러나 역사물보다는 자기계발이나 로맨스물 이였으면 좋겠다.

 

책의 내용 중에 책의 적을 찾아서라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 책의 역사를 더럽히고 피해를 주었으며, 죄를 저지른 사람이 누구인가, 가장 해악한 사람을 정하는 모의재판이 열리는데 이 부분이 참으로 흥미로웠다. 정치적 이유에서 책을 불태운 진시황과 히틀러, 신앙을 이유로 도서관을 파괴한 테오필루스, 이민족 문화를 말살한 카라지치, 이중에서 누가 제일 해악했는지는 물었다. 여러 가지 대답과 물음 중에서 결국은 책의 적은 책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과연 책의 적은 책일까? 읽다보면 그럴듯한 의견들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설득 당한다.

 

책의 후반부에 갈수록 소설 속 책 이야기의 배경이 된 것을 알려준다. 단순한 허구라고 생각했던 책과 도서관의 내용이 실제로 있었던 도서관과 책들, 역사를 배경으로 했다는 것이 놀라움을 자아냈다.

 

<살아 있는 도서관>은 제본형식이 누드제본을 택하고 있다. 다른 책을 만들때보다 수고로움이 더 필요했을 것 같고, 노력치가 더해진 것 같다. 읽으면서 혹시라도 책이 반토막 나거나 찢어지는 것 아닐까 걱정을 했었는데 더 단단하게 묶여져 있어서 그런지 책이 토막나거나 찢어지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보기에도 좋았고, 읽기에도 쫙쫙 펴져서 잘 읽혀졌다.

 

도서관을 떠올렸을 때 정적인 분위기가 있는데, 역동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주었고, 사람과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이미지를 만들어줬다. 또한 책을 가까이 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은 상상했을법한 책과의 깊은 심연을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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