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령의 명작 산책 - 내 인생을 살찌운 행복한 책읽기
이미령 지음 / 상상출판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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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불교를 전공하고 불교 관련된 작업을 많이 해서인지, 그쪽 분야와 관련된 책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번 책에서 명작으로 소개된 책 중에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그 뜻을 헤아릴 수 있을까. 일단 설명해보고자 한다.

 

<공의 세계>란 책이 그러했다. 현사가 어부였는데 고기 잡는 일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어느날 아버지와 같이 고기잡이 나갔다가 아버지가 물속에 빠졌다. 당황하였지만 아버지를 구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발심하여 출가했다. 이 부분이 납득이 안 되었다. 본인의 마음이 시끄러워 출가하지 못하는 것이지, 어떻게 불효를 저지르면서까지 물 속에 빠진 아버지를 구하지 않고 그 길로 출가를 할 수 있느냐는 말이다. 누군가 죽어나갈 때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나서야 자신이 원하는 삶을 깨달아 그 길을 찾아나서는 모습이 전혀 이해가지 않았다. 하지만 저자는 그토록 처절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나의 가족 중에 종교에 귀의하신 분이 계셔서 이 대목을 읽어드렸다. 그 분은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역시 입장과 가치관의 차이 같다.

 

<셰익스피어&컴퍼니>가 나온다. 이 책은 얼마 전 <당신이 나와 같은 시간 속에 있기를>책에서도 여행가이자 저자가 영화 여행을 떠나며 직접 다녀온 곳이다. 여행지로도 손꼽히고, 명작으로도 꼽히는 이 파리에 고서점을 이제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다. 이 서점은 수많은 유명 작가들이 발을 디디는 곳이고, 직원이 있기는 하지만 서점의 문을 열고 닫는 일, 책 판 돈ㅇㄹ 관리하는 일 등 모두가 그 서점에서 공짜로 먹고 자는 나그네들의 몫이다. 오갈 데 없는 젊은 여행객이나 작가 지망생들이 자기 이력서 한 장만 제대로 쓰면 맘껏 숙식하며 지낼 수 있다고 한다. <당신이 나와 같은 시간 속에 있기를>에서는 이 서점에서 머물려면 자서전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무엇이 맞는 건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나그네에게 충분히 비를 피할 곳을 마련해주고 머물 곳을 마련해주는 이 곳이 너무나 반갑다. 또한 아무렇게나 꽂혀 있는 책들 중에 보물도 발견할 수 있으니 이곳이야 말로 현대판 보물섬이 아닐까 싶다. 그 외에도 이 곳의 매력이 무엇인지 글로 보는 것 뿐만 아니라 직접 가보고 머물러 보고도 싶어졌다.

 

마지막으로 인상 깊었던 명작은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이다. 물론 내가 뽑은 명작 중에도 있는 책이다. 요즘 유행하는 소확행이나 와비사비라이프, 휘게스타일이 모두 헨리 데이빗 소로우가 이미 느끼고 경험한 것이 아닌가 싶다. “내 집에는 세 개의 의자가 있다. 하나는 고독을 위한 것이고 둘은 우정을 위한 것이며 셋은 사교를 위한 것이다.”이 대목에서 그의 삶을 엿볼 수 있다. 분명 필요한 것들이였지만 불필요하게 된 지금, 흥미로워하는 것들에 쉽게 질려버리고 의미없는 물건이 많아지는 요즘, 내게 세 개의 의자와 같은 철학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이번 책을 읽으며, 그동안 명작이나 고전이라고 생각했던 책들의 리스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저자가 소개해주는 책의 장르가 다양했고, 그에 따라 사람을 생각해보게 하는 영역을 넓게 해주었다. 명작들을 찾아 나서며 저자 외에 나 또한 행복해지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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