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디모데 - 지금 여기, 초대교회를 살아가는 위그노의 후예들
방선기.신광은 지음 / 두란노 / 2019년 12월
평점 :
품절




몇 년 전,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댠샤리(断捨離)” 라는 말이 유행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기점으로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를 중심으로 유행했던 라이프 스타일이라고 한다. 자연재해로 인해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많은 것들이 무의미함을 깨닫고 소유물을 향한 불필요한 집착을 끊는 생활양식을 말하는 것인데 서구권에서도 이미 미니멀리즘(Minimalism)”이라는 생활양식으로 자리 잡은 바 있다.

 

전체적인 책의 줄거리는 방선기, 신광은 두 목사님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미션디모데라는 공동체를 경험하며 겪은 느낌들을 정리한다. 미션디모데의 모든 사역은 하나님의 전적인 권능과 음성, 말씀으로 이뤄진다. 찬양은 연주자가 드러나지 않는 선에서 성경 말씀의 곡조가 붙어있는 정도이고 선포되는 설교 역시 그 흔한 예화조차 없이 담담하다. 여기까지 읽으면 뭐 그리 특별할 게 있을까 싶지만 미션디모데는 어디서도 들어본 적이 없는 특별한 형태를 자랑한다.


책에서 소개된 성도 간의 교제와 사귐, 제자훈련, 예배와 전도, 섬김과 봉사, 재정과 영적 원리, 교회 구조를 따라가다 보면 성경 본래의 그것과 특별히 다를 것도 없건만 나의 교회는 왜 이다지도 군더더기가 많은지 화가 나고 당장이라도 이곳으로 떠나고 싶어진다.

 

프랑스의 작은 시골 마을에 위치한 분파 교회의 형태인 미션디모데는 사람들의 필요에 반응하는 사역을 한다. 그들의 주된 사역인 아꺼이(노숙인 사역)와 껑(camp) 사역 역시 사람들이 필요에 반응한 결과이다. 성도가 서로 교제하고 사귀는 것이 중요하기에 교회의 크기는 그다지 크지 않도록 유지한다. 미션디모데에서 머무르는 모든 이들은 숙소 비용을 지불하지 않지만 머무는 동안 남녀노소를 구분하지 않은 모두가 노동을 한다. 그러나 노동은 결코 체류의 대가가 아니며 미션디모데에서 머무는 이들이라면 모두 함께 참여하는 것이다. 모든 사역은 영리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기에 수익성은 변변치 않지만 이들에게는 자발적으로 서로 나누고 돌보는 것이 익숙할뿐더러 항상 주님의 음성을 귀담아 듣기에 개척 이래 한 번도 재정으로 어려움을 겪은 일은 없다. 죄 고백과 회심을 강조하는 교회에서 이들은 날 것 그대로의 말씀을 들으며 실천한다. 사업 역시 하나님의 노숙인 사역에 쓰임 받는 도구일 뿐 기업의 규모가 커진다면 기업을 팔아버릴 것이라고 고백하는 황당한 기업인의 고백 역시 이 미션디모데에서는 별난 것이 아니다.


또한 개인적으로 저자이신 두 분 목사님께서 학부 때는 다른 학문을 전공하셨다는 점도 인상 깊었다. 머리말부터 두 분의 겸손함과 박식함과는 별개로 책의 내용이 목회자의 시선이라기엔 조금 독특하다고 느껴지는 점들이 있었는데 아마 이러한 이유인 듯 했다. 사진은 책에 나오는 한 아꺼이의 대답. 짧은 답변이지만 오늘날의 교회를 향한 통찰을 주었다. 그 자체로도 훌륭한 복음에 자꾸만 포장을 하고, 시장의 경제 원리를 세일즈 포인트를 만들고자 하는 오늘날의 한국 교회. 그리고 자꾸만 멀티미디어와 인간적인 반응에 치우치는 나의 모습. 불필요한 것들이 많았다. 언제나 그러하였듯이 교회에는 십자가 하나면 충분하다. 이 책을 더 나은 한국 교회를 위해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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