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익 - 41

41 - 이재익 장편소설
이재익 지음 / 네오픽션 / 2012년 4월

사실 신간이 나온지 모르고 있다 영화 <원더풀 라디오>를 보고나서 이재익작가의 책이 너무나 읽고 싶어서 찾아보니 이 책이 나와있었다.

그래서 무섭게 사버렸고 또 무섭게 읽어버렸다.

매번 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거지만 '페이지 터너' 라는 호칭.

내가 만난 작가중의 그 말이 제일 잘 어울리는 작가가 이재익 작가 말고 또 있을까 싶다.

윤금이 사건을 모티프로 <아이린>에 이어 , 이 책 역시 실제 사건을 모티프로 해서 썼는데, 바로 밀양시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이었다.

사실 나는 '모르고 살건 모르고 넘어가자'라는 주의라 어디서 잔혹한 일이 일어났다고 친구들이나 가족들이 얘기할 때도 귀 막고 듣지 않는편이고, 기사도 잘 읽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사실 이런 사건이 있었는지 잘 몰랐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의 미간은 펴질 줄몰랐다.

41이라는 숫자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 라는 호기심으로 책을 폈었는데, 진짜 41이라는 숫자가 이렇게 더럽게 느껴질 줄이야.

41명의 고등학생이 여중생일 일년의 수십차례 강간했다. 숫자 41이라는 것에서 이미 눈치챘을 수도 있겠지만

강간 그 자체로 시작되고 강간 그 자체로 끝났던 것이 아니다. 한 번도 모자라 수십차례였고, 한명이 아니라 마흔 한명이었다.

한 여자아이에게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강간하였다. 결국 이 아이는 더이상 여자로써의 삶을 살 수 없게되었다.

더 역겨운 사실은 41명의 고등학생들은 청년이 되어 이 사회를 활보하고 있다. 왜냐고 묻는다면, 죄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하겠다.

' 법적으로 '

더이상 무어라 말해야할까. 어쩌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폭력'이라는 단어와는 떼어낼 수 없는 시대이라고 볼 수 있겠다.

뚜렷한 가해자와 뚜렷한 피해자가 존재하지 않는 폭력들이 난무하고 있다. 그저 장난이라는 이름으로.

그 심각성을 이재익 작가는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폭력성은 그 어느 책보다 짙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놓지 않고 끝까지 읽었던건 아이러니하게도 재미때문이다.

복수라는 이름의 짙은 폭력을 통해 전개되어 가는 이 책은 긴장감이라는 재미로 가득차있고 중간에 나오는 라디오와 음악같은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장치들도 있어서 너무 급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사랑은 왜 '한다'라고 하는지 아십니까? 차인표 장편소설 <오늘 예보>

오늘예보
차인표 지음 / 해냄 / 2011년 6월

이 책이 처음 출판했을 때부터 읽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으나 , 구지 읽어야 하나? 하는 마음으로 넘겼던 책이었다.

그러다 힐링캠프에 차인표씨가 나오는 것을 보게 되었고, 문득 이 책이 생각났다.

모든 책이 그러는 것은 아니지만, 작가가 어떤생각을 하는지 알고 살면 그 책을 이해하기가 쉬워진다. 바로 이 책이 그런 경우였다.

사실 이 책 자체가 '차인표'라는 사람을 말해주지 않나 싶다. 카리스마있고 약간은 무거울 것 같은 내용을 의외의 재미로 풀어나간다.

허허허 어이없는 웃음과 함께 책 한장 한장을 넘길 수 있게 해주니 내게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던 책으로 손꼽힐 것 같다.

소설을 읽다보면

' 밥은 먹는다고 하고, 잠은 잔다고 하고, 꿈은 꾼다고 합니다. 근데 왜 사랑은 한다고 하는지 아십니까? ' 라는 질문이 나온다.

문득 궁금해졌다. 왜 일까 ! 그런데 그 답을 말해주지 않고 소설을 전개해간다.

도대체 뭘까, 궁금해하면서 읽으라는건가 - 소설을 읽으면 알 수 있다는 건가 - 이런저런 생각을 했었는데,

도대체 답을 잘 모르겠었다. 그래서 답답했다.

그런데 소설 말미에 그 답이 나온다. 이 서평을 읽는 사람들 중에도 꽤나 궁금해할 사람들이 있을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여기에 답을 쓴다면 , 그건 스포이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든다.

그 답이 바로 이 책을 쓰게 된 차인표씨의 동기일 것 같아서이다. 책을 읽으며 사랑은 왜 한다라고 하는지. 그 답을 느꼈으면 좋겠다.

" 글이 사람을 안아줄 순 없겠지만, 안아주고픈 그 마음을 전할 수 있다고 믿기에 나는 이 글을 끝까지 썼다." 라는 차인표씨의 말처럼

솔직히 이 책은 나의 마음을 안아주진 못했다. 나는 주인공들처럼 실직자도 아니고, 돈 때문에 쫓기는 입장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충분히 이 책이 주고싶은 메세지를 읽었다. 그래서 많은 위로가 되었다.

삶은 험난하다. 지독하게 -

하지만 , 견디며 살아볼만한 것이다. 아니, 포기란 말은 허락되지 않은 곳이다.

그러니 힘들더라도 부대끼며 살아가보자 . 애초에 삶이 우리에게 주어진 이상, 우리는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이 세상의 이치이다.

그러니 제발 , 그 어느누구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작가의 바람처럼 이 책을 읽고 다시 희망을 가져보길 바란다.

수없이 가졌보았던 희망이었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배신을 때렸던 희망이었어도

다시 희망의 끈을 잡아볼 용기를 주는 이 책을 통해 다시 일어서 나아갈 수 있기를 ...

한련화

한련화
손승휘 지음 / 황금책방 / 2012년 4월

이 책을 읽을 때 , 내가 참 많이 부끄러웠다. 사실 서평을 써야함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한문장 한문장 꼭꼭 씹어 읽고 싶었다.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시간이 많이 지난 걸 알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이 책을 읽을 때, 나에게 왜 부끄럽냐고 묻는다면 딱히 할 말은 없다. 내가 그 시대에 살았으나 현실을 외면했던 것도 아니었는데, 나는 왜 . 부끄러웠을까-

사실 유관순하면 3.1운동이 생각나고, 3.1운동하면 유관순이 생각나게 된다. 우리는 그렇게 배웠으니까.

그동안에 나도 3.1운동하면 어떤 사람들과 일본의 악행들 이런 것들을 생각할뿐이었는데, 이 책을 읽고나서는 생각이 바뀌었다.

' 이따위 사랑을 언제쯤, 언제쯤 그만둘까 하다가 끝내 죽음에 이르는, 사랑은 지독한 것 '

이라는 책에 글귀를 보고나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내게 '사랑'이란, 그저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서나 쓰는 단어였는데 유관순을 포함한 3.1운동에 참여했던 모두에게 사랑은

오로지, 주인없는 나라를 위한 것이었다. 그래서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

무언가를 사랑한다고 말할 때, 지독하게 사랑해본 적이 있을까 ?

유관순을 포함해 이 책에 나오는 대한제국의 사람들은 '지독하게' 주인임에도 불구하고 주인행세를 하지 못하게 만들었던 나라를 사랑했다. 그래서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고, 심지어는 자신조차 잃었다.

그 사랑이 깃든 이 땅에서 나는 그들의 손톱만큼이나 이 나라를 사랑했었던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과 함께

그들의 마음에 또 그들의 사랑에 존경의 마음을 표하며 이 책을 읽었다.

조선이 버린 사람들

조선이 버린 사람들 - 1866, 애절한 죽음의 기록
이수광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12년 3월

1886년 , 병인박해가 있었다는 것은 사실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배우기도 하고 아마 교회나 성당에 다니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들어보았으리라.그저 흥선대원군의 종교적인 또 개화를 막기 위해 천주교 신부들을 죽이고 신도들을 죽였다는 것만 알고있었던 나에게 이 책의 한장 한장이 충격으로 다가왔다. 핍박. 종교를 가진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아마도 핍박이라는 단어가 보다 익숙하다고 생각되는데, 이 책을 읽으면 진정한 핍박이 무엇인지. 진정한 순교인지 알게되었다. 사실 나도 예전에 이런 책들을 접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는데, 그 때마다 너무 구역질이 나고 정신적이 충격이 커서 책을 끝까지 읽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이 아마 이런 책이었다는 것을 알았다면 읽으려고 마음을 먹지 않았을 것 같다. 어쨌든 이 책을 여는 순간부터 나는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 하나하나의 마음과 같아지려 노력했다.

그래서 그런지 가슴이 먹먹하기도 하였고, 또 너무나 아프기도 했었다.

이 책에 실려있는 모든 사건들을 하나하나 각자의 사연을 담고있었지만 그 사건속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공통된 마음이 있었다.

바로 신앙심이었다. 죽음도 막지 못한 그들의 신앙심을 보며 나의 신앙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던 것 뿐만아니라

나는 무엇을 바라보며 살고있는가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할 수 있었다.

아무도그립지않다는거짓말

아무도 그립지 않다는 거짓말 - 당신의 반대편에서 415일
변종모 지음 / 달 / 2012년 2월

아무도 그립지 않다는 거짓말.

그리움 .
예전에는 이 단어만 들어도 뭉클하던 때가 있었다.
날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었을 때도,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느끼고 있었을 때도
그리움이라는 단어를 들을때면 마치 내 이름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지금은 그리움이라는 단어를 들어도 내 마음이 움직여지지 않는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냐고 묻는다면 난 1초의 망설임 없이 아니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책 제목을 보고나니 내가 마치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있지만

책 제목처럼 아무도 그립지 않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읽고 싶었다. 내 느낌이 틀렸다는 걸 알고싶어서였다.

이 책이 그리움으로 가득차있기 때문이었을까
이 책을 읽는 내내 무언가 건드리면 안되는 상처를 자꾸 건드리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읽기 힘들었다.

여행이란 것 , 제대로 된 여행을 떠나본 적이 없기에 그저 여행이란 건 여행일 뿐이라 생각했던 나였다.
이 책을 읽고 난 나는 여행은 뻔한말이지만 참으로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라는 걸 알았다.

짧은 만남이지만 , 어쩌면 영원히 기억속에 남길 그런 추억을 가지고 싶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했다.
그런 추억이 좋아서 때로는 현실을 잠시나마 잊는 것이 너무 좋아 답을 찾지 못할 때마다 여행을 떠나면 , 어떻게될까 -
당분간은 여행이란 거 가지도 못하겠지만 , 이 책을 통해 여행에 대해 굉장히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단순히 쉬러 - 가는 것조차 조금은 두려워진 마음이 없잖게 있었다.

그래도 책 속에 있는 사진 한장 한장을 보며 나도 이런 사진을 마음에 담고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동안 , 여행이란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며 살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