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페라 소녀
이재익 지음 / 가쎄(GASSE) / 2012년 12월
평점 :
제목만 들어보면 내가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이기 때문에 읽었으리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나는 그런 이유보다 이재익 작가가 들려주는 음악은 어떤 이야기일까 하는 호기심 때문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사실 제목이 '오페라 소녀'라는 것에 고개를 갸우뚱 했었다. 늘 소설에 음악을 곁들여 이야기하던 그였지만 내가 아는 그는 주로 록음악에 대해 이야기 했기 때문이다. 그가 출판한 책 중에는 '하드록을 부탁해'라는 제목을 가진 에세이도 있을 정도로 록음악을 사랑했던 아니 지금도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문자 그대로의 '오페라'일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이 책은 오페라에 대해 깊이 이야기하고 있었다.
한 때 남부러울 것 없이 잘나가던 성악가 '한기현'. 하지만 벼는 높을 수록 고개를 숙인다라는 말은 잊고 살았던 그였다. 그런 그에게 예기치 못한 교통사고가 찾아오고 얼굴 반쪽을 잃게 된다. 음악은 배운적도 없고, 그저 듣고 노래하는 것말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맹인 유리.
그리고 어렷을 적 한기현과의 좋지않았던 인연으로 시작했던 오디션 프로그램 <어메이징 쇼>PD 민주는 한기현에게 유리에게 음악을 가르쳐 <어메이징 쇼> 생방송 무대에서 노래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이렇게 얼굴 반쪽을 잃은 괴물과 앞을 볼 수 없는 맹인이 음악을 통해 마음을 나누는 과정을 이 책은 그리고 있다.
이 책은 작가가 처음부터 영화나 뮤지컬 더나아가 오페라를 생각하고 썼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을 읽으며 또 책 속에 함께한 오페라 아리아를 듣다보니 저절로 그림이 그려졌다. 늘 음악이 함께했던 그의 책들. 그랬기 때문에 그의 책을 읽을 때면 항상 귀가 즐거웠다. 음악은 스토리에 숨어있기도 했었고 또 가끔은 숨 쉴 수 있는 여유를 주기도 했다. 그런 그의 책들 중에서 이 책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다른 건 몰라도 귀는 정말 즐거울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사실 조금만 생각해보면 뻔할 수도 있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런 뻔한 스토리 속에 깊은 음악이 자리잡고 있다. 오페라에 대해 또 그 오페라를 만들었던 여러 성악가들에 대해서 설명해주는 재미가 참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