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러리엄
로렌 올리버 지음, 조우형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마치 운명처럼 내 손에 들어왔다. 지나가는 글로 이런 책이 있다는 걸 알았고, 나중에 기회되면 읽어야지 라고 생각했었는데 ,

중고서점에 갔을 때 우연히 이 책이 있었다. 나온지 얼마 안된 신간이라 있기에는 조금 힘든 책이었는데, 오 ! 하며 바로 들고온 책이었다.

운명을 만나면 마치 이런느낌일까 - 내가 그 때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답을 원하는지 모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떤 생각을 해야하는지, 또 어떤 답을 내려야하는지 까지 모든 것이 정해졌다. 이 책을 읽은 뒤에 마음이 편안해졌고, 눈에선 참았던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이 책을 한마디 , 아니 한단어로 표현해보자면 바로 사랑이다. 사랑으로 시작해서 사랑으로 끝난다.

이렇게 철저하게 사랑을 그리고 있는 이 책의 배경은 바로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 더 나아가 감정자체를 과학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미국이다. 이 시대의 미국은, 성인이 됨과 동시에 수술을 받게 되는데, 바로 감정을 없애는 수술이다. 사랑했던 사람 , 우정을 나눴던 친구들에 대한 애틋함 , 간절함 등의 긍정적이고 플러스적인 감정들 뿐만 아니라 마이너스적인 감정들 조차 없어지게하는 수술 . 아니 수술을 하는 사람들은 이것을 치료라고 말한다. 바로 아모르 델리아 너보사라는 질병에 대한 치료. 쉽게 말하자면 사랑이라는 질병에 대한 치료이다.

사실 이 책에 대해 어떻게 써야할지 모르겠다. 이 책은 내가 지금껏 보았던 연애소설과는 차원이 달랐다. 사실 연애소설이라고 하긴 했지만 과연 이 책을 연애소설이라고 봐야하나 하는 생각이 끊이질 않는다.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 , 아니 존재해서는 안되는 공간에서 치열하게 그러나 마음 속 깊숙히 사랑을 외쳐버린 그런 소설이었다. 사실 나는 얼마전 행복과 슬픔, 기쁨과 아픔 등 몇년간 감추어져 있던 수많은 감정들이 폭풍처럼 몰아치고 지나갔었다. 그런 감정소비를 겪고나니 진이 다 빠졌었고, 그랬던 나를 견디기가 또 받아들이는게 참으로 힘들었다. 사람을 좋아하는 것 뿐만아니라 사람을 미워하는 것도 그밖에 이런저런 감정들이 어찌나 귀찮게 느껴지던지.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내가 얼마나 배부른 생각을 했었던 건지 , 내가 얼마나 바보같았었는지를 깨달았다.

자신이 키웠던 개가 죽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렇지 않게 밖에 내놓는 것말곤 더이상 신경쓰지 않는 사람들을 보다보니 . 감정이 없는 세계가 그런 사람들이 너무나 무서웠다. 그래서 감사했다. 이렇게 많은 감정들 속을 느끼며 살 수 있다는 사실에. 그것이 얼마나 축복된 일인 것인지를 깨달았다.

주인공 레나가 알렉스를 만나 생전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겪고 그 사랑에 빠져버리는 전개를 통해 사랑이라는 그 감정의 위대함과 경이로움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레나는 알렉스에게 사랑이 빠진 후 , 침대에 누워 알렉스를 그리워 하며 자신이 병에 걸렸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한다 .

이 병은 나를 죽일 것이다. 이게 나를 죽일 것이다. 나를 죽일 것이다. 죽일 것이다. 하지만 아무 상관 없다. /255페이지

이 부분이야 말로 이 책을 말해주는 또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하는 마음이다. 이 책은 해피엔딩도 그렇다고 새드엔딩도 아니다.

프롤로그, 에필로그 뿐만 아니라 작가의 말 도 없이 전적으로 사랑에 의한, 사랑을 위한 소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결론조차 딱 '사랑'이다. 존재만으로도 엄청난 기운을 뿜어내는 사랑 - 그런 사랑 그 자체를 말하는 소설 . 바로 딜러리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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