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달팽이 편지 - 내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게 하는 손거울 같은 책
윤석미 지음 / 포북(for book) / 201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달팽이 편지 .
제목만 듣고도 너무나 읽고 싶어졌던 책이었다 .
이유는 '그냥'
에세이집을 좋아하는 나도 아니었고, 집에 읽을 책이 없었던 것도 아니지만
' 그냥 ' 제목만 듣고 읽고 싶어졌던 책이었다.
이유없이 끌렸던 것 때문이었을까 .
첫장을 읽자마자 왠지모르게 울컥해서 잠시 덮고 조금 감정이 가라앉은 후에야 다시 읽을 수 있었다.
왜 그랬는지 정리가 되지 않아서 , 이 책을 읽은 지 꽤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서평을 쓰기 어려웠다.
더 이상 미뤄둘 수 없기에 쓰려고 이 책을 다시 꺼냈을 때 , 나는 이유를 알았다.
내가 이 책이 왜이렇게 읽고 싶어 했는지 또 첫장을 읽고 왜 울컥했는지 .
그 이유는 바로 이 책은 , 내 감수성을 건드렸기 때문이었다.
본문중에서 -
그 사람에게 가기 위하여
' 내 눈빛을 지우십시오 . 나는 당신을 볼 수 있습니다. 내 귀를 막으십시오. 나는 당신을 들을 수 있습니다.
발이 없어도 당신에게 갈 수 있고 , 입이 없어도 당신을 부를 수 있습니다 . '
눈빛을 지워도 , 귀를 막아도 당신을 보고 들을 수 있다고 -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한때의 연인이었던 루살로메에게 이 시를 바쳤습니다.
시를 읽다가 문득 드는 생각은,
우리가 간절히 원하는 사람의 모습도 그렇지 아니한가, 라는 겁니다.
말하지 않아도 마음을 읽어 주는 사람.
대꾸해 주지는 않아도 깊이 들어 주는 사람.
부탁하지 않았어도 먼저 알아서 해 주는 사람.
부탁할 때 그 부탁이 부끄럽지 않게 배려하는 사람.
혹시 내가 간절히 그리워하는 사람은 이런 사람이 아닐까?
'네 마음을 다 안다'라고 공감해 주는 일 ,
그리고 내 마음을 알고 고개 끄덕여 주는 진심보다 더 좋은 위로와 사랑이 있을까.
내게 그런 사람, 소중한 사람이 있는지 -
눈을 감고 억지로 떠올려 봅니다.
달팽이편지 . 페이지 / 68-69
책을 읽으면서 나는 메모에 '68-69'이라고 페이지를 적어놨다.
내 마음에 와닿았던 글이었기에 그랬으리라 싶어 , 다시 펼쳐봤는데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왜 였지 ? 라는 생각에 몇 번을 더 읽어보니 . 다시 그 때에 감정이 떠오르는 것 같았다.
이 책은 정말 달팽이 같은 책이다.
시간이 얼마나 갔는지가 중요한게 아니라
그저 이 책을 한장 한장 넘기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그런 책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