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지럼 공장 외 1편

정운자

저희 공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고양이 혓바닥 돌기를 심은 시멘트벽의 서늘한 눈매
귀, 목, 겨드랑이, 배꼽, 고관절, 무릎, 발바닥 등 용도에 맞게
소량 포장하여신속 정확 청결하게 보내드립니다

저희는 가내수공업 웃음을 만들다가
이년 전부터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
진달래, 만첩 홍매화, 변산 바람꽃 등에서
당도 높은 설렘과 바람 등을 추출하여
다량의 간지럼 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유통기한을 꼭 지켜주시고
특히 우울증이 심하신 분들 과다복용은 위험합니다
마음을 태우면 독특한 괴성과 돌발행동이 튀어나올 수 있으니부작용에 주의하세요
체질이나 체형을 바탕으로 한 적절한 처방은
머뭇거린 기쁨의 시간을 환대합니다
긴장과 공복에 특히 효과적입니다
전국에 매일 배송하고 있습니다
소량 주문도 가능합니다
지루함을 못 견디는 분에게는 곁눈질 같은 체험 파우치도 드립니다


ㅡㅡp.180 MODERN POE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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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란 무엇인가 - 초심자가 던지는 질문
이중표 지음 / 불광출판사 / 2017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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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한 권의 경이 있으니 종이와 먹으로 된 것이 아니다. 펼쳐보면 한 글자도 없으나 항상 대광명(大光明)을 내고 있다.
我有一卷經不因紙墨成展開無一字常放大光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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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의롭고 좋은 세계에서조자도 살인과 폭력은 존재한다. 우리는 평화를 희망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언제나 전쟁과 갈등 속에서 살아간다. 『일리아스는 그런 어쩔 수 없음에 관한 시인 것이다.
p.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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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길들

조용미


먹구름이 하늘을 검게 물들이며,
서서히 다가왔다.
불안은 그 아래 숨어 있다.
폭우를 거느린 그것은
순식간에 사방으로 검은 손길을 뻗어내렸고
후두두둑,
신열의 이마를 치고
여기저기 지붕 위나 유리창을 어지럽히며
뛰어다녔다.


하루 종일, 비를 그리는 마음이
먹장구름을 불러들였다.
한치 오차도 없는 먹구름의 행로에
뜻 모를 탄식과 신음소리가 새어나온다.
우렛소리는 더 먼 곳에서 돌아오고
하늘에 흰 불꽃이 내려꽂힌다.
어둠속에 번쩍이며 제 뼈를 내보이는 길들,
후끈 끼치는 흙내음과
장대비에 여름의 날들이 어두워진다
밖은 폭우에 둘러싸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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