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길들

조용미


먹구름이 하늘을 검게 물들이며,
서서히 다가왔다.
불안은 그 아래 숨어 있다.
폭우를 거느린 그것은
순식간에 사방으로 검은 손길을 뻗어내렸고
후두두둑,
신열의 이마를 치고
여기저기 지붕 위나 유리창을 어지럽히며
뛰어다녔다.


하루 종일, 비를 그리는 마음이
먹장구름을 불러들였다.
한치 오차도 없는 먹구름의 행로에
뜻 모를 탄식과 신음소리가 새어나온다.
우렛소리는 더 먼 곳에서 돌아오고
하늘에 흰 불꽃이 내려꽂힌다.
어둠속에 번쩍이며 제 뼈를 내보이는 길들,
후끈 끼치는 흙내음과
장대비에 여름의 날들이 어두워진다
밖은 폭우에 둘러싸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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