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그 소식이 여기까지 도착하려면 아직 멀었다. 소식을 기다리는 사람이 거의 절명 직전인데도 그 소식은 멀리서 멀 리서만 오고 있다. 그것이 언제 도착할까. 내가 죽고 난 뒤에 내가 죽고 나서 도착하는 소식은 지금까지 달려왔던 길 보다 더 먼 길을 눈앞에 두고 있다. 어쩌면 영영 도달하지 못할 소식을 기다리는 사람이 다 죽어가는데도 소식은 어디 까지 왔는지 기별조차 없다.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곳에서 한사람이 죽어가고 있다. 거의 죽기 직전이다. 죽어서도 기다려야 하는 소식이 있다면 나는 어디에서 기다려야 할까. 알 수 없는 곳에서 들려오는 말발굽 소리가 귓속에서 쩌렁쩌렁 울리지만 그것은 귓속의 일. 귓속에서만 들리는 일. 소식은 아직 오지 않았다. 내가 죽고 나서도 오지 않을 것이다. 내가 죽고 나서도 도착하는 소식은 한숨을 돌리기도 전에 몰려오는 피로에 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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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


오늘 나는 정말로 이상한 것을 우편으로 받았다. 그것은 내가 사막에서 낙타를 타는 사진이었다. 그러나 나는 낙타를 탄 적이 없고 사막에 가본 적도 없다. 나는 젤라바*를 입고 케피야**를 두르고 장총을 흔들고 있었다. 나는 돋보기로 그 사진을 살펴보았다. 그건 확실히 나였다. 나는 그 사진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내가 사막에서 낙타를 타는 것은 꿈꿔본 적도 없다. 내 눈 속의 광포함으로 내가 어떤 성스러운 전쟁에서 싸우고 있는 것으로 보였는데, 거기에는 죽음에 대한 공포도 없었다. 나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이 사진을 감춰야 한다. 그들은 진짜 내가 누구인지 알면 안된다. 나도 알면안된다.



*Jellalba, 아랍식 긴 옷.
**Kefych, 아람 남자들이 머리에 쓰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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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전 국토가 박물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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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호박꽃 속을 한결같이 맴도는 호박벌처럼

젖을 빨다 유두를 문 채 선잠 든 아가처럼

나오지 아니하고 그 통통한 살내 속에 있고 싶은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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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은 회화가 말의 원천이고, 시의 원천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ㅡ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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