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계 The Human Universe」 라는 에세이에서 찰스 올슨은 그리스 시대 이후, 우리의 말은 점점 지식과 개념의 설명으로 체계화되었고, 반면 경험한 것을 바로 표현하는 능력은 상실해 왔다고 주장한다. - P33

전시장에 앉아 중앙아시아의 양탄자를 바라보면 이 물건이 단지 장식품이 아니라는 사실이 명료하게 다가온다. 내 이성으로는 도무지 알수 없는 의미와 가치의 세계가 뚜렷이 존재하는 것이다. 한동안 어떤의미도 캐려 하지 않고, 그저 마음을 열어 둔 채 양탄자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불현듯 언어로는 전달할 수 없는 미묘하고 심오한 무언가가 마음바닥에서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 P36

사진은 절대적인 크기를 드러내지 않는다. 상대적인 크기를 보여줄뿐이고 미루어 짐작될 뿐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세상의 어떤 것도 자체의 크기 따윈 없으며 오직 다른 것과 비교해서어림된다는 사실이다.
- P46

샌프란시스코 아트 인스티튜트에서 사진을 공부할 때 프레드 마틴Fred Martin의 4학년 세미나 수업을 듣게 되었다. 햇볕이 잘 드는 큰 교실에서 다양한 매체를 공부하는 학생들과 서로의 작품에 대해 토론하는 수업이었다. 수업 시간은 오후 4시부터 7시까지였고, 점차 해가 저물어 실내는 어두워졌다. 하지만 프레드 마틴은 불을 켜지 못하게 했다. 그 세 시간 동안 모든 것이 변하고 있었다. 작품들, 사람들, 공간,
목소리의 어조, 서로의 관계.… 모든 것. 그것은 계시적이었다.

프레드 마틴, 고마워요. - P75

기술이 중요한 게 아니다. 문제는, 보고 느끼는 사진 속에서 사진의 내용이 되는 질감과 명도를 제대로 살릴 수 있도록 사진가의 섬세함을기르는 일이다. 음악의 음색, 목소리의 어조, 감정의 느낌, 시의 가락.
떨림의 장단, 동작의 선. - P81

천천히 나는 자연이란 비평의 대상이 아니며, 우리가 자연 속에서 느끼는 경외감은 빛, 공간, 질감 그리고 공기의 울림과 관련이 있고, 자연이란 한 번도 같은 적이 없었다는 놀라운 발견에 눈을 뜨게 되었다. 행운이란 순간적으로 바위에 드리워진 나뭇가지의 그림자 같은 것이다.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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