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
네 갈래로 찢어진 도로 귀퉁이에 쭈그려 앉아 생각했다<아무도 없다> 대낮이었고 북적거렸고 살이 따가웠으나<아무도 없다> 손을 들어도 말 걸어주지 않고 춤을 추어도 부딪힐 수 없는 여기엔 <아무도 없다> 나는 단지 집에가야 했을 뿐인데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가야 하는지 몰랐다 애초에 집이란 게 있는지조차 분명하지 않았다 정류장처럼 생긴 곳까지 뛰었다 <아무도 없다> 아무도 없어서차들이 멈추지 않았다 저기요 여기요 소리쳤는데 내 귀에도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 P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