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은 껍질까지 둥글고
아이 두엇 물어 오느라 잇몸에 그믐을 들인 여자가
몸일으키며 가랑잎처럼
웃는 병상에
엉덩이 디밀고 앉아
나는 봉지 귤을 까고
봉변에 놀란 도마뱀 꼬리처럼 툭툭 끊기는 말들
가늘게 떨리는 손바닥에
노랗게 가른 귤 조각이나 건넨다
시린 일이 귀밑머리에 쌓였는지 간밤의 잔설들
암은, 아무렴
귤은 껍질만으로도 여전히 향기롭고 둥글더라, 끄덕이면
마주 끄덕이는 누이
부끄러이 더덕꽃 낯으로 그늘진
앞섶
아이 셔, 나는 돌아앉아 흐렸다 - P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