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아름다운 것들은
땅에 있다

시인들이여

호박순 하나
걸 수 없는

허공을 파지 말라

땅을 파라 - P70

집을 나선다


집을 나선다
가방에 물 한 병 챙겨
간단히 산길 걷는다
언젠가는 물도 없이 나설 때가 있으리라
아니 나서지도 못할 때가 있으리라
고샅길 돌아 앞산 밑에 서서
내 집을 한참 내려다본다
대문 없는 저 가난한 돌담집
돌아가지 못할 날도 있으리라
집에 들고 나는 일이
홀로 가기 위한 엄중한 길임을
앞산 길에 서서 알았다
오늘 돌아왔으니
나는, 다시 나설 수 있겠구나 - P71

폭설

눈 온다
정말 시처럼 온다
뭘 빼고
더 보탤 것도 없다

넌 쓰고
난 전율한다

시는 그런 것이다
- P7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