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의 日記


비…… 하늘에서 연필이 참 많이 떨어졌다 딱 한자루만 주워서 혈관 속으로 꽂아넣었다 추억의 과녁에 거꾸로 꽂혔다
창밖으로 우산에 매달린 사람들이 버섯같이 떠다녔다 비를 맞는 나무들은 푸들푸들 떨었다 저녁 무렵 튼튼한 덧니를 빛내며 가족들이 돌아왔다 그들의 반짝이는 팔찌가 내 목덜미에 거머리처럼 들러붙었다내리깔린 내 눈에서 흘러내리는 새소리, 가족들은 마주보며 재채기를 했다 하루종일 열어놓은 두 귀가 지독하게 팽창하는 오늘은 한 자루의 연필도 지옥처럼 길었다
ㅡ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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