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필의 힘은 언제나 나를 압도한다.
서울 남산 아래에 있는 ‘문학의 집‘ 에서 문인들의 육필 전시회가 열린 적이 있었다. 거기에서 본 소설가 김주영 선생의 원고가잊혀지지 않는다. 그분의 원고는 원고지 칸을 또박또박 채운 게 아니라,백지의 여백을 빈틈없이 메운, 무슨 추상화 같은 느낌으로 처음에다가왔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백지를 메우고 있는 것은 정말 깨알처럼 촘촘하게 들어박힌 글자들이었다. 글자 하나가 얼마나 작은지, 개미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형상에 다름 아니었다. 평소에 선생은 매우 호탕한 성품의 소유자로 알고 있었는데, 작업에 들어가면 저리 꼼꼼한 ‘좀팽이‘의 글쓰기를 하시는구나싶어 경이롭기까지 했다. 그리고 한편으로 그 작은 글자 하나마다.
혼을 불어넣으며 글쓰기에 임했을 시간을 생각하니, 그 육필 원고앞에서 나는 저절로 옷깃을 여미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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