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머리에 당신이 있다. 말머리에도 당신이 있고 나는 꼬리표를뗐다. 얼마나 기다려야 도착하는가. 말 한마디의 이동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다 바꾸는 일일 텐데, 얼마나 움직여야 당신이 도착하는가. 당신에게 도착한 날부터 그걸 헤아리느라 책을 덮지 못하고 있다. 말을 떼지도 못하고 있다. 문이 열리고 닫히기를 몇 번이고 거듭한 후에야 당신이 들어왔다. 나는 잠에서 깼다. 긴 잠이아니면 짧은 잠이라도 하룻밤이 다 소요되는 당신의 방문. 당신의도착. 당신의 기척, 당신의 웃음. 당신의 있음과 그리고 없음. 있다가 없는 것이 아니라 영원히 없음. 영원히 없으므로 발견되지 않는 책에서 처음으로 당신이 시작한 말도 그래서 없음이다. 영원히 함께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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