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

석정호 


미친 사월의 머리카락이다
골목마다 팝콘 튀기는 소리를 지나 호수는
조용한 걸음으로 들판을 건너고 울타리의 작은 황금 종들은
내일 비옷을 숨겨야 한다
대여섯 줄기의 새 울음이 파들대는 언덕
연한 무릎들이 일어서고 있다
저 여린 입술을 삼키면 깊은 웅덩이가 일까
분홍발톱의 비가 올까
보리밭 너머 교회당 가는
길섶에 누룩 뱀이 똬리를 튼다
다시 앉은 식탁
해안선이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이쯤에서 쉴까 
공기방울이 귓불을 스치자
뱃심을 키운 길바닥이 문을 박차고 나간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 석양이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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