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청

당신의 글씨에서 좋은 냄새가 난다. 당신의 코에서는 취한 소리가 들린다. 당신이 눈을 감는 소리는 입에서도
나는데 그것은 아무리 묘사해도 들을 수 없는 안개 같은
맛이다. 취한 뱀이 천장을 기어 다니는 맛이다. 당신은 그
걸로 글씨를 쓴다. 그것에 반해 냄새를 맡는다. 냄새는 오
래되었다. 당신이 말을 배우기 시작한 이후로 얼음은 실 
제로 차갑고 구름은 실제로 뜨겁고 눈은 실제로 무겁다.
 너무 무거워서 비는 초록색이다. 너무 가벼워서 9가 8보 
다 더 빨간색이듯이. 붉은색이듯이. 진홍색이듯이. 변해
가는 색깔은 변해가는 기억을 대문에 붙여둔다. 대문은
이대로 가면 검은색이고 흰색이고 또 다른 색이다. 문을
닫으면 큰 소리가 난다. 문을 열면 더 요란한 주인이 소
리를 내고 있다. 날카롭고 눈부신 철 대문에 끼어서 손가
락이 부었다. 아주 특별한 재주를 가진 것처럼 우는 소리
도 차갑다. 비웃는 소리도 그에 못지않다. 얼마나 의심이
많았으면 우는 사람 앞에서도 손 한번 내밀지 않고 혀를
날름거렸을까. 취한 뱀처럼 바닥에 툭 떨어졌다. 6은 뒤
집어도 뱀이다. 9는 다시 보아도 6이다. 8이 그렇게 말했 
다. 그것은 실제로 벌어지는 일이고 좋은 냄새가 나는 것 
같다. 사이렌 소리는 물과 불을 가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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