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 있는 시간을 위하여 - 100세 철학자의 대표산문선
김형석 지음 / 김영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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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위하여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올해로 백수白壽를 맞이한 철학자이자 수필가인 저자 김형석은 우리에게 이와 같은 물음을 던진다.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맞닥뜨리게 되는 이 질문은 백세 철학자에게도 평생 고민해온 것이었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질문의 주어는 ‘나’가 아니라 ‘우리’로 확장되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남아 있는 시간을 위하여>는 이러한 물음에 대한 저자의 고민의 기록이자 삶의 기록이다. ‘그래도 인생은 선하고 아름다운 것’이라 생각하는 저자가 담담히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산다는 것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천천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잃어감에 관하여 _ 상실론  


"그러나 나는 외롭다. 이 세상에 혼자 있는 것같이 외롭다. 

... 외로움을 잊으려고 애쓰면 더 큰 외로움이 찾아들곤 한다. ... 그렇다고 누군가에게 동행을 요청할 수도 없다. 외로움은 밖에서 찾아드는 것이 아니고 마음속에서부터 차오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p. 041~042


백 년을 살아오며 저자는 많은 사랑하는 이들을 먼저 떠나보냈다. 어머니를, 아내를, 친구들을, 심지어는 후배들과 제자들까지도. 반복되는 상실로 세상이 텅 비어버린 것 같은 공허 속에서도 남은 날들을 살아가야만 하는 사람에게 고독은 그림자와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그런데 고독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자리에만 차오르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외롭지 않은 순간에도 찾아오고, 아름다운 예술이 자아내기도 하며, 한 인간으로서 나라는 존재 자체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때로 우린 고독을 갈망하기도 한다. 그는 고독은 우리 마음과 더불어 자라나는 것이라 말한다. 그렇다면 인간은 평생에 걸쳐 숱하게 찾아오는 고독들과 부대끼며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음에 구멍이 뻥 뚫린 것 같은 공허함이 느껴질 때면, 늘 내 밖에 있는 것들로 구멍을 메우기에 급급했다. 그러나 아무리 채워 넣어도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공허해지는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고독이 내 마음과 더불어 자라나는 것이라면, 너무 두려워 말고 마음의 일부로 대하는 법을 익혀보기로 했다.


  살아간다는 것 _ 인생론  

"우리는 밤의 암흑을 몰아내기 위해 촛불을 켠다. 초는 불타서 사라지고 만다.초를 중심으로 생각한다면 그 존재가 사라지는 것이다. 

그러나 초는 빛으로 바뀔 수 있어야 그 빛이 우주에 영원히 남을 수 있다. 그리고 암흑은 그 힘 때문에 자취를 감춘다."

p. 077


우리 모두는 스스로를 완성으로 이끌어갈 의무가 있고, 이를 위한 노력이 삶의 기본적인 원칙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먼저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 어떤 문제의식을 가지고 사느냐는 중요하다. 어떤 생애를 살았느냐와 통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져야 하는 문제의식은, 나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이웃에 대한 고민이 깃든 것이어야 한다. 우리는 홀로 살아갈 수 없다. 삶 자체는 하나의 공동체이기에. 따라서 내가 살고 있는 사회에 관심을 가져야 하며 나아가 그에 용기와 책임을 갖고 참여해야 한다. 내 삶의 의미가 나라는 개인을 넘어, 이웃과 역사에 영원히 남을 수 있는 것일 때 비로소 우리 삶의 의미가 채워지고 우리는 삶을 완성할 수 있다. 우리는 사랑으로,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 



"나에게 남겨진 시간이 길지 않은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인간은 누구나 주어진 현재가 최상의 시간이라는 것을 깨닫는다면, 선하고 아름다운 삶을 통해 행복을 찾아 누리려는 신념과 용기를 가져야 한다.”

p. 006


백 세,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이 훨씬 더 많은 나이. 그럼에도 그는 말한다. "남아 있는 시간을 위하여"
백 세 철학자가 들려주는 살아감에 대한 이야기가 읽는 내내 묵직한 울림과 감동을 준다. 그 깊은 통찰과 사유의 흔적을 따라가다 보면, 삶에서 방향을 잃을 때마다 두고두고 꺼내 보고 싶은 이야기들이 마음에 한가득 남는다. 우리는 무엇을 위하여,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책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최상의 오늘을 위하여, 남아 있는 모든 시간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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