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희의 밥과 숨
문성희 지음 / 김영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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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필요한가? 숨 쉬는 것 외에, 배고픔을 면하는 것 외에, 살아 있음을 감지하는 것 외에 무엇이 더 필요한가? (p. 021)



  # 밥   


먹는 것이 단순해지자 사는 것도 단순해지고 가벼워졌다. 몸이 가벼워질수록 생의 찬미도 쉬워졌고 삶의 이해도 깊어졌다. 나는 살아가는 데 있어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되었다. (p. 090)


저자는 단순하고 소박한 삶을 지향한다. 그에게 산다는 것은 그저 먹고 숨 쉬는 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먹기와 숨쉬기 외에 모든 것은 삶에 부수적이다. 
요리 학원을 하며 화려하고 멋진 요리에 몰두해왔던 저자는 어느 날부터 맛있는 음식을 요리해 먹기에 이르는 모든 과정이 번잡하게 느껴지고 견딜 수 없이 싫어졌다. 몸이 단순하게 먹기를 원했다. 그래서 채식을 시작했다. 채식을 통해 몸은 물론이고 마음까지 맑고 가벼워짐을 느꼈다. 


이러한 경험은 삶의 다른 영역으로 확대되었다. 먹는 것뿐만 아니라 입는 것, 소유하는 것, 나아가 관계에 이르기까지 단순함과 가벼움을 추구했다. 입던 옷을 비롯해, 오로지 생존하는데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많은 물건들을 버렸다. 그리고 너무 많이 알지 않고자 했다. 스마트폰과 컴퓨터는 물론이고 책, 텔레비전, 신문도 보지 않았다. 그리고 그 시간을 요가 수련과 명상으로 채웠다. 채식과 요가 수련, 명상을 통해 오직 내 몸과 마음에 관심을 가지고 돌보는 일에 집중했다. 그야말로 미니멀 라이프다. 먹는 것이 단순해지자 마음이 단순해졌고 삶 전체가 단순하고 가벼워졌다. 



   # 숨   


갖지 않고도 삶을 채울 수 있는 것이 이다지도 많다니. 가난은 결핍이 아니었다. 

나의 생존을 위하여 필요한 것을 이미 하늘이 준비해두었다는 것을 왜 몰랐을까? 숨을 쉰다는 것 외에 또 다른 존재함이 있기나 한 것일까? 지금 이 순간 그저 숨 쉬고 있다는 것, 그것만이 내가 간절히 원하고 바라는 것이었다. (p.102)


저자는 문명의 의존도를 최소화 한 자기주도적 삶을 살고자 했다. 여기서 말하는 자기주도적 삶은, 내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을 내가 직접 만드는 것이다. 내가 먹을 음식, 입을 옷, 사용할 물건을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손수 만든다. 불필요하게 소유하지 않고, 외적인 것이 아닌 나의 내면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그에게 물건을 만들기 위해 바느질을 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명상의 시간이다. 한 땀 한 땀 꿰어낼 때마다 내면에 집중하며 숨을 가지런히 고른다. 내게 필요한 것들을 직접 만들며 숨을 쉬고, 그 숨이 나를 채운다. 그렇게 나는 존재한다.


나를 둘러싼 것들, 외부의 것들에 얽매이지 않고 오롯이 내 존재에 집중하는 것. 이러한 삶의 방식을 통해 저자는 삶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삶 자체를 선물로 받아들이게 되었고, 그것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었다. 내 안을 들여다보며 밥과 숨 만으로 차곡차곡 채우는 것. 생존에 있어 근원이 되는 밥 그리고 숨으로 나를 구성함으로써 존재는 깊은 뿌리를 내린다. 이것이 온전히 나로 설 수 있는 힘을 길러주었을 것이다. 바람이 불어와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도록.
충분히 많은 것을 가졌음에도, 그에 만족하기보다는 갖지 못한 것을 갈망할 때가 더 많다. 그럴 때면 마음이 채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왔다. 마음을 채우는 일은 늘 어렵기에 자꾸만 다른 것으로, 다른 사람으로 그 틈을 대신 메꿔보려는 것이라고. 오늘은 가만히 앉아 숨을 고르고 나에게 집중하고 싶다. 그리고 생각할 것이다. 지금 쉬는 숨이 나를 채우고, 그렇게 온전히 존재할 수 있다고. 나를 채우는 힘은 분명 내 안에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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