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포트 피크닉
김민서 지음 / 노블마인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찰나의 간극에 갇혀 있다는 감각.
현실도 비현실도 아닌 세계에서의 피크닉은 삶의 고민들과 미루고 싶은 결정들에서
잠시나마 자유롭게 만들었다"
 
누구나 한번쯤은 꿈꾸는 낯선 나라로의 여행,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고 무엇을 바라보고 무엇을 꿈꾸는가? 라는 물음을 던질법한 몽상과도 같은 설레임을 가져본적이 있는지?

거기에 뜻하지 않게 찾아오는 달콤한 로맨스를 기대하는건 결코 나혼자만의 시시콜콜한 생각은 아니겠지? 과거로부터 도망치고

현재를 비관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미래를 갈망하며 한템포 쉬기 위한 나를 위해 떠나는 여행!

내가 어릴적부터 그려왔던 환상이며 꿈이었다. 하지만 시간에 쫓기고 돈에 얽매이다보니 그런 호사스런 취미는 제한되어지기 시작했다.

약속장소를 공항앞으로 잡았던 어느날, 날 데리러 오겠다던 나의 동생은 30분이 지나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난 그렇게 공항앞에서

해메다 결국 공항순례(?)까지 하게 되었다.그렇다! 20대초반의 나에게 그곳은 감히 동경해마지 않는 로망이었다. 배낭을 매고 예쁜

캐리어를 끌고 티켓을 보란듯이 손에 들고 내가 여행 할 곳에 대해 소개 되어있는 책을 미리 답사하고 느긋하게 나를 실어다 줄 비행기를

기다리는 일~쇼핑리스트에 빼곡히 적힌 것들을 체크하며 미친듯이 면세점을 해매는 내 모습을 얼마나 오랫동안 상상했는지...그렇게

20대를 시작하고 사회에 부딪혀가며 또 다른 성장통을 겪었던 나에게 여행이란 현실에서의 돌파구이자 내스스로의 위안이었다.

그 꿈을 조금씩 미뤘던 그때에 공항순례를 했던 그날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었다. 한적한 공항에는 어디론가 떠나는 사람과 방금

이곳에 도착한 사람들이 나만큼이나 우울하고 상기된 모습으로 오고 갔다. 시간이 멈춰버린듯한 그곳에서 난 작은 상상을 했고 기대에

부풀었으며 설레임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러나 아무 목적지도 없었던 그날의 그곳은 나에게 텅 빈 깡통처럼 일그러진 창백한 현실일 뿐이었다.

 


 

2010년 4월 14일 폭발한 아이슬란드 에이야프얄라요쿨 화산에서 거대한 화산재 구름이 분출되며 비롯된 하늘길 봉쇄로 인해 15일에만

전세계에서 항공기 5,000~6,000여대가 결항됐고 여행객 60만명의 발이 묶였다. 화산폭발 지점이 공교롭게도 유럽으로 향하는 대부분의

항공노선이 겹치는 '길목'이어서 피해가 더욱 컸다. 화산재가 아이슬란드에서 남동쪽으로 부는 강한 바람을 타고 유럽대륙 전역을 거쳐

러시아까지 퍼질것으로 예상돼 항공기 운항이 정상화되는데 최소 48시간에서 일주일까지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렇다. 이것은 실제상황이었다. 잠시 잊고 있었는데 <에어포트 피크닉>이란 책을 만나고나서야 새삼 다시금 떠올릴 수 있었다. 뜻하지 않은

'항공대란'... 낯선 타국에서 발이 묶여버린 여행객들의 두려움 그리고 그 공간안에서 벌어졌을법한 일들을 책 속에 고스란히 담아 놓았다.

참..아이러니한건 이 책을 다 읽고나서야 이것이 사실을 바탕으로 써진 책이란걸 100% 실감했다는 것이다. 난 왜이렇게 무딘건지...: D

소설속에 등장하는 많은 사람들... 과거의 영광을 그리워 하는 사람, 인생의 갈림길에서 가지 않았던 길을 그려보는 사람, 미래가 오는것이

두려운 사람, 과거에 사로잡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사람. 어릴 적 영국으로 입양된 제임스, 자신이 처한 현실과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아이를 입양보낸 엘리자베스, 6.25 참전용사 해리, 세계적인 모델을 꿈꾸는 무명모델 크리스티나, 한때 잘나갔던 B급 영화감독 기욤,

그리고 남자에게 실연당해 눈물샘이 마를 날 없는 줄리엣등 책속에는 각기 다른 사연과 고민들로 똘똘 뭉친 사람들이 아이슬란드 화산재로

인해 결항되버린 유럽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인천공항에 노숙 아닌 노숙을 하게되면서 시작된다. 자신만의 세계에 고립된 사람들이 펼치는

자아를 찾아가는 이야기라고 해야할까? 아니면 불안하고 찌들린 삶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던 일말의 에피소드라고 해두는것이 좋을까?

아마 책을 읽은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느끼는바가 다르리라 생각된다. 내가 느낀건 공항이 여행의 출발점과 도착점만은 아니

라는 것이다. 잠시 들리는 경유지라 할지라도 그곳에서 내 이상형을 만날수도 있고 잃어버린 옛친구를 만날 수도 있고 내 첫사랑과 닮은

멋진 남자를 만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뜻하지 않은 사건사고로 좀 더 특별하고 유쾌한 <어느 멋진날>의 일부분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사실 처음 책을 펼쳐들었을때 너무 우왕좌왕하는 글들에 적잖이 당황했었다. 아...! 이 수많은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어찌 다 외울까...하는

이 사람들 그냥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이겠지? 그런데 다양한 사연들로 중무장한 이 소설속 주인공들은 제발 자신들에게 관심좀 가져달라고

무언의 압박을 가하고 있었다. 난 그리워 질 것이다. 남자에게 실연당해 질질 짰던 줄리엣도 너무나도 아름답고 현명한 여인 헤더도 그리고

잔소리 대마왕같으며 남의 일에 간섭하기 좋아하는 전사 해리 할아버지도 또한 처음이자 마지막 데이트를 멋지게 장식했던 제임스와 호주의

이야기들도 그리워 질 것이다. 과연 제임스와 호주는 영국에서 재회할 수 있을까? 이둘의 로맨스가 난 왜 궁금해질까? 아마도 한번쯤은 내가

꿈꿨던 특별한 로맨스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공항에서 만난 타인과...친구,가족에게도 말하지 못한 고민과 비밀들을 이야기하고 교감할 수

있다는 것!어쩌면 하룻밤 또는 한순간이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을까? 내일이면 각자의 길로 돌아가 그순간은 추억이 되버릴 수 있기 때문에.

평범하기도 하고 잠시나마의 일탈일뿐인 그순간의 찰나는 누군가에겐 위로가 되고 누군가에겐 새로운 경험일 수 있으며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도전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어느 공항에서의 멋진 만남을 기대하며 아마 그 찰나의 순간에 이 책을 떠올리겠지?!... : D

 

"미국에서 행한 조사에 따르면 미혼 남녀들이 운명적인 만남을 기대하는 장소로 첫손에 꼽은 장소가 공항이었다고 하오. 장담하는데 비행기

운항을 기다리며 굳이 멋진 까페에 앉아 있는 여자들은 백이면 백 남자가 말 걸어주길 기대하는 거요.좀 도움을 주자면 새로운 인연을 만나기에

가장 이상적인 공항은 필라델피아 공항이라오. 왜인지 아시오? 밥먹듯이 연착을 하기 때문이지. 전광판에 비행기 이륙 연기가 뜨는 즉시

여자든 남자든 트렁크를 들고 쏜살같이 카페로 달려가는 거요. 낭만적인 첫 만남을 기대하며. 비행기 연착을 경험한 미혼 남녀 중 무려 10

퍼센트가 연착으로 새로운 인연을 만났다는 통계가 있소...(중략) 결국은 사랑인거요. 결국 남는 건 남자와 여자밖에 없지. 공항만큼 설레이는

장소가 어디 있겠소?...(중략) 여기서 새로운 인연을 만나지 못한다면 자신의 매력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는거요."    p. 123~12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리에서의 점심
엘리자베스 바드 지음, 오정아 옮김 / 노블마인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가끔은 몽상과도 비슷한 생각이나 감정에 빠지게 되는 경우가 있다. 해외여행 (특히 유럽?)을 갔을때 현지인과 사랑에 빠져 황홀한 로맨스에

빠지게 되는 상상을 해본다거나 때론 설레임을 한다발 안고서 사랑하는 연인을 위해 멋진 레시피를 성공시켜가며 뿌듯해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런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면서 시종일관 영화를 보는듯한 착각에 빠졌었다. 엘리자베스를 쫓아다니며 그녀가 쓴 시나리오에 빠져 허우적

거리며 만족해하는 내 모습을 보았다.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프랑스 구두가게에서 나와 말도 통하지 않는 점원과의 대화에 상실감을 느끼는

엘리자베스의 모습, 사랑하는 연인 그웬달을 위해 모든것을 포기(?)하고 프랑스로 날아가는 멋지고 용기 있는 모습, 미국인이면서도 프랑스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던 이유중에는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영혼을 울리는 프랑스 레시피가 한 몫 톡톡히 하지 않았을까?

 

책을 읽으면서 나는 많은 공감을 했다. 나이도 비슷했고 나 역시 직업과 사랑, 결혼에 고민 할 나이가 되어있었다. 솔직하게 말해서 지금 당장

옆에 있는 사람과 결혼을 생각하게 될 때도 많은 고민과 걱정을 하기 마련이다. 같은 문화를 누리고 살아도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생기는데

미국인과 프랑스인이 만나 사랑이란 울타리를 쳐놓고 그 안에 공간을 마련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문화적인 차이에서 오는 여러가지 갈등과

그리고 각자의 가족을 이해시키고 화합(?)해 나가는 일들, 엘리자베스와 그웬달이 사랑이란 감투를 쓴 모든 역경들을 풀어 나가는 과정들이

날 감동시켰다. 마치 전쟁터에서 하루종일 적들과 싸우고 치친 심신을 집으로 돌아와 따뜻한 수프 한그릇으로 온기를 채워낸 기분이랄까?

그녀의 마음은 사랑으로 가득했지만 어느 한곳은 외로움으로 허기졌을 것이다. 그 외로움과 상실감은 멋진 레시피를 통해 위로 받았을 것이다.

 

파리에서의 점심 한번으로 인생이 바뀐 엘리자베스, "프랑스인 남편과 처음 잠자리를 한 것은 첫 데이트 도중이었다."라고 다소 위험한(?)

발언을 쿨하게 내뱉은 그녀의 당당함이 너무 멋있었다. 매순간 순간의 위기와 갈등을 그녀의 재치있는 통찰력과 뼈속까지 든든하고 꽉 찬 맛있는

레시피로 위안하고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은 그녀의 건강과 삶과 생각, 그리고 가족과 연인에 대한 끊임없는 배려와 사랑때문이지 않을까?

비록 미국과 프랑스라는 문화적인 차이의 거리감이 깔려있긴하지만 꼭 사회성을 생각하지 않아도 이 책은 내 지갑을 꽉 채워주고 사회적 지위를

높여줄 '일'과 내 평생의 반려자를 만나기 위한 노력의 '사랑' 그리고 또 다른 내 삶의 버팀목 '가족'이란 이름때문에 방황하고 상처받고 다시

치유되는 모든 여자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왜 그런거 있지않은가?  행복한 영화를 보았는데 왠지 눈물이 나는 그런 기분!

 

책은 영혼을 위한 소울푸드로 가득하다. 유혹을 위한 레시피, 주말별식, 봄의 모임을 위한 레시피, 장 본 날의 만찬, 활기를 불어 넣는 요리

프랑스식 위로의 음식등 자신의 삶에 의미를 더한 음식들로 흘러넘친다. 재료가 부족해 똑같인 만들지 못하더라도 그날의 기분이나 일정에 따라

같은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면 마음을 따스하게 해 줄 뿐만 아니라 지금의 내가 멋진 프랑스에서의 식사를 하는 듯한 착각에 빠지지 않을까?

일과 사랑 그리고 음식! 모든것을 본인의 의지대로 멋지게 소화시켜낼 수 있는 그녀의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그녀는 사랑을 요리하고 요리로

사랑을 표현할 줄 아는 부드러운 여자인 반면 사랑을 위해 프랑스행도 마다하지 않는 정열의 여자였다. 같은 여자로써 질투까지 날 정도다!!!

내게도 가족대대로 내려오는 멋진 레시피가 있었음 좋겠다. 요리를 통해 인생을 돌아볼 줄 아는 지혜를 그리고 무한한 꿈을 맛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초콜릿 코스모스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학창시절 소극장이라고 하기에도 뭐한 곳에서 '연극'이란걸 처음 봤었다. 내용이 어떤 것이었는지 기억조차 희미하지만

아련하게 떠오르는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배우들의 표정이다. 대사 한마디, 한마디는 머리로 전달되었지만 그들의

표정은 내 마음속에 깊히 자리잡아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 후 가끔 뮤지컬을 봤었고 불행하게도 지금은 그런

문화생활을 누리기엔 조금 안타까운 지역에 살아 내 취미생활이 뮤지컬이나 오페라 라고 말하지 못하는게 못내 아쉽기도

하다. 무대안에 녹아나는 긴장감과 열정, 그리고 땀, 그들의 표정들, 살아 숨쉬고 있다는걸 너무나도 섬세하고 또렷히

보여주는 연극의 찬가가 비단 나뿐만이겠냐만은 한권의 책으로 다시 한번 연극과 설레이는 마음으로 마주했다.

 

온다리쿠 작가의 책을 처음 접했을때 또 다른 세계를 발견한듯 흥분했었다. 신선하면서도 묘한 매력에 빠져 한동안은

그녀의 책을 몰아치기로 읽은 적이 있다. 온다 리쿠 작가만의 독특한 몽환적인 느낌들, 그녀의 책을 읽을때면 현실과는 다른

세계에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폭주하듯 그녀의 책을 탐닉해서인지 신간이 나올때마다 조금씩 실망도 했다. 내가 처음

느꼈던 그 느낌들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었다. 뭐랄까...그 이전의 온다 리쿠 책들이 약간 과거의 이미지들을 떠올리게

한다면 요즘들어 내가 접하는 그녀의 신간들은 현재와 너무나도 가까운듯한 느낌을 준다. 말로 설명하기 뭐한 그 느낌들.

아마 그녀의 책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나의 이런 마음을 알아채주지 않을까 싶다^^*

 

 

보통 사람이 도달할 수 없는 세계를 보는 사람들을 우리는 천재라고 부릅니다.

그녀들의 이름은 천재 여배우입니다.

 

배우들을 난 지금껏 어떻게 생각했는지...이런 물음조차 무의미해지는 지금, 당연히 그들은 스타가 되기 위함인줄로만

알았다. 화려한 삶,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그리고 팬들의 사랑을 먹고 사는..정말 흔하디 흔한 의미로만 생각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편견 아닌 편견을 버리게 해준건 아이러니하게도 이 한권의 책이었다. 배우로 살 수 밖에 없는

운명도 있을 수 있겠구나 싶은 마음을 가지게 해준 단 하나의 책. 어쩌면 온다 리쿠 작가의 역량을 온전히 받아들였기

때문에 이 책을 딱히 삐딱하게 바라볼 수 없었을런지도 모르겠다. 사실은 한순간 깊히 빠졌다가 이내 시큰둥해졌는지도

모른다. 그녀의 책들은 읽는 그 순간의 몰입도가 상당하지만 막상 책장을 덮으면 알쏭달쏭한 기분에 빠져 허우적되기 일쑤니까.

 

연기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사사키 아스카' 타고난 운명이랄 수 밖에 없는 그녀의 눈부신 재능을 보고 있노라면 그저

부럽기만하다. 남들은 죽어라 노력해도 가질 수 없는 것을 그녀는 단순간 호기심으로 시작해서 자기 자신을 넘어서버렸다.

그러나 그녀에게도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으니 자신이 연기를 왜 하고있는지 그 의미를 모른다는 것이다. 하고싶어서가 아닌

몸이 이끄는대로 그 배역에 충실할뿐. 그녀 자신은 그안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명의 여배우가 있었으니

온 집안이 배우나 방송계에 종사하고 있어 그 일이 그저 천직이라고 여기면서 성장해온 천재 배우 '아즈마 교코'

그리고 이 계통에선  전설적인 인물인 세리자와 다이지로의 작품에 초대받게 될 두 여배우의 오디션이 지금 막 시작 됐다.

 

'두 여자가 하는 연극' 이런 설정만큼이나 긴장감이 감도는게 또 있을까? 그저 자존심 대결이라 하기엔 뭔가 부족한듯한

느낌, 연기에 대한 자신의 존재가 불완전한 사람과 자신의 선택이 아닌 물흐르듯 그저 연기에 자신을 맡겨버린 사람과의 충돌.

책을 읽으면서 소름 끼치도록 놀란건 연기를 하는 그 사람들의 열정이었다. 눈으로 보는게 아닌 피부로 느끼면서 알게 된

배우들의 열정과 환희를 어떻게 표현해야할까? 그 짜릿하고 긴장되는 순간과 질투와 시기어린 시선들을 어떻게 얘기해야할까?

온다 리쿠 작가만의 독특한 시선과 감정으로 소름끼칠만큼 섬세한 작품이 탄생했다고 말하고싶다. 그녀들의 마음, 질투, 야망

좌절, 그리고 무엇인가를 깨달은 후의 절정까지도. 너무나도 생생하게 난 그녀들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고마워요, 온다 리쿠. 진짜 진짜 이야기를 만나게 해주어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로맨틱 교토, 판타스틱 호루모
마키메 마나부 지음, 이규원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일본문학만의 독특함이 좋아서 일본소설에만 몰두했던 적이 있다. 온다 리쿠나 요시모토 바나나 작가는 그런 나에게 일본

소설의 매력을 느끼게 해준 장본인들이다. 온다 리쿠 작가의 미스터리하면서도 판타스틱한 글들이 좋았고 바나나 작가의

담백하면서도 어딘가 싱거운 소소한 이야기들이 좋았다. 하지만 너무 일본틱한 소설들만을 고집해서인지 어느만큼 읽고나면

한동안은 질려서 일본소설에는 손도 되지 않은 적도 많았다. 좀 더 독특하거나 조금은 덜 일본스러운 일본문학이 필요했는지

모르겠다. 그러던중에 이 책을 만났다. 아이러니하게도 너무나도 일본스러운 책이었지만 참 재미나게 읽은 책이다.

'로맨틱 교토, 판타스틱 호루모' 이 얼마나 뚱딴지 같은 제목인지-_-;; 게다가 책표지는 또 얼마나 아기자기한가...충분히

끌릴수 밖에 없는 책이었다. 호루모가 무엇인지 궁금했고 책 제목을봐선 분명히 로맨스와 판타지가 만났는데 과연 얼만큼

이 두가지 소재가 잘 어울렸을지도 궁금했다. 읽으면 읽을수록 작가의 글솜씨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던 ...책을 덮고나서

나는 이 작가의 팬이 되고야 말았다.

 

귀신을 불러 전투를 벌이는 기상천외한 대학동아리들, 호루모~~라고 외치고 요상한 귀어(鬼語)를 속닥이는 이야기들이

신선하면서도 재밌었다. 여섯편의 연작소설로 이루어진 이야기들 하나하나가 산뜻하다고 해야할까? 아무튼 판타지소설을

참 좋아하는 나로써는 신선한 경험일 수 밖에 없었다. 20cm의 장난감같은 귀신 수천마리가 상공을 두둥실~떠돌아다니는

모습은 어떨까? 귀신이지만 참 귀여울 수 밖에 없을 것 같아 상상만으로도 괜히 즐거워진다. 게다가 뾰루퉁하게 튀어나온

주둥이까지 한 모습이라니...아...-_-난 정말 이 호루모들을 실제로 보고싶다구! 각자의 사랑이야기들이 크게 두각되진

않아 조금은 아쉬웠지만 읽으면서도 더 긴 내용이길 바랐던 이야기가 있었으니 맨 마지막에 나왔던 '나무 궤 사랑' 이란

이야기이다. 400년전에 살았던 남자 '나베마루'와 지금을 살고 있는 여자 '다마미'와의 이야기는 괜시리 코끝이 찡했다.

읽으면서도 '다카무라'라는 남자가 아주 걸리적거린다고 생각했는데...이런 인연이 있었구나...싶었던, '고마워 나를 발견

해줘서' 라는 말이 너무나도 슬프고 아름다웠던 순간이었다.

 

독특한 설정의 이야기만큼이나 매력적인 것은 교토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요즘들어 일본어 공부를 하고있는데

틈나는대로 일본에 관한 여행책을 모으고 있다. 여행준비를 위해서도 있지만 일본이란 나라를 잘 이해하고 싶은 욕심때문

인지도 모르겠다. 전에는 몰랐는데 일본 문학을 접해보면 그 지역들에 관한 이야기들을 여행에세이 못지 않게 알게되는

경우가 많더라는 것이다. 교토는 794년부터 1868년까지 1,00여 년간 일본 정치와 경제의 중심지였으며 지금도 '교(京=서울)'

라고 하면 교토로 알아들을 만큼 일본 전통문화의 정점을 이루는 도시라는 사실을 알아 냈다. 옮긴이의 말처럼 역사와

설화가 풍부하게 깃든 곳이어서 전통과 판타지를 결합하는데 알맞은 무대임이 틀림없는듯 하다. 그런 이유로 나는 교토라는

곳이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어디선가 오래된, 애달프고도 아름다운 사랑의 장소가 있지 않을까...

괜히 서성이게 되는 곳이 되지 않나 싶다. 교토로 떠날 그 순간을 기대하면서...그땐 다시 한번 이책을 집어 들지 않을까?

어쩌면 강가에 서서 호루모~~라고 외쳐볼지도 모르겠다-_-;;ㅎ

 

이 책은 2006년도에 커다란 화제를 불러일으킨 <가모가와 호루모>의 속편이라고 한다. 그 전편이 호루모에 관해 많은 중심을

둔 작품이라면 이번 <로맨틱 교토, 판타스틱 호루모>는 전편에 나왔던 인물들의 사랑과 고뇌를 중점적으로 그린 작품이란다.

아직 전편은 출간되지 않은 것 같아 아쉽지만 (물론 출간되면 당장 읽어 볼 작정이다) 마키메 마나부 작가의 또 다른 책이

출간되어 앞뒤 생각도 않고 구입했다. 온다여사나 바나나여사 만큼이나 내 독서생활의 활력소가 되어 줄 새로운 일본작가를

만나게 되어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이 책을 통해 느꼈던 유쾌하고 순수하며 때론 복잡미묘한 감성들을 잃지 않길, 다른 책을

통해서 만나더라도 처음 만났던 이 설레임들을 다시 느끼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1
미우라 시온 지음, 윤성원 옮김 / 북폴리오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들이 가고 싶은 곳은 하코네가 아니야. 달려야만 도달할 수 있는 어딘가 좀더 멀고 깊고 아름다운 장소.

아직 한번도 본 적이 없는 높은 곳으로 다가가고 싶다.

 

만화같은 소설, 그렇기에 더 친근하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글을 하나하나 읽고있으면 연상되는 행동들이 또렷히 상기됐다.

글을 읽는다는 생동감이 느껴졌다고나 할까? 성장드라마처럼 훈훈하면서도 뭔가 가슴뭉클한 뜨거움이 전해졌다.

어렸을적 나 또한 달리기를 했었다. 그땐 그저 뛰는게 좋았던 것 같다. 출발선에 서서 신호가 울리기를 기다릴때 그 가슴떨림과

두근거림...그리고 막상 출발하고나면 아무 생각없이 달리는것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놀라웠다. 어찌보면 별거아닌 달리기가

지금 생각해보면 별거였는지도 모르겠다. 치열한 경쟁의식 속에서 이기는것만이 전부였던 그때는 출발선에 서면 무조건 1등을

해야겠단 생각밖엔 없었다. 물론 달리는 자체도 참 좋았지만 이기기 위해서 뛰는것인지도 몰랐다. 그 어린시절에는...

 

이 책을 처음 봤을땐 그저 하이틴 소설로만 생각했다. 달리기에 관한 글인지 몰랐기 때문에 과연 '달린다' 라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표현하고 글로 적었을지 궁금했다. 어찌보면 참 단순한 주제를 소설로 썼다는것에 대해 재미로써의 신뢰를 잃은감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책을 일단 손에 잡게 되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주인공 각자의 생각과 행동들에 공감하면서 과연

'어떤 계기'가 이토록 놀라운 변화를 주게 된다는 것이 기분 좋았었다.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금 뛰어보고 싶어졌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바람을 느끼면서 호흡하고 그 호흡과 하나 되어 기분 좋은 땅의 울림을 느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지코세이소' 라는 무너지기 일보직전인 아파트에서 살아가는 아홉명의 주민들, 그런 지코세이소에 '가케루' 가 등장하면서

이들의 삶은 180도 달라져버린다. 오로지 '달리기 위해' 살아가는 가케루, 마작으로 아파트 계약금을 날려버리고 학교에서

노숙을하며 살아가는 가케루는 그날도 달리다 허기져 빵을 훔쳐 먹고 도망중이었다. 그런 가케루를 기요세가 발견하고 그에게

달리는걸 좋아하냐고 묻는다. 그렇게 가케루와 기요세는 만나게 되었다. 가케루가 지코세이소에 합류하면서 지코세이소 주민

들도 열명이 되었다. 기요세의 꿈을 이룰 때가 마침내 온 것이다. 달리는 것에 대한, 그리고 지코세이소 주민들과 함께여야만

가능한 도전을...기요세와 가케루를 제외하곤 거진 달리는것에 초보인 사람들이 온 힘을 다해 달리는 모습에서는 정말 많은 것

을 느낄 수 있었다. 달리는것이 전부가 아닌, 열 명이 하나가 되어야만 비로소 이룰 수 있는 '하코네 역전경주'를 통해서 이들은

또 다른 성장을 하게 되고 서로를 조금씩 더 이해하게 된다.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해서 그것이 무모한 도전인지를 알면서도

부딪혀보고야마는 젊은 혈기앞에 나는 내 지난 어린시절을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 과연 그때에 나는 이토록 간절했는가...하고.

 

책을 읽으면서 유난히 기억되는 장소와 주인공들이 있다. 아마 이 열명의 사람들은 나에게 조금 더 특별한 주인공이 될런지도

모르겠다. 완벽함이 아닌 부족한 모습으로 정상을 향해 도전하는 모습들이 멋져서이기도 하지만...내가 이루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일종의 보상심리인지도 모른다. 가케루처럼 달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지고 싶은 기분, 괜시리 뛰고 싶어지는 날이다.

                                                                              

어떤 입장이든, 어떤 경우든 달리기 앞에서는 모든 이가 똑같은 출발지점에 설 수밖에 없다. 성공도 실패도 지금

이 순간, 자신의 몸 하나로 만들어내는 거다. 그래서 즐겁고도 괴롭다. 그리고 더할나위 없이 자유롭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