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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포트 피크닉
김민서 지음 / 노블마인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찰나의 간극에 갇혀 있다는 감각.
현실도 비현실도 아닌 세계에서의 피크닉은 삶의 고민들과 미루고 싶은 결정들에서
잠시나마 자유롭게 만들었다"
누구나 한번쯤은 꿈꾸는 낯선 나라로의 여행,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고 무엇을 바라보고 무엇을 꿈꾸는가? 라는 물음을 던질법한 몽상과도 같은 설레임을 가져본적이 있는지?
거기에 뜻하지 않게 찾아오는 달콤한 로맨스를 기대하는건 결코 나혼자만의 시시콜콜한 생각은 아니겠지? 과거로부터 도망치고
현재를 비관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미래를 갈망하며 한템포 쉬기 위한 나를 위해 떠나는 여행!
내가 어릴적부터 그려왔던 환상이며 꿈이었다. 하지만 시간에 쫓기고 돈에 얽매이다보니 그런 호사스런 취미는 제한되어지기 시작했다.
약속장소를 공항앞으로 잡았던 어느날, 날 데리러 오겠다던 나의 동생은 30분이 지나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난 그렇게 공항앞에서
해메다 결국 공항순례(?)까지 하게 되었다.그렇다! 20대초반의 나에게 그곳은 감히 동경해마지 않는 로망이었다. 배낭을 매고 예쁜
캐리어를 끌고 티켓을 보란듯이 손에 들고 내가 여행 할 곳에 대해 소개 되어있는 책을 미리 답사하고 느긋하게 나를 실어다 줄 비행기를
기다리는 일~쇼핑리스트에 빼곡히 적힌 것들을 체크하며 미친듯이 면세점을 해매는 내 모습을 얼마나 오랫동안 상상했는지...그렇게
20대를 시작하고 사회에 부딪혀가며 또 다른 성장통을 겪었던 나에게 여행이란 현실에서의 돌파구이자 내스스로의 위안이었다.
그 꿈을 조금씩 미뤘던 그때에 공항순례를 했던 그날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었다. 한적한 공항에는 어디론가 떠나는 사람과 방금
이곳에 도착한 사람들이 나만큼이나 우울하고 상기된 모습으로 오고 갔다. 시간이 멈춰버린듯한 그곳에서 난 작은 상상을 했고 기대에
부풀었으며 설레임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러나 아무 목적지도 없었던 그날의 그곳은 나에게 텅 빈 깡통처럼 일그러진 창백한 현실일 뿐이었다.
2010년 4월 14일 폭발한 아이슬란드 에이야프얄라요쿨 화산에서 거대한 화산재 구름이 분출되며 비롯된 하늘길 봉쇄로 인해 15일에만
전세계에서 항공기 5,000~6,000여대가 결항됐고 여행객 60만명의 발이 묶였다. 화산폭발 지점이 공교롭게도 유럽으로 향하는 대부분의
항공노선이 겹치는 '길목'이어서 피해가 더욱 컸다. 화산재가 아이슬란드에서 남동쪽으로 부는 강한 바람을 타고 유럽대륙 전역을 거쳐
러시아까지 퍼질것으로 예상돼 항공기 운항이 정상화되는데 최소 48시간에서 일주일까지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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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이것은 실제상황이었다. 잠시 잊고 있었는데 <에어포트 피크닉>이란 책을 만나고나서야 새삼 다시금 떠올릴 수 있었다. 뜻하지 않은
'항공대란'... 낯선 타국에서 발이 묶여버린 여행객들의 두려움 그리고 그 공간안에서 벌어졌을법한 일들을 책 속에 고스란히 담아 놓았다.
참..아이러니한건 이 책을 다 읽고나서야 이것이 사실을 바탕으로 써진 책이란걸 100% 실감했다는 것이다. 난 왜이렇게 무딘건지...: D
소설속에 등장하는 많은 사람들... 과거의 영광을 그리워 하는 사람, 인생의 갈림길에서 가지 않았던 길을 그려보는 사람, 미래가 오는것이
두려운 사람, 과거에 사로잡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사람. 어릴 적 영국으로 입양된 제임스, 자신이 처한 현실과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아이를 입양보낸 엘리자베스, 6.25 참전용사 해리, 세계적인 모델을 꿈꾸는 무명모델 크리스티나, 한때 잘나갔던 B급 영화감독 기욤,
그리고 남자에게 실연당해 눈물샘이 마를 날 없는 줄리엣등 책속에는 각기 다른 사연과 고민들로 똘똘 뭉친 사람들이 아이슬란드 화산재로
인해 결항되버린 유럽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인천공항에 노숙 아닌 노숙을 하게되면서 시작된다. 자신만의 세계에 고립된 사람들이 펼치는
자아를 찾아가는 이야기라고 해야할까? 아니면 불안하고 찌들린 삶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던 일말의 에피소드라고 해두는것이 좋을까?
아마 책을 읽은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느끼는바가 다르리라 생각된다. 내가 느낀건 공항이 여행의 출발점과 도착점만은 아니
라는 것이다. 잠시 들리는 경유지라 할지라도 그곳에서 내 이상형을 만날수도 있고 잃어버린 옛친구를 만날 수도 있고 내 첫사랑과 닮은
멋진 남자를 만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뜻하지 않은 사건사고로 좀 더 특별하고 유쾌한 <어느 멋진날>의 일부분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사실 처음 책을 펼쳐들었을때 너무 우왕좌왕하는 글들에 적잖이 당황했었다. 아...! 이 수많은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어찌 다 외울까...하는
이 사람들 그냥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이겠지? 그런데 다양한 사연들로 중무장한 이 소설속 주인공들은 제발 자신들에게 관심좀 가져달라고
무언의 압박을 가하고 있었다. 난 그리워 질 것이다. 남자에게 실연당해 질질 짰던 줄리엣도 너무나도 아름답고 현명한 여인 헤더도 그리고
잔소리 대마왕같으며 남의 일에 간섭하기 좋아하는 전사 해리 할아버지도 또한 처음이자 마지막 데이트를 멋지게 장식했던 제임스와 호주의
이야기들도 그리워 질 것이다. 과연 제임스와 호주는 영국에서 재회할 수 있을까? 이둘의 로맨스가 난 왜 궁금해질까? 아마도 한번쯤은 내가
꿈꿨던 특별한 로맨스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공항에서 만난 타인과...친구,가족에게도 말하지 못한 고민과 비밀들을 이야기하고 교감할 수
있다는 것!어쩌면 하룻밤 또는 한순간이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을까? 내일이면 각자의 길로 돌아가 그순간은 추억이 되버릴 수 있기 때문에.
평범하기도 하고 잠시나마의 일탈일뿐인 그순간의 찰나는 누군가에겐 위로가 되고 누군가에겐 새로운 경험일 수 있으며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도전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어느 공항에서의 멋진 만남을 기대하며 아마 그 찰나의 순간에 이 책을 떠올리겠지?!... : D
"미국에서 행한 조사에 따르면 미혼 남녀들이 운명적인 만남을 기대하는 장소로 첫손에 꼽은 장소가 공항이었다고 하오. 장담하는데 비행기
운항을 기다리며 굳이 멋진 까페에 앉아 있는 여자들은 백이면 백 남자가 말 걸어주길 기대하는 거요.좀 도움을 주자면 새로운 인연을 만나기에
가장 이상적인 공항은 필라델피아 공항이라오. 왜인지 아시오? 밥먹듯이 연착을 하기 때문이지. 전광판에 비행기 이륙 연기가 뜨는 즉시
여자든 남자든 트렁크를 들고 쏜살같이 카페로 달려가는 거요. 낭만적인 첫 만남을 기대하며. 비행기 연착을 경험한 미혼 남녀 중 무려 10
퍼센트가 연착으로 새로운 인연을 만났다는 통계가 있소...(중략) 결국은 사랑인거요. 결국 남는 건 남자와 여자밖에 없지. 공항만큼 설레이는
장소가 어디 있겠소?...(중략) 여기서 새로운 인연을 만나지 못한다면 자신의 매력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는거요." p. 123~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