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아에 대해 말하자면 - 김현진 연작소설
김현진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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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고등학교 동창회 자리에서 "야, 너 00이야기 들었니? 나 우연히 알았는데 00이가 말이야.."라고 시작되는 소문처럼 혹은 은 옆 동네에 사는 친구의 친구가 당했다는 이야기, "너는 그렇게 되면 안된다"라고 명절때마다 말하시는 엄마의 친구 딸의 이야기....처럼 전래동화도 아닌 것이 구전처럼 이어져 내려오는 여자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째서인지 그녀들의 이야기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전설처럼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데요. [정아에 대해 말하자면]에는 8명이나 되는 그녀들이 나온다. 평범한듯 사랑을 했지만 사랑에 배신당했다고 말하기에도 민망할정도로 통속적인 그녀들의 이야기.. 정아들의 사랑은 퇴근 후 집에 와서 옷을 벗듯 자연스럽게 이루어집니다. 
정아들은 왜 사랑을 했을까요? 이렇게 외롭고 힘들고 괴로울뿐인 사랑인데... 같이 있어도 헤어져서 남이 되어도 원망스럽고 비참하고 자괴감 드는 사랑을 왜 놓지 못하고 자신의 삶속에 사랑을 품고 있으려고만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전 자기중심적인 사람이라 사랑을 해도 항상 그 중앙에는 저 자신이 있었거든요. 사랑은 믿는 것이 아니고 사람은 더더욱 믿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사랑에 사람에 당한 그녀들이 안쓰러우면서도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상처받을만큼 순수한 그녀들이 부럽기도 했습니다. 상처가 아물고 굳은살이 생기면서 그녀들의 삶이 단단해질 수도 있기 떄문입니다. [정아에 대해 말하자면]은 그녀들의 사랑을 다루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여자로 태어나서 당해야하는 좋지 못한 일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회적 부조리라고 하기에는 대부분 개인적인 부당함이고 묻지마살해범에 의해 희생된 수연을 제외하고는 그저 여자로서 태어난 삶이라 남들보다 좀 더 더러운 꼴을 봤을 뿐입니다. 현실에 더럽게 당하고 치사하고 비참해지고 자괴감에 울고 고통스러워도 이미 태어난 인생 좀 더 힘을 내보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각각의 정아들의 이야기를 하나로 묶어주는 에피소드편에서 그녀들로 태어날 그들에게 삶은 단편만 보고는 결정할 수 없다는 걸, 인생이 아름다운건 돌덩어리처럼 거칠었던 삶일지라도 긴 시간동안 상처도 나고 갈고 닦이고 매만져지고 난 후에 아름다운 보석으로 빛날 수 있는 희망이란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란걸 알려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상처받은 모든 정아들에게는 같은 여자로서 아프지 말자고 술이나 한잔하자고 위로의 인사를 건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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