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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타자들 - 우리는 어떻게 타자를 혐오하면서 변화를 거부하는가
이졸데 카림 지음, 이승희 옮김 / 민음사 / 2019년 3월
평점 :
이북 베스트셀러에 높은 순위로 있길래 궁금했는데, 민음사에서 북클럽 가입자 대상으로 신청 받은 서평단에 당첨되어서 읽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비문학은, 특히 외국 학자가 쓴 책은 핵심 내용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내가 대충 읽고 푸는 버릇이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래서 이런 책을 읽을 때면 꼭 필기를 하게 된다. 필기를 한다고 해서 이해가 쉽게 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핵심 단어 정도는 눈에 더 잘 들어온다.
나는 요즘 나 자신, 그리고 나를 포함하고 있는 사회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다. 그래서 철학책과 법에 관한 책들은 많이 찾아 보았으나 막상 사회학을 다루는 책은 읽어본 적이 없다. 사회학은 내게 생소한 학문이기도 했고, 사회학 용어에도 무지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데에 더 어려웠던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의 작가는 철학자다.)
"우리는 다원화된 사회에 살고 있다."
이 책은 위 명제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이런 사회에 산다는 건 도대체 무엇을 뜻할까?" 라는 물음을 제시한다.
다원화 사회는 예전의 동질사회와 비교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동질사회는 폭넓은 정치개입과, 폭력과 억압을 동반한다. 물질적, 정서적 일치가 중요했고 '민족'이라는 개념을 중요시했다. 우리나라로 비교하면 1970-80년대까지의 사회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그에 반해 다원화 사회는 더이상 '민족'이라는 개념에 얽매이지 않는다. 다원화 사회를 살고 있는 인간들은 '동화'된 사회가 아니라 사회적 '통합'을 꿈꾼다. '민족'이라는 당연한 소속과 문화에 종속되었던 동질사회와 달리, 당연한 소속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다원화 사회는 3세대 개인주의를 의미한다. 3세대 개인주의는 의식적 정치개입이 필요했던 2세대 개인주의와 달리 정치운동 없이 목적 없는 변화가 낳은 효과로, 우리 각자 안에 자리 잡은 다양성을 존중한다.
동질사회에서 다원화 사회로 변한 만큼 종교와 문화, 정치 역시 변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다원화 사회에서 어떻게 존재하고 있으며, 무엇을 할 것인가? 저자는 역시 이러한 물음을 던지며 책을 끝마치고 있다.
세태를 관통하는 통찰력은 현 세대에 거의 필수적인 요소이다. 하지만 시대가 급속하게 변화하면서 현재를 바라보는 것도 어려운 현실인데, 미래를 내다보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 어려운 걸 이 책의 저자는 성공했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다원화 되고 개인주의가 팽배한 이 시대에서 우리는 타인과 어떠한 접촉을 하고,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할까. 우리는 어떤 식으로 변화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