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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무라세 다케시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하나, 죽은 사람이 승차했던 역에서만 열차를 탈 수 있다.
둘, 피해자에게 죽는다는 사실을 알려서는 안 된다.
셋, 사고 난 역을 통과하기 전에 반드시 내려야 한다. 아니면 죽는다.
넷, 피해자를 데리고 내리려 하면 현실로 돌아온다. 죽은 사람은 살아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명심하라."
p.9) "사람은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나서야 깨닫는다. 자신이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아름다운 나날을 보내고 있음을."
p.220) "왜 고백했어요?
왜라니, 그야 당연하잖아.
후회하기 싫었으니까."
열차 탈선 사고가 발생했다. 선로를 벗어난 열차는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이 사고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순식간에 소중한 사람을 잃었다. 소중한 사람의 갑작스러운 부재에 모두 실의에 빠져있을 그때, 한 소문이 떠돌기 시작한다.
사고 현장과 가장 가까운 역인 니시유이가하마 역에 유령열차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 유령 열차를 타면 사고 전으로 돌아가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열차를 타기 위해서는 몇 가지 규칙을 꼭 지켜야 한다고 한다.
하나, 죽은 사람이 승차했던 역에서만 열차를 탈 수 있다.
둘, 피해자에게 죽는다는 사실을 알려서는 안 된다.
셋, 사고 난 역을 통과하기 전에 반드시 내려야 한다. 아니면 죽는다.
넷, 피해자를 데리고 내리려 하면 현실로 돌아온다. 죽은 사람은 살아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명심하라.
이 규칙만 지킨다면 다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많은 사람들이 유령열차에 오른다.
이 유령열차에 대한 배경을 바탕으로 총 4가지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다.
약혼자를 가슴에 묻은 여자.
아버지를 떠나보낸 아들.
짝사랑하는 여학생을 잃은 한 소년.
그리고 이 사고의 피의자로 지목된 기관사의 아내.
각각 한명 한명의 이야기를 엿보고 그들이 서로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알 수 있었다. 이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몇 번이나 울컥해 눈물을 참아야 했다.
우리는 사고가 났을 때 몇 명이 희생되었다고 한다는 통계를 듣게 된다. 단순히 숫자로 듣게 되었을 때 안타깝다고 생각하지만, 크게 와닿지는 않는다.
하지만 개개인의 사연을 듣고, 서사를 알게 된다면 더 이상 그 사고는 가볍게 지나는 소식이 아니게 된다. 큰 문제로 다가오고 마음에 남게 된다.
이렇게 되면 가정을 하고 떠올려 본다. 내가 저 입장이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내가 큰 사고당한다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혹은 반대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면 나는 어떻게 할까. 나는 멀쩡히 살아갈 수 있을까. 감히 상상하기도 힘들고 마주하고 싶지 않은 현실이다.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죽음은 우리에게 가까운 것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그다지 좋은 생각이 아니라 염두에 두고 싶지 않다. 그저 하루하루를 잘 보내고 싶은 마음만 든다.
그래서 그저 나와 많은 사람들이 하루하루를 무사히 잘 보내기를 바랄 뿐이다. 그럼에도 이런 도피적인 생각을 하면서 떠오르는 것은 내가 없어도 사랑하는 사람들은 잘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후세계에 대해 크게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충분히 잘 살다가 늦게 오라고 말은 안 하겠지만, 쉽게 삶을 포기하거나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반전이라면 반전이라 할 수 있는 작은 요소인데. 단순히 시간을 되돌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줄 알았지만, 사실은 자신이 죽을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세 번째 규칙에서 나왔듯이 사고 난 역을 지나 함께 죽으려는 사람을 모두 내리게 했다. 억울함에 자신과 함께 가자고 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들의 마음이 어느 정도 공감이 되었다. 나는 더 이상 함께하지 못하겠지만, 당신은 삶을 더 이어가 줬으면 하는 마음.
이 열차를 안내해주는 안내자로서 유키호라는 유령이 등장한다. 마지막에 세 번째 규칙을 어겨 아무도 사랑하는 사람을 데려가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란다.
그러면서 사람이 이렇게 따뜻할 줄 알았으면 떠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한다. 이 얘기를 들으니 유키호의 사연도 궁금해졌다.
이 책을 거의 전철에서 읽었다. 책을 읽으면서 몇 번이나 눈물이 불쑥불쑥 튀어나왔다. 눈물을 꾹 참으며 다른 사람들에게는 절대 공공장소에서 읽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별안간 공공장소에서 눈물 흘리는 사람이 될 수 있으니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