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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위의 직관주의자 - 단순하고 사소한 생각, 디자인
박찬휘 지음 / 싱긋 / 2023년 12월
평점 :
세상에 대한 저자의 날카로운 직관이 담겨 있는 책. 디자인을 중심으로 자신의 관점을 단호하고분명하게
설득시킨다.
전통적으로 대중들은 자신의 상상과 취향을 기술이 실현해 주기를 요구해왔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기술이 대중보다 앞서 미래를 제시하는 일이 더 일반적이 된 것이다. P. 23
-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필요를 추월한 시대다. 저자는
3D TV를 예시로 들며 이를 설명한다. 소비자들은 3D TV의 시각적 기술에 현혹되어 자신들의 필요를 망각해 버렸다. 불필요한
별도의 안경을 써야 한다는 점을 말이다. 이후 3D TV는
시대의 뒤안길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디자인은 대중의 요구를 읽어내야 하지만 어떨 때는 그것보다 앞서가야
한다.
대중의 보편적 취향에 좀 더 다가갈수록 창작자의 개인적인 사연과 난해함이 사라진다. 그렇게
남겨진 부산물은 ‘디자인’이 된다. 반대로 불특정 대중의 취향과 관계없이 여전히 작가의 내밀함과 그만의 표현을 통해 태초의 생각 원본 그대로 머무를수록
그것은 ‘예술’이 된다.
P. 47
- 저자는 디자인과 예술을 분리해서 생각한다. 출발은
비슷하지만 서로의 경계가 명확하다는 것이다. 자신의 내밀함과 대중성과의 간극을 고려하지 않으면 예술이
되고, 그 간극을 최소하려는 시도가 디자인으로 가는 발걸음이다. 대중의
입장에서 볼 때 ‘난해함’. 이것이 예술과 디자인을 가르는
경계선이다.
지식은 신념이라는 편도를 따라 치우친 믿음을 그대로 응고시켜버린다. 반면 지혜는 목적이 없으며
그럼으로써 또 다른 질문을 일으킨다. P. 72
- 나는 지식이 많기보다 지혜로운 사람을 원한다. 지식의
근원이 지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세상에 정답은 없다. 그러므로
나의 생각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구의 형태가 된다. 상황에 따라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유연함이
생긴다. 반면 지식의 경우 각진 정육면체로, 곡선으로 나아가야
할 때 직진 밖에 할 수 없는 안타까운 존재가 된다.
당신이 얻을 수 있는 가장 올바른 답은 직관 속 황홀했던 첫 순간에 있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 맨
처음의 마음,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고 그토록 완고하기만 했던 첫사랑이 답이다. P. 122
답안지를 작성할 때 처음 골랐던 답과 수정한 답이 고민되는 경우가 있다. 보통 이럴 경우
처음 선택했던 답이 정답이다. 두 번째 답안부터는 온갖 잡념이 영향을 끼친다. 자신의 직관 이외의 것들이 혼란을 주는 것이다. 용기 있게 찍은
첫 번째 답안이 자신 내면의 무엇과 가장 가까이에 닿아있다.
이야기가 깃들 때 생각과 사물은 유일무이한 존재가 된다. P. 322
똑같은 제품이라도 서사가 있다면 그 가치는 하늘과 땅 차이다.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스토리텔링의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