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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미인 ㅣ 호시 신이치 쇼트-쇼트 시리즈 1
호시 신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호시 신이치의 SF 쇼트쇼트 시리즈는 60편 내외의 짧은 단편들이 수록된 총 3권의 책으로 꽁트conte, 미니픽션, 또는 엽편소설이라 부르는 장르의 소설이다. 이 장르의 장점은 호흡이 매우 짧아 부담없이 언제 어디서든 가볍게 펼쳐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일상 생활을 살아가면서, 출근길에 버스나 커피 한잔을 기다리면서, 머리가 복잡할 때, 그런 짧은 순간들에 작은 전환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나는 하빌리스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제공받고 출근길과 퇴근길, 커피를 주문한 순간, 점심시간과 내 하루 일과 사이사이에 이 책을 끼워넣었다. 최근에 독서량이 줄어 초조한 마음이 들 때 엽편소설을 하나 읽으면 편안한 마음과 함께 호시 신이치의 기발한 상상력에 내 하루의 챕터가 전환 되는 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다. 아마 나와 같은 기분을 느꼈던 사람들, 또 독서와 SF라는 장르에 거부감과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부담을 덜어주기 좋은 장르가 아닐까.
📚 '그러나 그녀는 현재 상태, 이 이상한 상태를 끊어낼 결단을 좀처럼 내릴 수 없었다. 어떤 계기가 없은 한, 스스로 뛰쳐 나가기 힘든 상태에 묶여 있었기 때문이다.'
3권 악몽과 도련님 ボンボンと悪夢 中 _얼굴 위의 궤도 79p
내가 호시 신이치의 이번 책을 읽고 가장 먼저 생각난 건 데즈카 오사무와 일본 SF 장르의 특이점이었다. 내가 그동안 접한 일본SF들은 다른 장르들보다 인간을 비인간적이며 냉소적이고 우습게 표현했다. 때로는 로봇이 더 인간적이라 ‘인간적이다’라는 표현자체가 모순적이게 만든다.
📚 '인간에게 말 따위 필요없다. 말이 애정을 얼마나 많이 희석시켜 왔는가. 사람들은 반드시 말 없이 얻은 애정을 말 때문에 잃고 만다.'
1권 완벽한미인ボツコチャン中 _달빛 52p
📚 '우리 같은 인간들만 있는 세상에서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아가게 될지 생각하면, 너무 가슴이 아파요.'
1권 완벽한미인ボツコチャン 中_어둠의 눈 216p
📚 '친구와 대화를 나누고 헤어진 후에도 그는 여전히 의기양양했다. 물론 그 풍선은 나름 멋진 발명품이었고 동창의 주머니 사정이 넉넉한 것도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조만간 하늘로 날아오를 자신과 비교하면 그녀석과 자기는 3미터 이상 날아가지 않운 풍선과 우주선만큼이나 큰 차이가 났다.'
2권 사색판매원ようこそ地球さん 中_ 하늘로 가는 문 188p
아직 무지한 나이기에 비약일지도 모른다. 내가 모르는 곳에선 인간찬양을 노래하는 일본SF나 호시 신이치의 소설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이 책에서의 인간, 그러니까 미래 또는 가상의 인간이란 존재는 오만과 무지, 실수를 번복하며 끝을 맞이하는 존재로 표현되었다.
인간존재가 메마르게 표현되지만 그게 현실이기도 해서, 그리고 상상력에 나의 무지와 일차원적인 생각을 깨달에 버려서 씁쓸하기도 하다.
📚 '어릴 때는 누구나 그런 마음이지. 하지만 어른이 되면, 코끼리는 까맣게 앚어버린단다. 그런 시대가 이어져서 코끼리도 한 마리만 남게 된 거야.'
2권 악몽과 도련님 ボンボンと悪夢 中 _친구를 잃은 밤 99p
어떤 시대에는 코끼리를 환상의 존재로, 어떤 시대에는 돈벌이의 수단으로, 또 어떤 시대에는 동물원에 가두고 보호해야 할 존재로 멋대로 규정한다. 그리고 코끼리가 마지막 한 마리가 남은 그 순간, ‘인간의 친구였던’코끼리라고 우리는 말한다. 그게 참 씁쓸하고 내 짧은 생각들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나의 늦은 서평을 이해하고 기다려주신 하빌리스 출판사에 진심을 다해 감사드린다. 출판사의 넓은 아량에 나는 모든 책을 읽고 좋아하는 몇 편을 꼽고 그 안에서 또 대사 몇 줄을 꼽을 수 있었다.
‘빛이 있으라!’
1권 완벽한미인ボツコチャン 中 개인_
가장 유쾌했던 문장을 마지막으로 서평을 마친다.
*해당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