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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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로 유명한 프레드릭 배크만
새소설.

 

 

 

 

 

알츠하이머 할아버지와 손자인 노아의 담담한
대화 속에 손자에 대한 사랑과 기억을 잃어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 등이 담겨 있다.
무뚝뚝한 아들과는 데면데면 하지만 각별한 손자사랑이 곳곳에 베여 있다.
흔히 예상하는 눈물,콧물 짜내는 이별 이야기가 아닌,
적절한 유머와 예쁜 삽화가 섞여 오히려 더 마음이 몽글몽글해 졌던 책.
자신의 현 상태를 인정하다가도 아쉬워하고 놓치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도 있고, 이러한 할아버지를 안타까워 하면서도 할아버지를 피식 웃게도 하고 늘상 반복 되는 똑같은 질문에도 정성껏 이야기를 해나가는
더이상 어리지 않은 손자 노아가 있다.
이미 세상을 떠난 할머니 이야기기엔  그 시절로 돌아가 생생한 추억이야기를 들려 주기도 한다.


노아의 학교 생활에 대한 그들의 대화.
노아의 태도에 대해서만 궁금해하는 여느 어른들과는
다르게 학교가 제대로 가르치는지를 궁금해 하는 할아버지.
"선생님이 어른이 돼서 뭐가 되고 싶은지 쓰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뭐라고 썼는데?"
"먼저 어린아이로 사는 데 집중하고 싶다고 썼어요"
"아주 훌륭한 답변이로구나"
"선생심이 과제를 이해하지 못 했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너는 뭐라고 했니?"
"선생님이 제 답변을 이해하지 못하신 거라고 했어요"
오~이런 할아버지와 손주 대화의 수준!!

 

 

할아버지에게 머릿속이 아픈지 묻는 노아.
"아픈 느낌이 점점 줄고 있단다.건망증이 하나 좋은 게 그거야. 아픈 것도 깜빡하게 된다는 거."
"어떤 기분이에요?"



"주머니에서 뭔가를 계속 찾는 기분.<br />처음에는 사소한 걸 잃어버리다 나중에는 큰 걸 잃어버리지.<br />열쇠로 시작해서 사람들로<br />끝나는 거야"


알츠하이머에 대한 직,간접 경험이 없지만
위 표현이 어쩜 너무나 딱 들어 맞는 느낌이 든다.
여느날처럼 오고가는 할아버지와 손자의 말처럼 자연스럽지만 한문장 한문장 쉽게 읽혀지진 않는 책이다. 문장마다 곱씹고 생각해 보게 하는 힘이 있다.




"나는 평생 어쩌다 내가 그 사람에게
반했는지 궁금해한 적이 없단다. 노아노아.
그 반대라면 모를까"



평생을 한 여자를 끔찍히도 사랑했던 할머니에 대한 손자와의 대화 일부.
아~이런 현자같은 게다가 로맨틱한 할아버지라니.

 

 

"노아노아. 마지막으로 한가지만 약속해주겠니? 완벽하게 작별 인사를 할 수 있게 되면 나를 떠나서 돌아보지 않겠다고.내 인생을 살겠다고 말이다. 아직 남아 있는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건 끔찍한 일이거든"

 


남겨질 사람을 위한 마음이 이 짧은 대화에서도
가슴절절히 느껴져서 몇번이나 읽었더랬다.
아들에겐 무뚝뚝한. 하지만 손자에겐 끔찍한 여느 할아버지들과 다를바 없지만 대화의 내용과 깊이가
현재 상황과 맞물려 빠져들 수밖에 없었던 책이다.

 

 

 

 

 

깊은 가을이 오는 어느 날.
또 빼서 읽어 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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