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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저 생리하는데요? - 어느 페미니스트의 생리 일기
오윤주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8월
평점 :

여성이면서 내 몸을 사랑해야 하지만 어느 순간 어떤 상황에서는 조심스럽고도 당당히 말하지 못할때가 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너무 당당히 말하면 그런 말을 어찌 쉽게 얘기하니? 라는 말도 듣기도 하고 왜? 자신있게 생리하니까 오늘 컨디션이 안좋아 이런말을 하는게 어려울까? 아무래도 조선 건국부터 내려온 유교사상에 입각하여 가부장적인 남자들 중심의 시대를 살다보니 한순간의 바뀌는게 쉽지는 않다는 걸 이해한다. 하지만 이제는 여성들도 당당하고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솔직해지기" 였다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이 가는 바이다. 나에게 솔직할 수 없는 글을 쓰고 싶지 않았고 나는 감추고 싶었던 나의 가장 유익한 부분까지 헤집어 들여다보아야만 한 저자의 용기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어릴적 초경은 중1때쯤 시작한 것 같다. 그때는 팬티에 피가 묻어나면서 아랫배가 살짝 아픈게 이제 뭐지? 이러면서 엄마에게 피가 비친다고 하니 여성이 된거라면서 축하한다고 하면서 맛있는 음식을 해주셨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나는 매일같이 생리대를 차고 아픈 배를 부여잡은 기억밖에 나지 않는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유해물질로 인해 내 자궁은 생리통과 과다출혈로 몸살을 앓았다. 매달 그달만 오면 나에게는 무서움을 떨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진통제와 대형 생리대는 필수이고 간혹 진통제가 듣지 않아 응급실에 실려가 진통주사를 맞는 날이 많아졌다. 그럴때면 왜 여자라서 이런 고통을 감래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너무 많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솔직히 괴롭다는 말이 더 맞는 거 같다. 더구나 성인이 되어서 직장생활을 할때는 매달 오는 생리가 너무 너무 반갑지 않다.
일의 능률도 떨어지고 컨디션 저조에 약을 4시간마다 먹어줘야 그나마 버틸 수 있기에 나는 그때만 되면 눈물이 항상 났었던 것 같다. 특히 생리양이 과다해서 옷을 버리면 대중교통에서 누가 옷에 피 묻었어요 이러면 얼굴이 빨개지면서 너무 챙피했다. 그래서 어딜 돌아다니는 것조차 버거웠다. pms 증후군까지 있어서 평소보다 감성적이고 예민해지고 우울해지는 그 감정도 나에게는 너무 심하게 왔었다. 자존감은 낮아지고 지독한 불안과 새로운 시작에 대한 두려움과 영원한 끝에 대한 두려움등 나의 존재와 정체성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이 고통은 뭔가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다. 같은 입장에서 겪고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어떤 느낌인지 공감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생리 일주일 전부터 이렇게 징조가 보이면서 식용도 왕성해지고 그 식용을 잠재우기조차 힘들어진다. 더구나 그날의 컨디션과 스트레스에 따라서 다음달 생리의 고통이 더 가중되고 가중되지 않고의 차이도 있다. 불규칙적인 생활이 지속되거나 스트레스가 유독 심하면 생리때 나는 응급실에 실려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리고 유방 통증도 심해서 가슴이 빵빵하게 부풀어서 평소보다 가슴이 더 커진다. 그리고 단단해지면서 어디 살짝 부딪혀도 아픔을 호소할때가 많다. 그때는 와이어는 힘들고 결국 스포츠 브래지어를 해야 그나마 가슴이 숨을 쉰다. 그리고 그 시기에는 잠을 편히 자기가 힘들다. 항상 뒤척 거리기 일수고 혹시라도 이불이나 옷을 바릴까봐 전전긍긍하면서 잠을 청하고 혹시라고 새벽에 아프면 일어나서 약을 먹고 자야하는게 다반사라 나에게 자유는 없었다.
착한여자콤플렉스는 자신을 우선시하지 못했던 시간들이 억울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벗어났고 타인을 챙겨주는 사소한 매너 따위를 논하자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결정적인 순간에 여자들은 종종 양보를 해왔다. 아니, 해야만 했다. 남동생이나 오빠 대학을 위해 양보하고 남편따라 고향을 두고 떠나왔던 엄마 세대의 여자들이 그랬고 직업과 육아 사이에서 어쩔 수 없이 전자를 포기해야만 하는 우리 세대의 여자들이 그래왔다. 바람을 피우고 성매매를 하고 단톡방에서 성희롱을 한 남자를 너무 쉽게 용서하는 여자들이 그러하고 심지어 데이트 폭력이나 스토킹을 당해도 범죄라고 잘 인식하지 못하고 용서하는 여자들이 그랬다. 이제는 여자들도 당당히 자기 주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생리 일기라는게 낯설고 신기하기도 했지만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내몸에 대해서 느낄 수 있었고 나를 알아갈 수 있었던 시간이였다.
그래서 생리를 하는 대한민국 여성이라면 한번쯤은 꼭 읽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