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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까진 아니지만 - 명확히 설명 안 되는 불편함에 대하여
박은지 지음 / 생각정거장 / 2019년 8월
평점 :

사회적인 구조와 아직도 바뀌려면 시간이 더 걸려야 하는 부분이라서인가? 나란 사람도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여성이 희생을 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서 항상 참고 견디면서 살아온 세월이 전통적인 관습에서부터 쭉 이어져 있는 이 상황을 쉽게 바꾸려고 노력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 씁쓸함이 밀려온다. 솔직히 영화관에서 롯데직원들은 남성들고 출산휴가를 쓴다는 광고를 본 적이 있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내 주변에 보면 남편들이 출산 휴가를 쓰는 걸 많이 보지 못했다. 그 이유는 즉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그 상황에 대해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다는 것이 아닐까? 더구나 그 출산휴가를 쓰고 온 이후의 회사에서의 불편함을 감소해야 한다는 말도 들은적이 종종 있다.
많이 바뀌어간다고 미투 운동도 하고 그렇지만 정작 남자들의 인식 자체도 바뀌어야 하는게 더 시급해보인다. 내가 이 책을 접하게 된건 여성들만을 위한 독서모임을 가지고 나서 생각의 전환이 바뀌어서이다. 처음에는 여성들에 대한 차별적인 발언으로 너무 남성 비하발언에 그 자리가 많이 불편하기도 했다. 나도 억울하고 그렇지만 난 솔직히 여성들도 문제가 있다고도 본다. 외국에서는 페미를 단순히 남녀평등으로 보지만 우리나라는 너무 왜곡된 부분이 더 많은 것 같다.
작년 겨울에 회사에서 겪은 일인데 정수기에 물통을 들어 올려서 이용해야 하는 구식의 정수기였다. 그런데 물통에 물이 다 떨어졌는데도 그 누구하나 그 물통을 들어서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고나서 남성직원이 지나가면 저 물통 좀 올려달란다. 솔직히 난 거기서부터 화가났다. 구지 왜? 남성을 시키지? 여성들도 충분히 할 수 있는데 혼자 못하면 다른 여성분에게 도와달라고하면 될텐데 난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도 힘이 그리 쎈편은 아니라서 옆에 직원분께 같이 하자고 도와달라고 한다. 그런 태도부터 여성들도 의지하려는 걸 버려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나에게는 본인 스스로가 사회적인 약자를 자처하는 듯이 느껴졌다. 서로 도와서 해주는 건 맞다. 그리고 힘들면 남자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지만 당연시 생각하는 건 아닌것 같다. 그러니 집에서 여자가 무조건 살림을 해야하는 그런 가부장적인 부분도 생각을 바꿔야하는 것 같다. 둘이 같이 사는데 당연히 같이 하는거지 남편이 잘 도와줘요. 이런 표현 자체부터 쓰지 않는게 좋은 거 같다. 일전에 방송에서 결혼에 대한 이슈를 다룬 적이 있다. 어떤 부부는 명절때 각자의 부모님께 각자 혼자서 다녀온다. 결국 서로에게 부담을 주지 말자는거다. 그런 상황을 양쪽 부모님이 받아들이기까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부분을 이해해주는 부모들도 분명 있다는 것이다. 남성은 아이라는 생각을 가진 부모님에게도 여자가 항상 아들을 둬서 더 잘 챙겨줘야 한다는 그런 고정관념을 버리셨으면 좋겠다. 솔직히 우리 부모님도 남편에게 잘해라, 밥 잘 챙겨줘라, 시부모님께 찍히지 않게 잘해라 이런 소리를 듣는게 내 입장에서는 불편하다. 자식이 더 생긴 입장으로 바라봐야하고 서로 잘해야 하는게 정상이고 서로 잘하기가 어려우면 각자의 부모에게 본인만 잘하면 되는 것 같다. 며느리는 딸이 될 수 없다. 그런 말조차 옛날부터 내려온 사상 아닌가? 아무리 잘해도 딸처럼 생각안하면 잘하나마나다. 그래서 가끔 난 우리 부모님이 안쓰러울때가 많다. 요즘 들어 엄마도 삶의 무게가 있으신지 자꾸 아버지에게 자기에게도 맛난 음식 좀 차려달라고 한다. 그게 어찌보면 여지껏 엄마가 해왔던게 버거웠고 누군가 해주는 음식을 본인도 먹고 싶은게 아닐까? 대우를 받고 싶은것도 있을 것이고 난 그 마음이 이해가 된다. 아버지는 살림을 해보신적도 없고 하려고 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나도 남편에게 당신이 해준 밥이 먹고 싶다고 얘기한다. 결국 나도 바꾸고 싶다는 말을 강력히 내뱉지만 남성들의 인식이 바뀌는게 어려운 것 같다. 결국 오늘도 원더우먼을 바라는 남편과 살아가는 모든 여성들이 대단하고 안쓰럽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더 안쓰럽다. 결국 여자는 아이와 동시에 자신의 삶이 사라진다. 아이를 위해 살아가는 것인데 그걸 같이 해야하는데 아직도 남편이 도와준다는 생각을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남성들의 인식이 너무 안타깝다.
"나는 너만큼 페미니즘을 이해하진 못하지만, 페미니즘을 통해 네가 가진 기준이나 네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해서 더 이해하게 됐어." -258p-
나도 이책의 저자처럼 남편을 어느 정도 이해시키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말하기 어려운 더 큰 이유는, "이건 뭔가 좀 불합리해."라고 말하기도 전에 " 나는 워마드가 아니며 남성 혐오를 하지 않는다." 따위를 먼저 증명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는 점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 말이다. - 책 중에서 -
결국 아직은 시간이 좀 더 필요한 것 같다. " 너와 이야기하면 나는 예민한 여자가 된다." 라는 말을 듣게 되는 것이 아니라 많은 남성들이 여성과 같은 생각을 이해해주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