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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녀문의 비밀 - 하 - 백탑파白塔派 그 두 번째 이야기, 개정판 ㅣ 백탑파 시리즈 3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열녀문의 비밀이라는 제목부터가 마음을 끌었다. 고전 문학을 조금 접하면서 열녀문에 얽힌 많은 애환과 비리를 엿볼 수 있었던 나는, 신문 광고를 통해 이 책을 접하는 순간 바로 결정을 했다. 꼭 사서 읽어 보리라고. 더군다나 요즘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불멸의 이순신을 쓴 작가의 작품이라는 데에 더 매료가 되었다.
나의 기대를 조금도 저버리지 않은 두 권의 책! 열녀문의 비밀은 푹푹 찐다고 아우성대는 여름날의 무더위를 식히기에 충분했다. 나는 거의 밤을 새면서 두 권의 책을 몽땅 집어 삼켰다. 그리곤 남편에게 이 책을 권해주었다.
우선, 나는 김탁환 교수의 학문적 열의에 찬사를 보낸다. 18세기로 몰입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책을 읽어내었을지를 감히 짐작할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김진이라는 가상의 인물에다가 이덕무, 박재가 김홍도 등 실재로 그 시대를 살았던 인물들과 시대상을 묘사한다는 것은 웬만한 독서량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이 책을 읽기 바로 직전에 나는 한중록을 읽어 정조 임금을 가깝게 느끼고 있었는데 열녀문의 비밀의 시대가 마침 정조대의 일이라 내게는 더욱 친근감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상편에서부터 김아영의 죽음을 너무나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었는데 하편의 마지막 부분에서의 반전은 정말 경이롭기만 했다. 혹자는, 추리소설에서 반전은 별 신기할 게 없는 통속적인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하지만 난 무조건 이 반전이 반갑고 통쾌했다. 거기다가 그 시대의 다른 여성들이 가지고 있는 정조의 관념과는 다른 현대적인 정조관을 가지고 기꺼이 사랑하는 사람을 선택하는 부분도 정말 멋졌다. 작가가 조금 심하게 김아영의 사상을 현대적인 것으로 개조시켰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이는 분명 소설이기에 그것도 고전 추리 소설이기에 용서해 주기로 했다.
김탁환 교수 덕분에 나는 올 여름의 무더위를 18세기 속에서 보냈다. 그제는 ‘나 황진이’를 통독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김탁환 교수의 더 세련되고 재미있는 소설들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