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학 가는 날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80
김선정 지음, 조원희 그림 / 길벗어린이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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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직업 군인 이었던, 아버지의 잦은 전출때문에 나는 초등학교를 3번 옮겨다녔고, 마지막 4번째 학교에서 졸업을 했다. 1학년,2학년 그리고 3학년때 다닌 학교가 다 달랐다. 입학을 하고 친구를 사귀고, 다시 전학 2학년을 보내고 다시 전학 3학년이 되니, 보통 1,2,3학년을 함께 보낸 친구들은 이미 친해져서 무리를 지어서 놀았는데, 난 다시 전학생이 되어서 낯선 곳에서 다시 적응을 하게 되었다. 친구들 앞에서 내 소개를 하는 것이 제일 싫었다. 이름은 무엇이고 어디에서 살다가 왔고 좋아하는 것을 무엇이며 앞으로 친하게 지내고 싶다는 말을.. 3번이나 했다. 혼자 앞에 서서 모르는 친구들 얼굴을 쳐다보며, 나를 소개한다는 것..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얼굴이 빨개지고 목소리를 줄어들고, 친구들의 웃음소리, 정말 끔찍 그 자체였다. 그런데 지나고 나서 보니, 그래서 그런지 적응력 하나는 빨랐다. 어떤 환경에 가서든지 적응력이 최고였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서 전학을 그렇게 많이 다녀야 한다고 한다면, "싫다"라고 얘기하고 싶다. 그만큼 너무 어려웠고, 힘들었다.


[전학 가는 날]의 주인공 지호. 지호의 엄마는 저녁을 먹다가 지호에게 이야기를 한다. 내일 까지만 학교에 가고 그 다음 전학을 간다고.. 지호의 마음이 글 속에 나타나 있다. 

'찌개 국물이 너무 매웠나? 기침이 자꾸 났다'


새학교에 대한 설렘으로 잠이 오지 않는 지호다. (난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너무 컸는데, 두 번째 전학을 갔을 때, 교탁 앞에서 덜덜 떨었던 기억이 있다. 목소리는 잘 나오지 않았고, 그나마도 엄청 덜덜 떨면서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있다.)


지호의 마지막 학교 가는 날.. 맨날 보는 학교, 맨날 끼는 안개, 맨날 보는 애들인데 오늘은 기분이 이상하다. "모두 자리에 앉으세요." 선생님의 말씀이다. '선생님께서는 내가 오늘까지 오는 것을 알고 계실까? 모르시는 건 아닐까?'


쉬는 시간에, 친구들은 지호에게 현장학습 갈 때, 짝궁에 대해서 물었다. 지호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급식시간.. 지호가 좋아하는 만두가 나왔다. 급식당번에게 한 개만 더 달라고 했지만, 안된다고 했다. 지호는 "나는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작은 소리로 말해서 급식당번은 못 알아듣고, 기남이가 자기 만두를 지호에게 슬며시 얹어 주었다.


친구들과 놀이를 하다가, "나도 고양이 하고 싶어! 왜 고양이 했던 애들만 자꾸 잡는데!" 하며 속에 있는 말을 했다. 눈물도 났다. 친구들도 드디어 지호의 전학소식을 알게 됐다.


사물함의 있는 물건을 챙기고, 선생님이랑 친구들한테 인사를 했다. 기남이 눈에 눈물이 글썽거렸다. 가슴이 울렁거렸다.


지호는 엄마 손을 잡고 가다가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다시 되돌아왔다. 그리고 그동안 정이 들었던 것들에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 함께 즐겁게 지냈던 반 친구들과도 선생님과도 인사를 했다.

그리고 설렘을 가졌다.


이 책의 주인공 지호는, 전학을 가기 전에 친구들&선생님과 작별 인사를 할 시간이 있었다. 나는 전학을 방학 중에 다녔기 때문에 인사를 나눌 시간도 없었고, 슬퍼할 시간도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것이 제일 아쉽다. 우리 아이들에게 "전학가고 싶어?"라고 물었더니, "왜 전학을 가야하냐고, 지금 친구들이 너무 좋고, 지금 학교도 너무 좋다"고 얘기를 했다. 그 옛날 나는 왜 한번도 부모님에게 "전학가기 싫어요"라고 얘기를 못했을까? 그랬다면, 한번 쯤 부모님도 내 마음을 아셨을텐데 말이다.


마지막으로 출판사에서 보낸 엽서를 소개하고 싶다.(정성스런 엽서때문에 책을 읽는 내내 너무 즐거웠다)



옛 추억을 소환할 수 있게 해준 허니에듀와 길벗어린이 출판사에 감사함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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