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그러나 위험한 진단 - 미스터리 병마와 싸우는 의료현장과 진단의 모든 것
리사 샌더스 지음, 장성준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1980년대 중후반, 그러니까 내가 레지던트 하던 시기였다.
1. 지금은 은퇴하신 Nephrologist 방 교수님께서 나와 회진을 도시던 중에 어느 만성 신부전 환자를 청진하다가 "아.. 지금 응급으로 혈액투석 돌리게!" 하고 말씀하셨다. 
"네?"
"들어 보게. pericardial friction rub 이 들리지 않는가?"
.. 아무리 애를 써도 내 귀에는 심장 청진음 외에는 들리지 않았다..[-_-;]
라운드 돌면서 friction rub 도 놓치고 뭐했느냐고 시니어들이 날 갈궜다만.. 
씨바.. 지들도 못 들었으면서..
2. 역시 지금 은퇴 생활을 즐기시는 cardiologist 최교수님께서 나와 회진을 도시던 중, 어느 환자의 심음을 청진하시더니, "음.. 지금 빨리 심초음파로 확인해 봅시다." 라고 하시네.
"네?"
"들어보세요. tumor plop 이 들리죠? 이게 바로 전형적인 심장점액종양입니다."
...안 들렸다.
그리고 심초음파 응급으로 해 보니 어머나!!! 정말 심장점액종양이었다.
3. 지금 하늘나라에서 안식을 취하시는 pulmonologist 변 교수님께서는 CT 나 기타 첨단 장비들을 별로 선호하지 않으셨다.
그냥 당신이 physical examination 을 하시고(청진기는 안 갖고 다니시며, 회진 때는 꼭 전공의들에게 빌려서 쓰셨다), 영상은 plain chest X-ray 만으로 충분히 진단을 내렸다.
그것도 정확하게. 심지어는 흉부 엑스선 사진을 보면서 세균 명까지도 종종 맞히셨다.
그래서 별명이 '변도사'였다.

확실히 21세기 이전의 내 이전세대 선배님들은 신체검진 내지 병력 청취, 그리고 추리 기술 면에서 우리 세대보다 몇 갑자는 더 고강한 내공을 가지고 계셨다.
그러나, 세대는 바뀌고, 기술은 발달해서, 위에 상술한 이러한 '전설'들은 더 이상 나오기 어렵다. 
아마 요즘 젊은 의사들은 위에 소개한 옛 이야기들을 뻥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 책의 주제는 한마디로 진료에 있어서의 'Back to the basic' 이다.
아무리 첨단 장비를 동원해도, 진료라는 것은 결국 인간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장 기본적인 병력청취와 deduction 능력, 그리고 신체 검사 능력에 소홀하면 안된다는 너무나 당연한 교훈을 주고 있다.

그러나.. 항상 유념해야 할 것은..
진료라는 것, 보다 범위를 좁혀서 진단을 한다는 것의 궁극적 목적은 결국은 환자를 이롭게 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첨단 기술을 사용하건, 아니면 옛 무림고수 같은 선배들을 모범 삼아 멋있게 맨손으로 진단을 하건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정확하게 잡아내느냐에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basic 한 것을 소홀히 해서는 안되겠지만, 
그 basic 이라는 것은 문자 그대로 basic 이기때문에
detail 한 면에서는 첨단 기술을 이용한 진단의 정확도 보다는 반드시 열등할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이 책을 읽고나서 첨단 기술이 악이고 basic skill 이 선이라는 그릇된 인식을 갖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

내가 항상 의대생이나 전공의들에게 강조하는 말이 있다.
"진단에 있어서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 한다."
신체 검사 기량이 전설적인 선배 의사들보다 딸려서 쪽팔려 하지 마라.
궁극적으로는 환자의 질병 원인을 정확하게 잡아내는 것이 목표이므로,
그 과정이 현란한 내공을 발휘하면서 멋있게 잡아내야 한다는 낭만과 착각에 얽매이지 말 것이며,
내가 기량이 모자란다면 '그래, 씨바. 나 개인기 모자란다. 어쩌라고? 하지만 첨단 기술이 있어! 그걸 이용할 거야!' 하는 배포를 가지고 어떻게 해서든지 질환의 진실에 바싹 다가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같이 벌어 정승처럼..

이 책은 의료인들이 읽으면서 다시금 기본을 다잡는 목적으로는 매우 훌륭한 책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낭만을 위해 정확도를 희생하는 우를 범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라고 말하면서도.. tumor plop 과 pericardial friction rub 을 아무렇지도 않게 잡아내시던 선배제현분들의 기량을 아직도 따라잡지 못하는 나 자신을 생각하면 여전히 열등감에 시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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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의 임무
할 클레멘트 지음, 안정희 옮김 / 아작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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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도 하드 SF 한 권으로 달렸다.

1. 높은 진입 장벽
: 한 50여페이지까지 읽을 때는, 때려 칠까 하는 고민을 잠시 했었다.
뭔 소린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단 덮었다가 목차 맨 끝에 저자의 해설이 있길래 그걸 읽고서야 어느 정도 이해를 했다. 
알고보니 이 작품의 무대인 외계 행성의 설정이 독특했던 것이 주 이유였다.
그래서 다시 읽기 시작하여 결국 완독할 수 있었다.

2. 송편 모양의 행성.
: 원작에서는 팬 케이크 모양이라고 하는데, 설명을 읽다보면 주욱 늘린 송편 모양으로 이해하는 게 더 쉽다. 
그런 모양이면 행성 중심부는 지구 중력의 700배.. 한마디로 모두가 짜부가 되는 곳이다.
당연히 거기에 사는 생명체는.. 항상 오체투지를 하고 지내야 한다. 직립 생물은 존재 불가.
즉.. 2차원의 세계다.
반면에, 행성의 가장자리로 갈수록 중력이 급감하여 인간도 우주복만 잘 갖추면 어느 정도 지낼 수 있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 지구인과 만나는 지적 생명체는 30-40cm 정도의 작은 랍스터다..(-_-;)..
중력이 강하니 길이가 긴 생명체는 있을 수가 없다.

3. 주인공은 인간이 아니고 바로 그 랍스터다.
직업은 선장. 배(여기서는 뗏목. 나중에 어엿한 범선 내지는 글라이더가 된다)를 몰고 행성 여기 저기를 다니며 무역을 하는 장삿꾼이다. 
장사 수완이 좋은 만큼 매우매우 똑똑하다. 그리고 부하들도 똑똑하다.

4. 사건의 발단은: 지구에서 보낸 무인 탐사 로켓이 각종 장비와 정보를 실은 채로 그 행성에 조난된다. 이를 찾으러 온 지구인들과 랍스터들이 조우하고, 지구인들은 랍스터들에게 그 로켓의 인양을 부탁하게 된다. 랍스터 선장이 워낙 영리해서 지구인 언어를 금방 습득하고 의사 소통이 된 것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 행성의 과학수준이 어마어마한 것은 아니다. 그냥.. 지구로 따지면 18세기 수준?

5. 중반부 부터는 본격 수색에 나서게 되는데, 지구인들은 여타 사정으로 직접 나서지 못하고 공중에 떠서 모니터 및 무선 연락을 랍스터들과 하게 된다.
즉, 후반부에서 본격 활약하는 주인공은 랍스터 선장과 그 부하들이다.

6. 그런데, 이 가재들이 진짜 신통방통하다. 온갖 고초와 모험을 겪는데 꿋꿋이 극복하는 과정을 보면 진짜 똑똑하기 그지없다.
그리고 진입 장벽이 높았던 전반부에 비해 모험으로 가득찬 후반부는 페이지가 그냥 죽죽 넘어간다.

7. 진짜 이 가재들은 산전, 수전, 심지어는 진짜 공중전(설마 이것도 겪을 줄은 예상 못했다)까지 겪는다. 
그런데, 이들 각종 모험들을 겪으면서 놀라울 정도로 학습을 해 나가며 지적으로 차곡차곡 업그레이드 된다.

8. 결국 로켓을 찾고 최종 작업을 하는 시점에서 랍스터 선장은 그동안 숨겨왔던 내심을 드러내며 지구인들과 최종 거래를 시작한다.
그것이 최종장 바로 전인 19장에서 랍스터 선장의 긴 대사로 나오는데, 그 대목이 진짜 대단하다.
장삿꾼이라 이윤을 추구하기도 하지만, 지적인 욕구와 장차 자기들 후손을 위한 과학지식의 전수를 논하는 대목 말이다.
사실 이 기나긴 대사는 실제로 고등학교 선생님인 저자가 대중들에게 과학 지식의 숙지와 전수의 중요성에 대해 힘주어 말해주고 싶었던 내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 읽고 나니 SF 판 서유기를 읽은 느낌이다.
이런 작품이 1954년에 나왔다니 놀라울 뿐이다.

초반 50여페이지의 진입장벽이 문제인데, 일단 책 말미에 저자가 이 작품의 설정에 대해 직접 쓴 설명문을 숙지하고나서 읽기 시작하길 권한다.
저자의 상상만으로 팬케이크 행성을 만들고, 탄탄한 물리 및 천문학 지식으로 튼튼하게 만든 설정에 대해 독자들이 허점을 지적해 주길 바라고 있다.
역시 선생님은 선생님이다. 이의 제기와 이에 이어지는 토론을 통해 뭔가를 가르치고 싶어하는 본능이 느껴진다.
인공적으로 별을 만든다면 바퀴 모양으로 뺑뺑 돌아가게 하여 원심력을 발생시켜서 중력으로 삼는다는 '링 월드'를 써서 MIT 학생들과 열띤 토론을 유도했던 래리 니븐과 궤를 같이 한다. 하드 SF 작가들은 다 이러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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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 - 세상을 만든 분자 오파비니아 15
닉 레인 지음, 양은주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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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탈 퀘스쳔'에 이어 닉 레인의 저서를 어느새 두 개째 읽었다. 전자가 가장 최근 저서라면(2015년), 이 책은 닉 레인의 데뷔작 쯤 되겠다(2002년).
저자 서문에서 어려운 과학 이론을 일반 대중들이 읽기 쉽게 잘 풀어 놓았다고 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닉 레인 입장에서 쉬운 수준으로 썼다고 하지만, 나 같은 의료인이나 생명공학 계통을 전공한 사람들이 아니라면 읽기가 만만치 않다.
'바이탈 퀘스쳔'도 빌 게이츠가 여름 휴가 때 읽을 책 다섯권 중 하나로 꼽아서 화제가 되었지만, 혹시 그 말에 혹해서 읽을 것이라면 각오 단단히 하고 임해야 할 것이다(빌 게이츠가 전산의 지존이라는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생화학적 지식까지도 지존무상이었었나..).
이 책도 마찬가지다. 인문과 과학이 어우러진 교양을 쌓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간 꽤 고전할 것이다.
생화학자이자 유전학자, 진화학자라서 그런가, 그냥 생화학 교과서 번역판 수준으로 보면 될 것이다.
내가 읽은 동기는, 내 분야에서 미생물과 항생제, 미생물과 소독제와의 상호 작용을 분자 수준에서 따지다보니 자연스럽게 산화 작용과 산소 그 자체에 관심이 높아진 데에 있었다.
역시나 내가 원했던 내용들이 제대로 잘 풀어서 기술되어 있었기에 매우 만족스러운 독서 시간을 보냈다.
전반부는 산소의 기원과 진화론을 다루고 있고, 중간에 reactive oxygen species, 혹은 free radical 로 워밍업을 한 뒤에 후반부는 각종 산화 작용으로 인한 결과물들, 예를 들어 돌연변이나 살균, 암세포와의 작용, 그리고 노화 등으로 광범위한 주제들을 다룬다.
매 페이지마다 빽빽한 활자를 봐도 알 수 있듯이 방대한 양이고, 하루에 한 chapter 나가기가 녹록치 않은 책이니 아예 공부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할 것이다.
한 마디 더 덧붙이자면, 번역이 굉장히 훌륭하다. 번역하신 분께서는 역자 후기에도 밝혔듯이 정말 고생 많이 하신게 틀림없다.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
이로써 닉 레인의 저서로 찜해 놓은 것들 중에 2개가 남았다.
그에게 영국왕립학회 상을 안겨준 '생명의 도약'과 '미토콘드리아'이다.
미토콘드리아(원제: Power, sex, suicide: Mitochondria and the Meaning of Life)는 얼떨결에 Kindle 로 사 놓아서, 이거부터 읽으려 한다.
앞서 말했듯이 그의 저서는 대중 과학서라는 것은 fake 이고 거의 생화학 교과서 수준이니, 차라리 익숙하게 원서로 보는 게 더 편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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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러시아 다가온 유라시아
정성희 지음 / 생각의길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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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양서를 만났다.

400여페이지 하나하나가 온통 새로이 배우는 지식으로 가득 찬 책도 참으로 오랜만이다.

지금 정부가 자꾸 러시아와의 접촉과 관계를 암중모색하는 현 시점에서 자연스럽게 러시아에 대해 궁금해진 게 이 책을 읽게 된 계기였다.

그리고.. 러시아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고, 있다 해도 매우 왜곡되게 알고 있었음을 실감하게 된다.

러시아를 중심으로 크게 유라시아라는 범주로 설정해서, 이에 대한 모든것, 역사, 정치, 경제, 국제관계, 문화 등을 토막지식 처럼 깨알같이 모아놓고 있다.

그냥 러시아와 유라시아(정확히는 독립국가 연합; CIS)에 대해 기본적으로 알고 싶은 것 모두가 담겨있다고 보면 된다.


1. 우리는 서양사를 잘못 배웠다.

- 생각해보니 우리가 배운 서양사는 반에 반쪽도 안된다.  그냥 영국과 프랑스의 역사를 배운 것이다.  

그런데, 러시아가 차지하고 있는 영토의 크기와 지나온 세월들을 보라. 영향이 미미한 듣보잡 나라였을까? 

학교에서 뭘 배웠나? 러시아 혁명 전후 외에는 없잖아.

티무르 제국, 오스만 투르크 제국이 유라시아의 반 이상을 몇백년 동안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오랜 세월동안 이들 나라들이 어떻게 지냈는지 학교에서 배웠어?

그만큼 우리는 영국과 프랑스에 치우친 내용으로만 편향되게 배운 것이었다.

이 책에서 이들 제국들에 대한 간략한 역사만으로도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나비효과처럼 서양사에 미친 영향이 엄청났음에 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제2차 세계대전의 승전국이 어디냐고 물어보면 열에 아홉은 미국이라고 답할 것이며 나머지는 연합군(실제로는 영국/프랑스)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유럽인들에게 물어보면 열에 아홉은 러시아라고 한다.  실제 2차대전에서 가장 치열하게 싸우고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나라는 러시아였다(2700만여명이 죽었다..). 연합군이 치열하게 싸운 전투는 ? 노르망디 해전? 발지 전투?  러시아의 스탈린그라드는 무려 900일을 싸웠다. 진주대첩이 따로 없다..


2. 핵심은 결국 유라시아 철도다. 그런데 낭만적으로 생각하지는 마시라. 

- 우리 정부가 러시아에게 찝적 대는 목표는 대략 두가지로 요약된다고 생각한다:

: 가스관으로 대표되는 에너지원 (그래서 탈원전하는구나.. ). 이게 과연 옳은 판단인지 아니면 아주 나라를 러시아에 종속시키려고 갖다 바치시는 건지 여부에 대한 판단은 차치하고 말이다.

: 그리고 유라시아 철도에 편입되는 것이다.  - 이는 20여년전 DJ 의 구상을 현대에 와서 실현하려는 것 같다.  참으로 거대한 스케일이로다...이거지?

유라시아 철도가 한반도 남단까지 연결된다면 크게 봐서 거대한 유라시아 경제 공동체가 조성될 것이고, 그런 셋팅에서 전쟁의 위협은 사라질 것이고, 미래의 먹거리가 확보될 것이고, 통일도 자연스럽게 다가올 것이고.. 등등 낭만적인 전망들이 한두개가 아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어보면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다. 

일단 북한이 걸리적 거리는 건 기본이고,

이번 독서에서 알게 된 것인데, 철로의 규격(철로의 폭; gauge) 이 다르다.

우리나라는 전세계 표준에 맞는 표준궤를 사용하지만, 러시아는 광궤 (Wide gauge)를 사용한다.

즉, 우리나라 철로를 북한쪽 철로에 맞닿는 걸로 해결될 정도로 간단한게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유라시아 체제에 들어가려면 전국에 넓디 넓은 광궤를 기존 표준궤에 추가해서 깔아야 한다.

현재 속초에서 러시아 항구까지; 부산에서 나진까지; 신의주에서 중국쪽으로 가는 세 단계로 계획 중이라 한다.

잘 되면 좋긴 할텐데, 완성되기까지 들 비용과 노동력하며... 출혈이 이만저만이 아닐듯.

여기서 나가는 돈만 해도 나라 곳간이 탈탈 털릴게 뻔한데.. 비급여의 급여화를 비롯한 각종 복지 정책은 어떻게 하시려나.. 걱정된다.

게다가 러시아는 타국 열차가 자국에 입국하는 걸 불허하는 반면(갈아타야 한다), 자기들꺼는 마음대로 타국에 간다. 치사빤쓰다.. 

나쁘게 보면, 가스관에 더해서 교통망까지 러시아의 손아귀에 놓일 수도 있는 것이다.

무슨 유라시아 철도를 타고 유럽을 횡단하는 여행을 즐기는 식의 낭만? 웃기지 마라. 현실은 시궁창이다.

...이런 현실감을 이 책은 독자로 하여금 깨닫게 해준다.

정말 러시아와의 관계는 빈틈없이 잘 수립해야지, 잘못하면 바가지 쓰기 딱 좋다. 무서운 나라다.


3. 딱 한 가지 불만 사항.

- 진짜 읽는 동안 꾸준히 거슬린게.. 제대로 된 전체 지도가 제공되지 않는다. 

(국소 지도들이 군데군데 있긴 하지만..)

여러 낯선 지명들을 접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위치와 orientation 을 파악해야 하는데, 이런 류의 서적에 당연히 있어야 할 전체 지도가 안 실려 있더라고! (책 표지에서 보이는 약식 지도가 다이다. 정식 지도도 필요하거든..)

그래서 구글 지도 펼쳐놓고서 독서를 병행할 수 밖에 없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난 스탈린그라드, 레닌그라드가 모스크바 시내 중심에 있는 광장인줄 알았다. 천안문 광장처럼..쩝..)

나중에 개정판 내시면 꼭 지도를 탑재하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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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스푼 - 주기율표에 얽힌 광기와 사랑, 그리고 세계사
샘 킨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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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은 대중적으로 그다지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분야는 아닐 것이다.

나 또한 이과 분야에 종사는 하지만 생물학 계통이지, 화학이 직접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그리 많지는 않다. 

..라고 여겼었는데, 요즘 들어서 이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

내 분야에 어느덧 연륜이 쌓이다보니, 공부하다 보면 점차적으로, 그리고 전보다 자주 드는 생각이 'Why?' 이다.

얼마 전까지 당연하게 여겼던 지식들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글 한 줄을 읽다가도 머릿속은 어느새 안드로메다로 빠져서, 구글링을 하고 pubmed 를 찾고 하며 나도 모르게 hypertext, hyperlink 짓을 하고 있다.

결국 내 분야는 back to the basics 경향을 가질 수 밖에 없고, 화학, 물리, 수학 쪽으로 약간씩 기웃거리게 된다. 물론 다 까먹어서 기웃거린다는 표현 조차 부끄러울 수준이지만.

특히 내과는 이들 중에서 화학(정확히 말해서는 생화학과 유기화학)쪽으로 기웃거릴 확률이 더 높다.

그래서 어느틈에 과거에 외웠던 주기율표를 다시 암송해 보게 되고, 생화학과 화학 교과서를 뒤적거리게 되며, 각종 mechanism 에 이들 원리들을 적용시켜서 다시금 이해해 보려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전공 이외의 독서 대상도 그런 쪽으로 쏠리게 되어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저자 사진을 보니.. 약간의 개인적 편견으로 보자면 전형적인 nerd 의 외모이다.  미드 '빅뱅 이론'에서 배역 하나 쯤은 맡을 것 같은 그런 외모.

과학 계통에 종사하고 이렇게 덕후스러운 글을 쓸 정도라면 어느 정도는 nerd 일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추정한다.


제목은 '사라진 스푼'인데 엄밀히 말해서는 정확한 번역은 아닌 것 같다.

본문에 나오지만, 사라진 스푼은 갈리움(Ga)으로 만든 수저다. 

13족 원소들인 비알가인틀(B, Al, Ga, In, Tl), 즉 알루미늄과 사촌지간이기 때문에 갈리움 또한 알루미늄의 외양을 가지고 있다.

다만, 섭씨 29.8도에 녹기 때문에, 찻물에 갈리움 수저를 담그면 스스륵 녹아버리는 데서 나온 제목이다.

원제는 Disappearing spoon 인데, 좀더 정확하게 번역하자면 '(일단 정해졌으므로 예외 없이) 녹기로 예정되어 있는 수저'가 더 맞을 것 같긴 하다. 


주기율표를 큰 틀로 해서, 각각의 자리를 차지하는 원소들에 얽힌 각종 일화와 역사들을 재미있게 기술하고 있다.

전쟁사도 나오고 개인사도 나오고 하지만, 큰 흐름은 결국 화학에 얽힌 과학사이며, 나름 남들에게 가끔씩 들려주면서 으스댈 수 있는 과학사의 뒷이야기들을 채집해 놓을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미덕같다. 


다만, 초반에 진입 장벽이 좀 있다.  화학에 대한 아주 기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는게 좋다.

- 주기율표를 어느 정도는 암기하고 있어야 하고 

(사실 금방 할 수 있다..

http://blog.naver.com/mogulkor/221051214449  참조), 

전자 껍질과 orbital theory 에 대한 아주 기초적인 이해 (s, p, d, f 스핀 같은것..), 산화와 환원에 대한 기초 등이 어느 정도는 갖추고 있어야지, 안 그러면 초반 50여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던지기 쉽다. 이 고비만 넘으면 재미있는 옛 이야기들이 펼쳐지며 충분히 보상 받으니까, 조금만 초장에 고생 좀 하시고 이 책을 시작하심이 어떨까 한다.   

여하간.. 세상에 만만한 것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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